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의 일상이란, 네 번째 일상
W. 야끼소바
그 날 밤, 이민형에게서 온 문자는 나를 밤새 뒤척이게 했다.
이민형 010-1999-0802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쁜 짓만 해요? 누나가 해준 거니까 아껴 먹어야겠다. 고마워요, 누나. 많이많이 사랑해요♥♥♥♥♥♥♥♥♥♥♥♥♥♥♥♥♥♥♥♥
하트가 몇 개야,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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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민 씨는 이걸 지금 일이라고 해온 겁니까?"
"아니 저 그게..."
"정신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열쇠를 잃어버렸던, 정신이 하나도 없던 바로 그 날 작성했던 서류가 엉망이었나 보다. 그래, 머리 나사 하나 빼놓고 했던 일이 잘 될리가 없지.
"이렇게 할 거면 회사 왜 다닙니까?"
"죄송합니다..."
"다시, 똑바로 해서 오세요."
"네..."
내게 소리를 지르고서는 팀장실로 들어가는 이민형의 뒷모습이 밉게 느껴졌다. 나 잘못한 것도 알고 다 알겠는데, 굳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어야 돼? 나에게로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수군거리는 소리 또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창피해.
속상해.
울고 싶어.
입술을 꽉 깨물고 키보드를 두드리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서러움에 휴게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휴게실의 의자에 앉아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잘못한 일인데다가 이민형이 나에게 소리를 질렀던 이유도 충분히 알지만, 왜 이렇게 서러운 건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눈물이 났다. 겨우 이런 걸로 우는 것도 참 청승맞지만 그냥, 정말 그냥 눈물이 났다. 이민형이 미웠다. 네가 뭔데 날 울게 해. 네가 뭔데. 옆에 있던 정수기에서 찬물을 받아 마셨다. 울고 난 뒤에 찬물을 먹으니 머리가 더욱 얼얼한 느낌이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휴게실 밖으로 나섰다. 괜히 오기가 생겨, 팀장실 앞을 지나갈 때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며 걸어갔다. 평소에는 작은 소리만 나도 팀장실 밖을 바라보던 이민형이 이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에 한 번 더 울컥하는 기분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자리를 비워 저절로 꺼진 컴퓨터 화면을 다시 켰다. 이민형에게 된통 혼났던 그 서류를 다시 작성하는 중이다. 볼 위의 아직 덜 마른 눈물을 휴지로 꾹꾹 눌러 닦고 있으니 메신저 알림음이 들렸다.
띵동-
이민형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알림창에 뜨는 재현 씨의 이름에 남아 있던 기대마저도 와장창 깨져버렸다.
정재현
시민 씨, 무슨 일 있어요?
어... 무슨 일까지는 아닌데...
정재현
잠시 나올 수 있어요?
아, 네!
재현 씨가 먼저 나가고 내가 그를 따라 나갔다. 팀장실 앞을 지나가던 중, 이민형과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시선을 피해버리는 이민형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왜 자꾸 눈물이 나. 미치겠네.
"울었어요?"
"음..울었다고 하면 놀리실 거예요..?"
"아니요, 제가 시민 씨를 왜 놀려요."
"....네, 울었어요."
"팀장님께 한 소리 들어서 그런 거예요?"
'팀장님'의 이민형보다는 '남자친구'의 이민형 때문에 눈물이 났다는 게 더 옳은 거겠지.
"재현 씨, 사실은요..."
"팀장님이랑 사귀신다구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저만 아는 건지 직원들 전부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팀장님 티 엄청 내세요."
"이민형이 좀 그렇긴 해요."
"애인인 거 밝혔다고 바로 호칭 바뀌네요?"
"아..."
"그래서, 왜 운 거예요?"
막상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까지 쌓였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북받치는 느낌이랄까.
"민형이가 저보다 네 살 어리거든요. 그런데 민형이가 직급이 훨 높잖아요. 사실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과연 민형이랑 맞는 사람일까. 나한테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 아닐까. 제가 연상이라서 서러운 것도 많았어요. 나이가 더 많으니까 조금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하고, 조금 더 참아야 하고, 그리고..."
숨이 턱 막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게 이런 것이였나.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나의 행동에 재현 씨의 눈에 걱정스런 눈빛이 서렸다.
"주변 사람들도 그래요. 앞에서는 둘이 잘 어울리니 뭐니 해놓고서는 뒤에서는 민형이가 아깝다고 해요. 저는 그만큼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부족한 면이 이민형에게까지 보여진다는 게... 그게.. 너무 슬펐어요. 민형이가 소리 질렀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부족한 저랑 민형이를 비교하지 않을까. 괜히 민형이가 욕 먹지는 않을까. 그래서 사귀는 것도 안 밝힌 거예요."
쉴 틈 없이 말을 뱉어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있죠. 시민 씨와 팀장님을 꽤 오래 봐왔지만, 둘 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까울 사람들은 아니에요."
"...."
"시민 씨가 그것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
어깨를 토닥이는 재현 씨의 손길에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지금까지 이 모든 것들을 대체 어떻게 참아온 것일까.
오늘은 참, 어리광을 부리고 싶던 그런 날이었다.
---
삐리릭-
아침에 나갈 때는 분명 기분 좋게 들리던 소리가 지금은 거슬린다. 저 번호키도 어제 이민형이 직접 골라준 거였는데.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멍하니 쇼파에 앉아 있다, 울리는 벨소리에 깜짝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이민형. 휴대폰 화면 위로 띄워진 세 글자에 머리가 착잡했다. 받아야 하나. 아무래도 지금 이민형과 전화를 하면 내 감정조차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을 해버릴 것 같기도 했고.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를 그냥 가만히 두었다. 저절로 꺼질 때까지. 이민형이 포기하고 통화종료 버튼을 누를 때까지. 끝내 벨소리가 끊기고 외로움, 두려움, 서러움이 더해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다시 눈물을 훔쳤다.
너는 알기나 할까. 내가 이토록 힘들어한다는 걸.
이민형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감정을 정리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나는 잠에 들 때까지도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들었던 잠 조차도 편히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내 휴대폰의 최근 기록은 텅 비어 있었다.
***
커플이 항상 달달하라는 법은 없지요~ㅎㅎ 오늘 이야기로 말하자면, 오늘 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참아왔던 여주의 서러움이 폭발한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급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여주와 민형이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둘을 많이 흉보아왔고 여주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속에 자리한 상태예요. 회사 사람들은 민형이랑 여주랑 사귄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챘을텐데 민형이가 그 사람들 앞에서 여주에게 소리를 질렀으니, 여주는 또다시 뒷이야기의 대상이 될까봐 무서웠던 거죠. 그때 재현이가 토닥여주니까 바로 터져버린...
민형이가 여주에게 화를 내서 생기는 갈등보다는 여주의 감정 때문에 생기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시면 몰입이 더 잘되실 거예요! 실제로 여주는 자신의 감정 때문에 민형이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입니다...!!!
오늘 글은 뭔가 그냥 망한 것 같기도....
독자님들, 현생에 갑작스레 찾아온 개강과 개학 때문에 많이 충격 먹으셨죠! 저도예요...ㅎㅎ 이전까지 썼던 것처럼 자주 찾아오지는 못 할 것 같아요. 분량도.... 많이는 못 뽑을 것... 같네여..... 저를 매우 치세요.... 그래도 최대한 텀을 줄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들도 힘내세요 :) ♥♥♥♥♥♥♥
암호닉은 제일 최근 화에! [ ]와 함께! 신청해주셔야 제가 확인을 할 수가 있어요~ 누락되거나 틀린 암호닉은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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