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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은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아이들은 전부 전정국이 정학을 받거나 강제 전학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양측 부모끼리 합의를 했다며 일주일간 화장실 청소라는 어처구니도 없는 담임을 말에 아이들은 역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며 비웃었다. 물론 전정국 앞에서는 티를 안 냈지만.

 

 

잠자는 시간이 많았어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오던 전정국은 또 모습을 감추었다. 담임은 비워진 책상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고, 담임의 시선을 따라 비어있는 책상을 바라보았다. 엎드려 곤히 자고 있어야 할 전정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왠지 모르게 섭섭했다. 보면 얼마나 봤다고... 주머니 안에 있던 전정국의 명찰은 꽉 쥐었다.

 

 

 

03

 

 

 

또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 건지.

 

그 사건으로 통해 달라진 게 있다면 괴롭히는 강도가 더 심해졌다. 이제 나를 왕따와 셔틀로 모자라 전정국의 돈을 목적으로 꼬시는 꽃뱀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몰래 전정국을 짝사랑하고 있던 여학생들이 그 소문만 듣고 다짜고짜 때리거나 교과서를 찢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 오늘도 책상 위에 누구 것인지 모르는 침들로 가득했고 한숨을 쉬며 가방 안에 있던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책상 위로 툭 하고 날라오는 종이 뭉치에 닦고 있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책상에 기대어 서서 나를 바라보던 반장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아, 미안. 쓰레기통인 줄 알고."

 

"..."

 

"표정이 왜 그래? 불만이면 전정국 데리고 와."

 

"..."

 

"너 잘하잖아. 전정국 꼬시는 거."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반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그대로 밀치며 나갔고,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반장과 똑같은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가 오는 듯싶다. 점점 지쳐간다.

 

 

**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익숙한 대문이 눈앞에 보였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전정국의 집 앞까지 온 모양이다. 전정국 때문에 그렇게 괴롭힘을 받고 전정국을 또 찾다니. 어차피 내가 괴롭힘을 당하든 말든 그 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대문을 멀찍이 바라보다 뒤돌아섰지만 몸이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부정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전정국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리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비가 오려는 듯 깜깜해진 하늘에는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그 사이에서 전정국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전날, 싸움을 말리던 나를 내려다봤을 때 그 표정으로. 한동안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슬퍼 보여? 무슨 일이야? 묻고 싶었지만 전정국과 나는 어떠한 관계도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인사를 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느꼈다. 전정국과 나는 어떠한 관계든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어떠한 관계든 나만 상처받을 것을.

 

 

돌아설 수 있을 때 돌아서야 한다. 그래, 여기까지만 하자. 굳은 결심을 하고 가려고 하자 그때와 같이 타이밍에 좋게 문이 열렸고,

 

 

"그때 그 아가씨 아니세요?"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다시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도망쳐야지, 바보야.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에도 전정국이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전에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부리나케 달려나갔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자세히 보니 저택 안은 겉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넓고 호화스러웠다. 이런 곳은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곳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나의 행동에 아주머니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도련님께서 학교에 안 나와서 걱정하셨나 보네요."

 

"네? 아, 전해줄 것도 있어서... 그냥..."

 

"저쪽 끝방이 도련님 방이에요. 방에 콕 박혀서 나올 생각도 없으시니..."

 

 

'아가씨가 좀 다독여 주세요.' 아주머니는 걱정 섞은 말을 건네며 일이 있다며 사라지셨고, 넓고 긴 복도 끝에 위치한 하얀 문을 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복도 곳곳에는 이름도 모르는 여러 꽃으로 가득했고, 걷는 내내 꽃향기가 가득했다. 꽃을 좋아하는구나. 꽃들은 물을 머금으며 생기 가득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렇게 생기 넘치는데 왜 너의 주인은 물을 못 먹고 하루하루 메말라가는 꽃처럼 보이니. 꽃들에 물었지만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본인의 색만 열심히 뽐내고 있었다.

