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퍼포먼스팀 리더 권순영 X 신인 걸그룹 권순영 덕후 너봉
05. 希劣
가인, 조형우 - Brunch
20.
밴이 너봉네 숙소 앞에 멈춰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둘 사이에 말이 없어졌고, 너봉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애써 대화를 잇기 시작했어.
"오늘 영화 재밌었어요."
"무섭다고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니에요, 저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봤어요. 여자 귀신 나올 땐 좀 무섭던데요? 하하.
없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영화 후기를 지어내는 너봉이의 속내가 훤히 보였던 순영은 다정한 눈길로 너봉을 바라보며 말했어.
"솔직히 말해봐요. 집에 가기 싫죠?"
제 속내를 정확하게 들추는 순영에 너봉이는 말까지 더듬어가며 부정했지.
아니, 아니거든요! 순영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엔 너무 부끄러운 너봉이었어.
잠시 순영과 너봉 사이에 조용한 기색이 흘렀고, 곧내 순영의 입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어.
"난 너봉씨 보내기 싫은데,"
"..."
너봉씨는 아니라니까 내심 속상하네요. 줄곧 너봉을 바라보던 순영이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렸어.
한 번도 속상하다는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던 순영이 그런 말을 하니 너봉이는 자신이 말실수라도 저지른 건가 싶어 안절부절했지.
"아니, 선배랑 같이 있기 싫다는 게 아니라..."
"..."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부끄럽단 말이에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축 처져있는 너봉이 귀여웠던 순영은 속상한 척하는 연기를 더이상 이을 수 없었는지 공기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어.
너봉이는 그런 순영을 보며 뒤늦게 또 속았다는 걸 알아챘지.
"저 또 속은 거죠?"
"이제 알았어요? 내가 봐도 연기 어색했는데."
"방금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봐요, 손에 땀 난 거!"
너봉이는 순영의 눈 앞에 제 손바닥을 들이밀며 씩씩거렸어.
순영은 불쑥 가까워진 너봉이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제 손을 가져다대며 손깍지를 꼈어.
말도 안 되잖아요. 내가 너봉씨한테 속상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러자 너봉이는 순영에게서 제 손을 빼내더니 이렇게 말했어.
"이렇게 손 잡으면 풀릴 것 같아요? 당분간 연락 하지마요!"
그리고는 차를 박차고 나와 숙소로 향했어.
화난 걸음으로 가는 와중에도 순영이 붙잡으러 오길 바라며 뒤를 돌아봤지만 너봉이의 기대와는 다르게 순영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
권순영,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너봉이는 앞으론 절대 순영에게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내가 맨날 속아주니까 계속 저러지. 이젠 선배 말 하나도 안 믿어.
센서등이 꺼질 때까지 너봉을 지켜보던 순영은 휴대폰을 꺼내서는 너봉이에게 문자를 보냈어.
[ 연락하지 말랬는데 해서 미안해요 늦었으니까 얼른 씻고 자요 ] PM 10 : 57
[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요 너봉씨가 먼저 안기기도 하고 그리고 음 ] PM 10 : 57
[ ㅋㅋㅋ 더 이상은 말 안 할래 토끼야 사랑해 ] PM 10 : 57
21.
숙소에 들어온 너봉이는 혹여나 자고 있는 언니들이 깰까 싶어 조심스레 현관문을 닫았어.
하루종일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은 너봉이 제 방으로 들어가려하는 그때, 누군가 너봉이의 이름을 불렀지.
너봉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목소리의 주인이 고은이라는 걸 알게되자 저도 모르게 안심했어.
"언니 안 자고 뭐했어?"
"문 여는 소리에 방금 깼지."
미안, 조심히 들어온다는 게. 너봉이는 자신 때문에 고은이 잠에서 깼다고 생각하자 미안함이 밀려왔어.
너봉이의 사과에 고은은 괜찮다며 가볍게 대답하고는 식탁에 올려진 물을 마셨지.
"넌 이 시간까지 뭐하다가 이제 들어와?"
"아, 연습 좀 하느라."
차마 순영과 데이트를 했다고 말하지 못하고 대강 뭉뚱그려 말하는 너봉을 힐끗 흘겨본 고은이 컵을 식탁 위로 소리나게 내려놨어.
