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려?
열려, 현수야!
씨발 새끼, 죽었음 진짜...
고요하던 동네가 소란스러워졌다. 방 안은 누군가 죽은 것 처럼 싸했다. 지혁은 온 몸에 소름이 파르르 올라오는 걸 너무 생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ㅡ 병희가 치였을 때, 바로 그 때의 느낌ㅡ지혁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만약, 이현수가 자살 했다면. 다솜이가 말하지 못했지 손목을 그었다거나, 부모님이 먹는 수면제를 입에 꾸역 꾸역 쑤셔 넣었다면. 지혁이 현수의 집 문 앞에서 멈추었다. 들어갈, 용기가 없다.
Pouring Rain
w.럽비
지혁이 현수와 만난 건 구지 말하지 않아도 될 어린시절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현수와 지혁은 흔히들 말하는 불알 친구에 가까웠고 그는 밴드 멤버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갈 때에도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현수는 매사에 냉정하고, 소위 말해서 쿨했고, 지혁은 적극적인 면이 적어도 현수 보다는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경종은 장난 삼아, 니네는 뭐 하나 똑같은 것도 없으면서 우째 친구가 됐대? 지혁은 경종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끝냈지만 현수의 표정은 많이 굳어 있었다. 그 때 부터 시작이었다. 지혁이 이현수란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현수가 권지혁이란 존재로 인해 상처받는 것의.
권지혁, 니 뭐하느라 이리 서있는데?
... .... 야. 나 못 들어가겠다.
무슨 지랄이야? 권지혁, 야!
안에서 부터 들려오는 하진의 외침에 지혁은 살짝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었다. 찬 입김이 앞에 어른거렸다. 현수의 얼굴, 병희의 얼굴도 같이. 지혁이 손을 들어 그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금방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지혁은 따까워 오는 눈을 감았다. 그 지난 날, 병희와 영혼으로 묶인 존재가 되었을 때. 지혁은 그 때의 현수를 돌아보았다. 언제나 주병희와 함께 있는 자신을 말 없이 보던 이현수. 언제부턴가 더 차가워지고 자신 앞에서 잘 웃지 않았던 이현수. 언제부턴가ㅡ
자신과 둘이 남는 것을 끔찍하게도 피하는 이현수를.
... ... 피하고 있었구나. 이현수.
지혁의 중얼거림에 경종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안에서 뭐라 뭐라 들려오는 외침을 또 들어보았다. 현수는 다행이 울다 탈진해서 쓰러진 것 같다고, 상처는 없다고 했다. 지혁도 분명히 들었을 터인데. 잠시 그를 바라보던 경종이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미안해 하고 있구나. 머쓱한 그 순간을 어떻게 할 지 몰라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지혁의 표정이 너무 허탈해 보여서, 도저히 뭐라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현수가 괜찮다고 해도 뭔가를 깨달아 버린 지혁이 과연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수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을까. 경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 ... 지혁아. 내 니한테 말 안한거 하나 있다.
어 ... 뭐?
현수, 얘긴데. 너무 ... 미안해하지말고 화도 내지 말고 들어라. 그냥.
* * *
우리 다 당구장에서 자고 있던 날이었는데ㅡ 경종이 말을 조심스레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와 자꾸만 움찔 움찔 거렸다. 지혁은 경종에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내가 지은 죄가 많은 거지, 처음으로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해도 내 잘못은 아니었는데. 지혁은 눈을 내리 깔았다. 괜히 말을 꺼냈나 싶던 경종도 결심을 하곤 고갤 끄덕였다. 그 때, 현수, 그 새끼가 혼자 뭘 찔끔 찔끔 마시는 기라. 말하는 경종의 목소리는 많이 막혀 있었다.
술을 막 처 마시고 있는데. 아가 너무 슬퍼 보이더라고.
... ... 걔 혼자?
엉 ... 그러고, 막 내가 감수성이라도 터지셨나 하면서 갔는데, 아가 막 우는거 있제, 내 놀라가지고 ...
경종이 말 끝을 흐린건 지혁의 표정 탓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현수가 우는걸 본적이 있었나? 지혁의 표정에는 그렇게 써 있었다. 물론 현수의 주사는 우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주사를 부린적이 없던 현수인 탓에 지혁은 꽤 놀란듯 보였다. 경종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와 우냐고, 내가 막 카니까 아가 내 손을 잡더니 뭐라 씨부리더라고. 근데, 내가 하나 제대로 된 걸 들었제. 경종의 말이 끊겼다. 지혁은 재촉할 수가 없다. 지금 경종은,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었으니까. ... 그냥 말 해라. 괜찮아. 지혁이 낮게 읊조리자 그제야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얼어붙은 입술이 너무 쉽게 말을 뱉었다.
... ... 너무 외롭다고, 카더라고. 너무 외로워서, 지 제대로 아는 애새끼는 하나 밖에 없는데 없다고 이제.
.... .... 현수가. 그랬어?
막 ... ... 애가 제대로 울지도 못하드라고. 숨 넘어갈 거 마냥 꺽 꺽 대는데, 병희보고 밉단 말은 않하대.