 

 

**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시선을 뺏겨 한참 바라보며 걷다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하얀 문에 깊게 숨을 들이켜다 완전히 닫히지 않는 문고리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꽃들로 화려한 복도와는 다르게 전정국의 방은 어둡고 캄캄했고 그사이에 들리는 앓는 소리에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확 열자 검은색 침대 위에서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있는 전정국의 모습에 황급히 전정국이 누워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몸을 뒤척이는 전정국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파하는 거야, 전정국. 가지 말라며 애타게 엄마를 부르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는 그때와 같이 침대 옆에 앉아 방황하던 전정국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그제야 전정국은 안정이 되는 듯 잡았던 손에 힘을 주며 뒤척이던 몸을 가만히 두었다. 감긴 눈 밑으로 무언가 떨어진 듯 남아있는 잔영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찬란하고 찬란하게 03 | 인스티즈

 

 

그리고 눈을 뜨지 않을 것 같았던 전정국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자리를 벗어나려 몸을 일으켰지만 무슨 일인지 전정국은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았다. 허락 없이 방 안에 들어온 거에 대해 화가 난 걸까. 방안은 깜깜했고,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만이 이곳을 밝혀 주었다. 전정국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미안해.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

 

"ㄱ, 그냥 명찰 전해 주려고 왔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

 

"걱정이 돼서..."

 

 

무슨 말이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전정국은 말없이 그저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전정국의 눈을 바라보면 깊고 진한 그 눈동자에 빠져 진심을 그대로 말할까 걱정이 되었다. 보고 싶었다고. 그리워했다고. 그리고 너를... 좋아한다고. 어서 말하라며 재촉하듯 간질거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 돼, 거기까지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갈게. 미안해.'  간신히 남아있는 이성을 꽉 붙잡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맞잡은 손을 풀려고 했다. 그 순간 전정국이 잡고 있던 손을 당겼고 그 반동으로 중심을 잃고 전정국 위로 쓰러졌다.

 

 

서로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갑자기 일어난 일에 몇 초를 멍하니 바라보다 바로 앞에 있는 얼굴이 전정국이라는 것을 알고 급하게 벗어나려고 했지만 제 허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돌리는 행동에 숨을 멈추며 전정국에게 안겨 있었다. 방 안이 밝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내 얼굴을 토마토마냥 붉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전정국과 나란히 누운 상태에서 서로 눈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전에 그 차갑고 쌀쌀맞던 전정국은 어디로 갔는지. 눈앞에 있는 전정국은 위태롭고 연약한 작은 소년이었다. 이렇게 연약한 아이가 왜 그렇게 가시를 들어내 놓고 있었을까. 전정국도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걸까. 멀리만 느껴졌던 아이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려 아까와 같이 전정국의 볼을 쓸어내렸다.

 

 

"보고 싶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분위기도 한몫을 했지만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전정국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그 짜릿한 희열감에 나도 모르고 이성을 끈을 놓고 그대로 속마음을 드러내고 만 것 같다. 물론 내뱉고 얼마 안 가 후회를 했지만 그 뒤로 들려오는 전정국의 목소리에 이미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나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입술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나는 그저 눈만 감을 뿐이었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평생 깨지 않을 그런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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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눈물만두 신청해요 ~~~~~
자까님 글 많이 써주세요 워후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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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74
땅위입니다!호로로롱ㄹㄹ 대박... 첫 뽀뽀에요... 정국이도 여주를 좋아하고있었다니... 처음에는 약간 충격?이었는데 나중에는 다행이라생각했어요!그리고 정국이도 여주도 빨리 자신의 아픔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네요!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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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2.192
세상에........어뜨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뽀뽀 했네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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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글이 슬프면서도 설레네요 다음 화에 정국이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을지 궁금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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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노모노입니다.... 아아닛 ....... 이거 너무 좋은 글 아닙니까...? 글 분위기가 정말 묘하네요..!!! 전정국 사랑해 너 대체 머ㅓ야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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