"권순영이랑?"
존칭 하나 없이 순영의 본명을 그대로 내뱉는 고은에 당황하는 건 오히려 너봉이었어.
너봉이 으응, 하며 겨우 답하자 피식 웃은 고은이 비꼬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어.
"권순영이 너한테 꽤 관심 갖는다고 그러던데,"
"..."
"사실인가봐?"
너봉이는 고은의 말에 끝까지 답하지 못했어. 여기서 그렇다고 말하면 순영과의 사이를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지.
고은은 입을 야물게 다문 너봉이의 얼굴을 곁눈질하더니 이내 제 방 앞으로 걸어갔어.
그리고는 너봉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어.
"잘해봐. 너 평소에 권순영 많이 좋아했잖아."
"...응."
괜히 질질 끌다가 남한테 뺏기지 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고은은 이내 제 방으로 들어갔어.
너봉이는 정신이 멍한 채로 닫힌 문을 바라봤어.
방금 일어난 사람치곤 너무나 멀쩡했던 고은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렸지.
내가 미쳤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고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털어낸 너봉이는 한시라도 빨리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어.
22.
음악방송 사전녹화를 위해 너봉과 멤버들은 차에 올라탔어.
너봉이는 휴대폰 전원을 켜자 알림음과 함께 도착하는 순영의 문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어.
[ 연락하지 말랬는데 해서 미안해요 늦었으니까 얼른 씻고 자요 ] PM 10 : 57
[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요 너봉씨가 먼저 안기기도 하고 그리고 음 ] PM 10 : 57
[ ㅋㅋㅋ 더 이상은 말 안 할래 토끼야 사랑해 ] PM 10 : 57
- 선배 ♥
너봉이는 문득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에 부끄러움이 물밀듯 솟구쳤어.
맞다, 우리 어제 키스했지.
"...부끄러워서 얼굴을 어떻게 봐."
"응?"
너봉이는 속으로 되새기던 말을 실수로 입 밖으로 내어버렸어.
그러자 다른 멤버들은 너봉이의 생뚱맞은 말에 어리둥절하더니 곧내 눈치를 채고는 놀리기 시작했어.
"우리 막내 뭐가 부끄러워-?"
"아냐, 아무 것도 아냐!"
"어제 선배님이랑 무슨 일 있었구나?"
평소 장난이 짓궂은 미래가 놀려대자 너봉이는 당황해서 식은 땀을 흘리기까지 했어.
게다가 가만히 지켜보던 주연까지 합세해서 몰아대니 너봉이는 믿었던 언니까지 그러냐며 눈물이 찔끔 나오려했지.
"어디 우리 막내 폰 한 번 볼까."
"아, 안돼!"
너봉이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는 틈을 탄 미래가 너봉이의 폰을 뺏어들었어.
다급히 팔을 뻗은 너봉이 다시 폰을 뺏어들었지만 이미 미래가 문자 내용을 보고난 후였지.
"와,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말하지마..."
그 선배가 너봉이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미래가 흥분한 채로 묻자 멤버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집중했어.
"토끼야, 사랑, 읍!"
"말하지 말라고!"
너봉이는 문자 내용을 그대로 읊는 미래에게로 달려들어 입을 막았어.
그러자 너봉이에게 깔린 미래가 버둥거리며 소리쳤지.
"김너봉 빼박 어제 데이트했다!"
"조용히 해, 좀!"
오빠 들었죠? 얘 요즘 연애한다니까요!
자신의 등짝을 찰싹 내려치는 너봉이의 두 손목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미래가 운전석에 앉은 매니저 오빠를 향해 소리쳤어.
매니저 오빠는 허허,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미래는 재미없게 그게 뭐냐며 매니저 오빠를 향해 야유를 보냈어.
"나는 연애 찬성하는데."
"에이, 극적인 상황 전개 몰라요?"
미래, 너 너무 영화를 많이 봤어. 매니저 오빠의 말에 너봉과 멤버들은 빵 터져버렸어.
그러자 미래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차 시트에 드러누웠지.
"우리 막내도 연애를 하는데... 나는 스물 하나 먹고 애인 하나 없고..."
