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나는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분노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똑같이 사랑받았을 수많은 이들을 죽인 그를 아직도 용서 할수 없다.
이미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 마저 악랄한 그를 잊어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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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바빠죽겠는데 윤두준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야, 양요섭 너 어디냐?"
"밖이다, 왜 인마-"
"넌 나 없이도 잘 쳐먹고 잘 살겠지? 그치?"
이게 갑자기 왠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걸까. 이 미친놈, 또 술 쳐마셨나보네. 나랑 말장난 치자는건가.
"그래, 너 없어도 잘 쳐먹고 잘 산다."
"뭐 그렇다면 다행이네. 근데 어쩌냐, 난 너 없인 못 살것 같다. 그래서 먼저 가나봐.
조금 더 일찍 말하고 싶었는데 뒤질 때 되니까 이제 와서 비겁하게 튀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사랑해, 양요섭……"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가긴 어딜 가고 그도 나와 마음이 같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내 머릿속은 정말이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뭔 소리야 갑자기, 너 진짜 대낮부터 미쳤냐? 어..? 야, 야 대답 좀 해봐! 너 지금 어딘데!"
"어딘지 알면 니가 찾아오기라도 할거냐? 못 와, 오지마. 그냥 대답이라도 속 시원히 해줘. 차일 각오 이미 다 했거든."
"차이긴 뭘 차여! 안 차니까 빨리 어딘지 대답이나 해 봐. 나도 너 사랑해,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끊지 말아봐, 어?"
"세상 살 다 보니 별 일이 다있네. 네 입에서 사랑한다는 소리가 나올 줄이야. 그래도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 들으니까 기분은 좋다- 나도 사랑해, 진짜 사랑ㅎ……"
그렇게 그는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나도 똑같이 말해줄걸. 내가 먼저 너 없으면 못 산다고 진작에 말해줄걸.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둘걸.
난 왜 뒤늦게 깨달았을까. 애써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는 듯한 그 모습들 뒤에 담겨있던 애정어린 목소리들을…….
*) 많이 오글거려요.. 처녀작이라.. 올리기도 매우 부끄럽지만 그래도 쓴게 아까워서.. 죄송합니다.. 흐규ㅠㅠㅠㅠ 조용히 묻혀야지.. (소금소금)
대구 지하철 실화가 모티브였는데 슬퍼서 그냥..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