병신새끼, 왜 말을 안하고,
니가 병희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댄다. 자기는 니가 너무 좋은데. 끝내 경종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눈에 방울 방울 맺힌 눈물이 안쓰럽게도 떨어져 내렸다. 경종은 현수를 백번이고 천번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양아치라고 해도, 동네 깡패라고 해도 결국은 애들이었으니까. 언제나 외로움을 품고 사는 현수가 불쌍하고, 안쓰럽고, 그리고 무엇보다 정작 당사자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또 재수없게 굴었던 현수가 미련했다. 경종이 눈물을 벅벅 문지르고는 숨을 들이켰다.
... 현수 좀 많이 챙기라. 울다 쓰러진거지 상처같은거 없다니까. 점마들한테 내가 말 하께. 좀 ...
알았다, ... 고맙다. 경종아.
지혁이 그제야 미약하게 웃자 경종이 한결 나아진 듯 웃어보였다. 둘이 서로를 보며 마냥 허탈하게 웃자 도일이 성큼 성큼 다가왔다. 현수 열이 좀 있는데, 약 좀 사올까? 야아, 도일아. 하진이 데리고 나와라. 우리가 사오자! 셋이나 가야되? 아, 길이 어딘지 모르잖아. 얼른. 경종이 도일을 툭툭 치며 말했다. 지혁은 그 모습에 실소를 터뜨렸다. 경종이 지혁의 눈을 보고 웃자 지혁도 같이 웃었다. 하진이 온갖 쌍욕을 하며 밖으로 나가서야 지혁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 ... 으이구. 결국 후회할 거면서 일 치기는. ...
지혁이 가만히 현수의 옆에 앉아 중얼거렸다. 제법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퉁퉁 부운 눈이 안쓰러워 살짝 매만져주었다. 지혁은 괜히 자신의 입술을 물어 뜯었다. 비릿한 피맛이 풍기자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 입술을 꾹 눌렀다. 피가 흘러나오는게 영 기분이 나빠 지혁이 한숨을 쉬었다. 괜시리 깨지 않은 현수가 괘씸해져 지혁이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 병신아. 말을 했어야지. 존나 나쁜 새끼 ... 만날 그런거 품고 있었냐?
... ....
얌마, 내가 좀 소홀한건 ... 미안하다. 이현수.
머쓱해져 볼을 몇번 긁적인 지혁이 기지개를 펴고는 현수의 옆에 벌러덩 누웠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보는 현수의 얼굴에 지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법 ... 잘생겼네, 제법이 아니지. 지혁이 곱게 펴진 눈썹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피부가 뽀얗다. 그래도 제일 애기같은건 경종인줄 알았는데, 지혁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현수였네, 애기는. 말랑한 볼에 지혁이 멍하니 넋을 놓고 보다 이내 눈을 감고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 깔았다. 통통한 입술이 눈에 아른거려 씨, 짜증을 한번 내곤 다시 고갤 들자 제 앞에 눈을 뜨고 눈을 껌뻑이는 현수가 보였다.
아!! 씨발... 존나, 이현수!
... ... 지혀가.
놀란 지혁이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나며 온갖 욕을 뱉자, 현수가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아직 비몽사몽한지 뭉개진 발음이 귀엽다고, 지혁은 생각했다. 너 얘기 다 드렀는데에 ... 답지 않에 말꼬리를 늘이는 현수가 귀여웠다. 지혁이 괜한 쪽팔림에 볼을 긁적이자 현수가 아이같이 웃었다. 지혁이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순수한 미소였다. 개새끼야. 애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괜히 지혁이 말을 돌리자 빤히 바라보던 현수가 풀이 죽은듯 시선을 떨구었다. ... 미안해. 그 짧은 중얼거림에도 지혁은 현수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 내가, 망쳤잖아, 다. 내가 ...
... 이현수.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던 입을 지혁이 제 입술로 막아버렸다. 상처난 손을 제 손에 마주잡고 깍지를 끼고는, 너무 힘들지 않게, 그러나 버겁게 키스했다. 현수는 밀어내지 않았다. 이따금 숨이 찬 듯 뜨거운 숨을 뱉을 뿐, 오히려 지혁을 원하고 있었다. 으응 ... 응. 제 몸에 밀착해오는 지혁에 가쁜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현수는 키스에 집중했다. 지혁이 눈을 감으며 입을 떼자 볼이 벌게진 현수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스러워, 지혁이 살풋 웃었다.
우, 웃지마 ... 짜증나, 권지혁.
무슨. 니 나 좋아하잖아. 어?
... ... 나쁜 새끼. 너는 진짜 ...
중얼중얼 또 투덜거리는 입을 다시 한번 지혁이 막았다. 깊게 파고드는 혀에 현수가 허리를 비틀었다. 흐으 ... 숨, 막혀, 지혁.. 아..ㅇ.. 계속해서 제 입술을 탐하는 지혁에 현수가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 존나 색스럽다, 현수야. 지랄 마 ... 지혁의 말이 부끄러웠는지 현수가 눈을 내리 깔았다. 으유, 사랑스러운 것. 지혁이 킥킥대며 현수의 위로 아프지 않게 올라가 다시 한번 키스했다. 이번엔, 조금 달게.
블로그에 썼떤거 한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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