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장 정재현 X 체육젬병 너심 04
Written by. 츄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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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과 연습을 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 그 일 이후로 학교에서 굉장히 어색할 것 같았지만 예상 외로 정재현은 바로 평소처럼 대해주었다. 사실 고마웠다. 정재현은 꽤 좋은 친구 같았거든.
지금도 정재현과 나는 열심히 연습 중이다. 이제는 모양도 그럴듯하게 나오고 발도 얼추 잘 맞는다. 그래도 내가 체육젬병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 체력이 겁나 딸린다는 것도.
"헉헉... 아 힘들어.."
"좀만 쉬었다 할까?"
"응응!!!!!"
조금만 쉬자는 정재현의 말에 내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재현은 폭 파인 보조개와 함께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본다.
"? 왜 쳐다봐?
"아니야. 아무것도."
시선을 옮기지 않고 날 쳐다보는 정재현에 그 이유를 물었지만 정재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나는 입술을 쭉 내밀며 흠... 하는 표정을 짓고서는 운동장 옆 벤치로 먼저 걸어가 앉았다.
"여기 내 자~리!!"
"그럼 여기는 내 자리~"
벤치의 손잡이 쪽에 기대 몸을 뒤로 젖히자, 정재현이 많이 힘들냐며 물어온다.
"응, 힘들어 죽겠어."
"뭐가 그렇게 힘들어."
"나 태어나서 체육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 없었거든."
"그러면 내가 처음이야?"
'내가 처음이야?' 라니.. 말이 뭔가 이상해보이잖아...!
"음...어... 그래 네가 처음이지..."
"음료수 뽑아올까?"
"같이 가서?"
"아니, 내가 뽑아올게. 뭐 마실래?"
"나 코코팜! 복숭아맛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꼭 자기같은 거 먹어요~"
빨리 갔다올게! 하며 정재현이 자판기 쪽으로 뛰어간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이상하네. 내가 코코넛 닮았다는 건가? 코코넛? 코코넛이 어떻게 생겼더라.
아. (급 심기불편)
정재현이 어딜 갔다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쟤 달리기가 엄청 빠른 것 같다. 분명 방금 전에 갔다온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앞에 와 있어. 놀랍다. 인간인가.
정재현이 사이다 한 캔, 코코팜 한 캔을 뽑아와 양 손에 들고 내 볼에 갖다댄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차가움에 몸을 움찔하며 놀라던 것도 잠시, 그 캔을 다시 내 손에 쥐어주는 정재현이었다. 음료수 캔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들이 '나 지금 짱 시원해!' 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젯밤 손톱정리를 해보겠다며 어설프게 네일 도구를 들고 설친 탓에 짧게 깎아진 손톱이 눈에 보였다. 과연 이 손톱으로 저 캔을 딸 수 있을까. 손톱 밑 굳은살로 열심히 따 보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실패.
정재현을 쳐다보니, 이미 사이다 캔을 따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아무 말 않고 정재현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는지 젖혔던 고개를 내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문제..까진 아닌데... 나 이거..."
"이거 왜? 혹시 내가 잘못 사왔어? 다시 뽑을까?"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캔.. 못 따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재현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무릎 위에 캔을 쥔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이었는데, 남자치고 꽤 예쁜 손이 내 손에 쥐어져있던 캔을 쏙 빼간다. 정재현의 짧은 손놀림으로 따지는 캔뚜껑의 소리가 경쾌하다.
"원래 캔 못 따?"
"평소에는 잘 따는데..."
"잘 따는데?"
"어제 내가 손톱정리하다가 잘못 해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재현이 내 손을 잡아 손톱을 유심히 본다.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약지손톱 위의 상처가 정재현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네일 니퍼로 정리하다가 난 상처였는데 저 상처가 났을 당시에는 생각보다 너무 따가워서 작은 욕지거리를 내뱉었었다.
"아팠겠다."
"아프긴 아팠는데 그래도 괜찮아. 상처도 작은데 뭐"
"그래도... 종이에 베이기만 해도 엄청 아픈데"
정재현은 마치 자기가 다친 것처럼 울상을 지으며 자신이 예전에 종이에 베였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 날 따라 책이 읽고 싶었는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베였다는 둥, 책을 펼쳤던 그 날의 자신을 원망했다는 둥, 피부도 하얀 애가 조잘조잘 쉬지도 않고 말하는 모습이 마치 흰둥이 같았다. 그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흰둥이.
"너 흰둥이 같아."
"넌 햄스터잖아."
"너 앞으로 흰둥이."
"부르던가."
"흰둥아~~~~ 흰둥아~~~~~~~"
급식실에서 날 햄스터라고 목청껏 불렀던 정재현에게 복수라도 하듯이 난 내가 낼 수 있는 가능한 가장 큰 목소리로 흰둥이를 외쳐댔다. 온 운동장에 퍼지는 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정재현이 당황해하다가 금세 날 째려보았다.
"너무 컸어."
"엥 내가~? 넌 네가 급식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나 보네~?"
"난 이 정도로 크진 않았거든?"
"급식실 울리잖아, 그럼 똑같은 거지!"
한 방 먹은 것 같은 정재현에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다, 벤치에서 일어났다.
"김시민 어디가"
"나 교실 갈 건데?"
"연습 더 안 해?"
"시간 좀 봐. 조금만 있으면 종 치겠다."
내가 가리킨 시계를 본 정재현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대."
"빨리 가자. 다음 시간 문학이야. 늦으면 엄청 혼나잖아."
"그래, 빨리 가자."
햄스터. 흰둥이. 서로 별명을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의 발걸음이 구름을 걷는 듯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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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코코팜이 최애 음료인 작가의 사심...'ㅁ' 저기 재니의 흰둥이라는 별명은 저의 현생 쁘렌듀...님께서 만들어주셨구여 (웃음)
언제나 독자님들만 보며 살아가는 저이지만, 한 분 한 분 달아주시는 댓글들이 너무 예뻐서 감동했어요ㅜㅜ 그런 예쁜 말들은 대체 다 어디서 배워오시는 건지 눈물이 납니댜...ㅠ_ㅠ 아 그리고 댓글 읽는데 독자님들중에 어떤 분은 다리 한 쪽 절단해도 괜찮으시다고....(괜히 소름) 아무리 재니가 좋으셔두 그러시면 앙대여...(울먹) 독자님들은 너무나도 소중하니까여!
03화도 초록글 올려주신 독자님들 다들 정말정말정말 사랑함미다!!!!♥ 하트 백만개 받으세여 원하시면 택배로 하트 보내드리께여 ^ㅅ^ 암호닉 신청은 언제 닫을지 아직 결정 못해씁니다... 그냥 완전 즉흥적으로 끄악!!!!! 내가 오늘 닫지 않으면 내가 잠을 못 잘 것 같앙!!!!!!!!!!!!! 하는 날에 닫을 것이애오... 암호닉을 신청하실 때는 가장 최근 화에! [] 와 함께 신청해주세요! 누락되거나 틀린 암호닉은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바로 고치도록 할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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