"그만해라, 진짜..."
여러분, 제가 동생한테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살아요! 미래가 큰소리로 하소연하자 너봉이는 한숨을 쉬며 차창에 머리를 기댔어.
창밖으로 지나가는 바쁜 차들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순영의 얼굴에 너봉은 얼른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벌써 또 보고싶네, 어제도 봤으면서.
23.
사전녹화를 기다리던 너봉이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복도로 나왔어.
그때, 너봉이의 시야에 저 멀리 비상구 쪽에 서있는 순영이 들어왔어.
너봉이 신나서는 빠른 걸음으로 순영에게 뛰어가다 순영의 맞은 편에 서있는 고은을 보고 멈칫했어.
선배가 왜 언니랑 같이 있지.
멀찍이서 고은과 순영을 바라보던 너봉이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
무슨 얘기를 하길래 저리 다정해보일까.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고은과 순영은 이내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대화를 마쳤고 너봉이는 제 쪽으로 걸어오는 고은과 눈이 마주쳤어.
서로의 시선이 얽히자 고은은 마치 너봉이 거기 있을 줄 알았다는 듯 자연스레 눈웃음을 짓더니 너봉이에게 다가왔어.
"왜 그렇게 서있어?"
"...어, 화장실 좀 가려구."
"그래? 잘 갔다와."
그리고는 잘 갔다오라는 말과 함께 미련없이 지나가버리는 고은이었어.
너봉이는 뒤돌아가서는 고은의 손목을 무작정 잡아챘어.
"언니, 있잖아,"
막상 고은을 붙잡고 나니 차마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너봉이었어.
아까 선배랑 왜 같이 있었냐고,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
계속해서 뜸만 들이는 너봉에 고은은 너봉이의 손아귀 안에 잡혀있던 제 손목을 빼내더니 마치 더러운 게 묻기라도 한 것처럼 탈탈 털어냈어.
"말도 제대로 못할 거면서 무작정 바쁜 사람 묶어놓지마."
"...아, 미안해."
직설적인 고은의 말투에 풀이 죽은 너봉이었어.
그리고는 고은을 잡았다 놓은 제 손을 바라보더니 미안하다며 사과했지.
미안해, 얼른 가던 길 가. 말을 마친 너봉이는 화장실로 걸음을 재촉해 걸었어.
하염없이 너봉이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던 고은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어.
너무나 제 계획대로 돌아가는 상황 덕에 희열감까지 들기 시작했지.
헛된 희망과 그 속에서 제 모습을 보이는 빛바랜 열등감.
너봉아,
넌 날 너무 믿었어.
사담 |
안녕하세요 겨우 하루 쉬었는데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이 느껴지네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약간 애매하게 끝난 듯 싶네요 글이 뒤죽박죽하고 여러분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양해 부탁드려요 ;ㅁ; 사실 제가 요즘 글태기가 와서 마음만큼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낮 대신 이렇게 밤에 찾아뵙게 됐어요 ㅎㅎ 그럼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ㅁ<
+) 그리고 저 독방 자주 본답니다! 제 작품에 관한 글 올라올 때마다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ㅠㅠ 부족한 글인데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기만 하네요 ... T^T 여러분 사랑에 보답하도록 더욱 노력하는 권덕 되겠습니다! |
♥순영이의 토끼들♥ |
Dly 천사영 메리 밍구밍구 예찬 낭낭 오메 백일몽 고라파덕 세대주 한솥 뿌뿌젤라 유레베 만보네감귤 슬곰 DEL 호시시해 7월17일 요를레히 뿌뿌까까 애정 세븐틴틴틴 코코몽 필소 김녕 치즈쨘 아장이 방울방울해 배고파 크림빵 으갹갹 전늘보 눠예쁘다 칠백 우지별 밍구찡 검은콩 몰몽 넉zzㅏ 순영 공듓님 디노로운 쑤하진 1472 플라워 9월의겨울 햄찌 베리소스윗 설탕모찌 피치 조히 필소 아움 둡돌고래 잠시 세봉쓰 감자오빠 달달 뀰 햇살 뀨지훈 10시10분 도리도리 흥권호시 빼빼빼 호시탐탐 새벽 최순 민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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