밤이 깊어가자 도시는 유리잔 속 탄산처럼 잔잔히 떨렸다.
골목 바닥에서 번득인 미세한 그림자들이 한 몸처럼 스며들며,
아스팔트는 마치 낡은 북처럼 은근한 진동을 품었다.
어느 집 거실, 벽에 남은 사각 먼지 자국이 무언가의 부재를 조롱하듯 번들거렸다.
스크린 대신 고요가, 리모컨 대신 바람 한 줄기가 텅 빈 공간을 채웠다.
발치에 흩어진 검은 알갱이들은 별빛처럼 작은 반짝임을 흘리며
복도 끝까지 이어진 채 달빛을 따라 사라졌다.
새벽마다 들리던 낮은 울림은
금속을 간질이듯, 전선을 속삭이듯,
도시 전체의 심장박동을 다른 리듬으로 바꿔놓았다.
철제 문짝은 잠든 사이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냉기의 주인은 더 이상 차가운 바람이 아니었다.
하수도 아래, 별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곳.
사람의 손길을 비웃듯, 반짝이는 불빛이 이어져 있었다.
모래알만 한 몸들이 엮어낸 미로는
검은 파도처럼 출렁이며 기이한 설계를 완성해 갔다.
가끔 네온사인이 깜빡이며 그 율동을 흉내 내고,
꺼진 전자제품의 스위치는 잠시 깨어난 듯 은빛을 스쳤다.
누군가 창문을 열다, 흘러나온 한마디.
“이 도시, 발밑에서 살짝 들어 올려지는 느낌….”
말끝이 사라진 자리,
인간이 만든 거대한 물건들이
어디론가 천천히,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다른 하늘 아래로 옮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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