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그랬다. 박찬열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언제나 가장 먼저 고민을 들어주던 시끄러우면서도 듬직한 친구. 그랬던 그 새끼가 동거하고 있는 내 여친과 바람이 났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채지 못했다기 보다 부정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 여친과 내 절친을 믿었으니깐.
그런데 어느 순간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기 시작햇다. 내가 여친과 데이트를 하고 있으면, 사이에 찬열이 끼어 들어왔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세명이서의 만남이 잦아지자, '워낙 눈치없는 자식이니까 뭐~ 이정도야 뭐~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넘어가버렸다. 여친의 카톡에 찬열과의 대화방이 눈에 띄었지만 '어짜피 서로 아는 사이니깐 뭐~ '할 수 야있지 싶었다. 또 소심하다는 얘기 듣기도 싫고.... 흠...
아무튼 이후에 내 여친과 찬열이 만나서 밥을 먹었다고해도 나는 그들을 믿었고, 둘이 나를 위해서 장을 보러갔다고 해도 믿었다. 그들을 믿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친과의 관계를, 그리고 여태까지 가장 믿어왔던 친구와의 관계를 깨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왔을 때, 여친과 함께 사는 집에서 박찬열이 내 여친과 같이 있는 모습을 봤을 땐, 도저히 버틸 수 가 없었다. 둘은 내집에서, 내방에서 같이 붙어있엇다.
"뭐하는거야....?"
목소리가 잠겼다. 목이 매여서인가 소리가 갈라져 나온다.
"둘이 뭐하고 있는 거냐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저 둘의 꼬라지를 보자면, 그래 내 여친은 아주 태연하다. 반면 박찬열, 내가 절친이라 믿었던 저 새끼는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있다.
"대답해 너 "
"......."
"대답해 정수정.. 너희 뭐하고 있었냐.."
"......"
"대답하라고!!!"
여친이 답이 없다. 뻔뻔해 보였는데, 역시 나한테 미안한걸까. 다시사과할까. 내가 잘못본거다 말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여친이 옆에 있던, 박찬열에게 몸을 틀었다. 그러더니... 내 앞에서......둘이 키스를 했다.
"!"
"봤지? 솔직히 말해 도경수. 너도 알고있엇잖아. 나 마음 변한거."
...쟤가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는 거지? 나랑 같이 살던, 내 여자 친구가 나한테 지금 나한테 뭐라고하는 거지?
" 난 너가 알아 차릴줄 알았는데, 너 꿈에도 모르더라?"
아냐.... 알고 있었어. 인정하기 싫었던거지.
"이제 상황 파악이 된거 같은데, 잘봐. 나 찬열 오빠랑 사겨. 방금 전까지도 둘이 신나게 놀고 있었어 너없을 때. 우리 둘이서"
차라리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막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옆에서는 박찬열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경수야.... 진짜 미안하다... 너한테 할 말이 없....."
"닥쳐!! 한마디도 하지마. 박찬열. 너같은 새끼를 친구라고 믿어온 내가 바보다.. 알겟어. 잘알겠으니깐 꺼져 줄게"
더 들을 가치도 없었다. 난 여태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낸거지? 저런 인간들이랑?
당장 문을 열고 나왔다. 입으로는 쌍욕이 나오면서도, 눈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한명도 아닌, 두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내가 저런 년놈을 사랑하고 믿어왔다니... 믿은 내가 썅놈이다.......
집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뭘어떻게해야 될지 막막하다. 퇴근할때 들고온 서류가방 달랑 하나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렇다고 다시 저 집에 들어가고 싶지않았다. '날도 추운데 어떡하지.. 후 일단 내일 출근하는 게 문젠가' 충격때문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나는 한동안 집앞에서 서성였다.
그떄, 시야에 큰 그림자가 졌다. 그리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경수.. 형?"
아아. 너구나.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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