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 새끼는 나한테 문자도 없어? 왜? “크리스마스잖아, 게다가... 지금 크리스마스가... 몇 시간 남았냐.” 아니, 한 시간도 안 남았는데, 어? 전화도 모자랄 망정 문자 하나도 안 와? 와, 섭섭하다 진짜. 손동운 나쁜 놈. 이 새끼, 나한테 소홀해진 게 분명해. 나이를 먹었나, 요즘 센치해져서 우울한데 지금. 어? 연락이 한 통도 없어? 씨이... 괜히 눈물이 난다. “짜증 나아... 흐엉.” 결국 내 방으로 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어버렸다. 나쁜 새끼, 너랑 다신 연락 안 해! 핸드폰을 끄고, 혹시 몰라 배터리까지 분리해버렸다. 집 전화로 전화가 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코드를 빼 버릴까 하다가 그냥 냅뒀다. 그러고는 다시 울컥 서운해져서, 또 엉엉 울다가 그렇게 잔 것 같다. “으우...” 새벽부터 무슨 전화야. 눈을 반 쯤 뜬 상태로 엉금엉금 기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 큼, 여보세요. 방금 자다 일어나선지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그대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 [형, 형. 요섭아. 어디 아파요? 응? 왜 전화도 꺼져있고 연락이 안돼요? 목소리는 또 왜 그래? 문 좀 열어봐요, 나 지금 형 집 앞이야. 빨리 열어봐요. 응?] 말이 끝나자마자, 현관문이 쾅쾅쾅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어제가 크리스마스... 저 새낀 나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껐... 오케이. 양요섭 장난끼 발동. 킬킬대며 그대로 집 안에 뻗어있었다. 엿 좀 먹어봐라. 베. [형, 문 안 열 거에요? 빨리 좀 열어봐요, 걱정되잖아! 형? 형, 형! 양요섭!] 그리고는 다시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듯, 쾅쾅대는 소리가 더욱 빠르게 들렸다. 이웃분들 잠 다 깨실텐데... 저 놈도 그 생각을 했는지, 곧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잘 모르겠는지, 몇 번 누르다 포기하는가 싶더니 다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 [씹, 문 좀 열으라구요! 형, 자꾸 걱정되게 할 거에요? 나 추워. 빨리 문 열으라구요!] 다급한 목소리가 내 고막을 때렸다. 이거 어쩌지, 열어줘야 할 것 같은데. 에이, 짜증나. 난 얠 절대 못 이긴다니까. 느릿느릿 일어나서 느릿느릿 기어가 느릿느릿 문을 열어주었더니, 찬 바람이 훅 들어오는 동시에 동운이가 날 확 껴안았다. “...동운아?” “씨... 내가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요? 내가... 내가...” 그리고는 아이처럼 울어버리는 동운이다. 어젯밤의 내가 생각나 나도 똑같이 울어버렸다. 흐어, 형이 미안, 해. 흐엉. 엉엉 울면서 말하자, 동운이가 날 꼭 안고는 뒷통수를 슬슬 쓰다듬어주었다. “아니에요, 저도, 어제 연락 못해서, 죄송, 해요.” 울어버린 덕분에, 말 중간중간이 끊어져버렸다. 나는 동운이의 품에서 빠져나와 볼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나름 큰 손으로 슥슥 닦아주었다. 아냐, 나두 홧김에 핸드폰 꺼서 미안해. 그리고는 쌍커풀 있는 큰 두 눈에 뽀뽀 쪽쪽, 날카롭고 높은 콧등에도 쪽,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는지 꽁꽁 얼어버린 두 볼에 쪽쪽, 그리고 말랑말랑한 턱에도 뽀뽀를 해주었다. “여기도 해 줄까?” 검지로 입술을 건드리며 해맑게 묻는 나의 질문에, 따라 웃으며 내 검지를 아프지 않게 앙, 하고 물더니 그대로 그 손을 제 뒷목께로 가져다 댔다. “눈, 코, 입, 볼, 턱에는 형이 뽀뽀해줬으니까, 이번엔 제가 할게요.” 응? 하고 되물을 새도 없이, 순간적으로 동운이의 얼굴이 다가와 깜짝 놀라 눈을 감았더니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왜 웃어! 라고 씩씩대며 반박하자, 배시시 웃으며 귀여우니까. 라더니 입을 맞췄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했던 키스였지만, 그리고 동운이의 키가 생각보다 커서 목이 아팠던 키스였지만, 나름 달콤했던 첫 키스였다. 지금은 침대에 동운이의 팔을 베고 누워있다. 동운이 팔이 아플 거라 예상하고 있지만, 어제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해! “동우나.” 옆에 누워있는 동운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내뱉은 말은 동운이의 이름이었다. “네, 형?” 저의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내 눈을 쳐다보는 동운의 눈에 쑥 빨려들어갈 것 만 같아 몇 초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형은 왜 불러놓고 말이 없어요? 하고 동운이가 그대로 다시 눈을 감으려는 순간, 나는 그의 허리를 팔로 감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동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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