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좋습니다."
밝은 목소리가 고조된 분위기에 어우러졌다. 무언갈 시작하는, 그런 목소리다. 성인의 때를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남자는 그에 걸맞는 눈빛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분위기와 눈빛은 따로 노는 듯 했다. 마치 각각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 뒤섞어 놓은 것만 같았다. 남자는 자신의 몸에 딱 맞게 피팅된 검은 색 와이셔츠와 하얀색 슬렉스를 입고 있었다. 아까도 본 페이스들이 몇 있네요. 딜러 S입니다. 허튼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진짜 총 쏘거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이 뉴스 나온다고요, 우리. 상혁은 농담 어조로 말하며, 능숙한 솜씨로 트럼프를 테이블의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다. 포커가 시작되었다. 상혁은 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어 개 정도 풀어놨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잠갔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 절제의 공간에 있는 그들은 차례 차례 카드를 뒤집었다. 그들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 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드가 뒤집어짐에 따라 환희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책상을 치며 성난 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엔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아저씨? 화이팅 하세요."
게임에 집중한 남자는 상혁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만 끼어들어 씹새끼야. 머리에 피도 안 바른 새끼가 말야. 남자는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어이쿠, 죄송."
당신보단 많이 묻혀봤을 텐데. 상혁은 사과의 의미를 담아서 해야 될 말을 다른 감정을 담아 카드를 뒤집고 있는 남자에게 내뱉었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상혁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상혁은 그런 남자를 무시하곤 이번엔 젊은 여자의 옆으로 가서 섰다. 아가씨, 카드 그만 뒤집는 게 좋을 텐데. 젊은 여자는 상혁의 말을 무시하곤 포커를 이어갔다. 젊은 여자는 카드를 뒤집었다. 그리고 사색이 되어 절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게 제가 말했잖아요. 하지 말래도. 상혁은 혀를 차며 말했다.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여자의 주먹이 떨렸다.
"즐거웠습니다. 여러분."
상혁은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달았다. EC를 두 번 두드렸다. 요원 S 임무 보고 합니다. 타겟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습니다. 따분합니다. 집에 가고 싶네요. 잠입수사는 너무 힘듭니다. 그 순간 EC에서 헛웃음을 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원 L 요원 S에 응답합니다. 한 것도 없으면서 투덜거리지 마세요. 잠입수사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란 말입니다- 요원 L은 말꼬리를 늘렸다.
"저 잘했지 않나요? 나름 숨긴 건..."
너 하는 꼬라지 보니까 그다지 다른 것 같지도 않더만. 그런 말 할 시간에 어떻게 평소의 나와 다르게 행동을 할까? 라는 고민을 해 보는 게 어떤가요? 제 데이터는 그걸 추천하더군요. 아 그리고 아가씨 하나 보냈으니 따분할 일은 없을 겁니다. 상혁의 말을 끊고는 요원 L이 말했다. 아가씨라- 상혁의 얼굴에 즐거움이 번졌다. 상혁은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카지노의 문을 열었다.
"이따 다시 연결하겠습니..." 상혁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표정을 풀고는 말했다.
"요원 S 타겟 발견하였습니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상혁은 문에 기대 타겟을 주시하였다. 주변이 온통 시끄러웠다. 타겟은 바로 가 의자에 앉았다. 타겟은 바텐더와 몇 마디 주고 받았다. 얘기가 끝나자 바텐더는 곧장 언더락 잔에 양주를 담아주었다. 타겟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잔을 받았다. 그 표정 언제까지 갈까 보자고. 상혁은 트럼프 한 장을 들고 타겟의 손을 노려 날렸다. 상혁이 날린 트럼프는 타겟의 손등을 스쳤다. 타겟의 손등은 트럼프에 베여서 난 상처가 생겼다. 타겟은 작게 신음하며 언더락 잔을 놓쳤다. 언더락 잔이 바닥과 충돌하여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상혁은 작게 박수를 쳤다. 나이스 샷. 타겟은 벌떡 일어나 애꿎은 바텐더에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멍청한 인간. 안쓰러운 바텐더는 자신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을 향해 아무것도 모른 채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상혁은 카지노에서 제일 소란스러운 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텐더는 아직도 사과를 하고 있었다. 상혁은 타겟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슬랙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타겟의 손에 쥐어주고는 말했다. 방금 박살난 거랑 같은 거로. 뜨거운 쇠구슬이 뜨거운 물에 들어와 버렸다. 뜨거운 물은 뜨거운 쇠구슬 앞에서 뜨겁다는 수식어를 잃어버렸다. 물은 당황하여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타겟과 바텐더는 모든 사고를 정지하곤 상혁을 쳐다보았다.
"넌 뭐야, 이 새끼야. 지금 한 판 뜨자는 거냐?"
타겟은 상혁에게도 바텐더에게 한 것과 똑같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상혁은 바텐더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상혁은 턱을 괴고 타겟을 올려다 보았다.
"아뇨, 아저씨 저랑 게임 한 판 할래요?"
상혁은 화라는 감정을 가진 사람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 순간 상혁의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다. 바텐더, 나도 박살난 거랑 똑같은 거로. 목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쇠구슬에 얼음 물을 부었다. 여자였다. 아는 여자였다. 여자는 상혁의 어깨에 손을 올려 자신을 보게 하고 말하였다. 아저씨, 나도 끼워주세요. 상혁은 기가 차 헛웃음을 뱉었다. 누구보고 아저씨래. 억울하네.
"아가씨, 아저씬 저기 하나뿐인데."
상혁은 타겟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여자는 무표정으로 응답했다.
"어이쿠 죄송."
그 순간 바텐더가 두 개의 언더락 잔을 각각 상혁과 여자 앞에 놓았다. 상혁은 잔을 들고는 살짝 흔들어 보았다. 물이 일렁인다.
"좋아요. 끼워드릴게요. 우리 셋이 게임 한 판 합시다."
반칙은 안 되는 거 알죠?
알아. 여자는 즐거운 듯 웃었다.
-----
암호닉
쟈니
-----
여러분 궁금한 게 무척이나 많을 것으로 보입니드ㅏ 요원 L은 누구이며 EC는 또 뭐고... 그쵸? 그런 이유로 다음엔 멤버 소개와 글에 나오는 물건들의 명칭과 필요성 등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아 물론 질문도 받습니다 궁금한 건 그때그때 댓글 남겨주세요:)
좋은 밤 되세요 여러붐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