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소년X소년
w. 레녹
다음 날. 영원히 오지 말았으면 했던 아침이 밝았다. 백현은 어기적어기적 침대에서 일어났다. 학교 잘 갔다와! 식탁 위 가지런히 차려진 아침식사와 함께 노란 메모지에 엄마
가 정갈히 쓴 짧은 메모가 보였다. 아…. 백현은 제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이라도 펄펄 끓었으면 좋으련만.
억지로 집을 나섰다.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는다. 학교에 가서 어떻게 찬열을 볼것이며, 열 시간이 넘는 동안 어떻게 찬열과 같은 공간에 있을 것인가. 백현은 결국 학교
로 가는 방향의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
백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찬열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왜 안오고 지랄이야. 찬열은 애꿎은 주인없는 백현의 책상을 발로 찼다. 쿠당, 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찬열이 다시 한
번 인상을 썼다.
아침 수업이 시작됐지만 백현은 오지 않았다. 수업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아, 그래. 오지말고 출석 점수 깎여라, 씨발. 찬열이 작게 중얼거리고 놓았던 펜을 다시 쥐었다. 선
생이 칠판에 필기를 하는 걸 그대로 배껴 쓰면서도 백현의 책상이 신경쓰였다. 기어이 찬열이 공책에 '백현'이라고 쓰고 말았다. 아, 좆나게 맘에 안드네. 찬열이 인상을 쓰며
그 페이지를 통째로 뜯어내었다. 갈기갈기 페이지를 찢고 나서야, 선생이며 반 학생들이 다 저를 쳐다보고 있는 걸 알았다. 내 수업이 맘에 안드니? 선생이 팔짱을 끼며 날카롭
게 물었다. 아뇨. 찬열이 대꾸했다. 공책은 왜 찢고 난리니. 선생의 말에 찬열이 제 머리를 헝크려뜨렸다. 아닙니다. 찬열이 대꾸했다. 선생은 아니꼬운 듯 찬열을 쏘아보고서
다시 분필을 집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백현은 오질 않았다. 애초에 찬열이 생각했던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찬열이 아는 백현의 성격으로는 백현은 아무렇지도 않
은 듯 학교에 나와야했다. 학교에서 또 다시 제 신경을 긁는 말을 하고, 또 한번 저에게 깔려 눈물을 흘려야했다. 학교에 무단 결석을 해버린 백현때문에 찬열의 계획이 뒤틀려
버렸다.
찬열은 반장에게 물어 백현의 번호를 알아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전 양아치네, 이거. 찬열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
셔넣었다. 내일 학교 오기만 해봐, 아주. 찬열이 백현의 책상을 발로 툭, 툭, 차며 중얼거렸다.
*
백현은 평일 오전이라 노인들 밖에 없는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담임과 부모님에게 전화가 쉴새없이 오는 바람에, 백현은 그냥 배터리를 뽑아버렸다. 가방을 벗어 제
옆에 가지런히 두고, 무릎을 모아 세웠다. 세운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감기가 드려는 것처럼 콧김이 뜨거워졌다.
하루하루 찬열의 장난을 견디는 것 따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이번 장난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옷을 입은 채로 시늉만 해댔지만 앞으로 진짜 제 뒤를
뚫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박찬열이라면 더더욱.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학교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찬열은 정확하게 제 약점을 찔렀다. 역시나, 멍청한 놈은 아니었다.
*
밤이 되서야 백현은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도 안 가고 어디 있었어. 화가 난 어머니의 얼굴에 백현은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냥 밖에. 백현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대꾸했
다. 학교는 왜 빠졌어? 추궁하듯 묻는 어머니에 백현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가기 싫어서. 백현이 대꾸했다. 교복 마이를 벗고, 넥타이를 풀렀다. 내일도 가기 싫은데.
백현이 그렇게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아버지가 백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서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무슨 일이야 있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께 말할 순 없다.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쉬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백현은 작게 대꾸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앉았다. 내일 학
교를 어떻게 가지. 백현의 어깨가 축 처졌다. 당당했던 제 모습이 봄 햇살에 눈이 녹듯 사라져버렸다. 이제 찬열에게 저는 한없이 약자였다. 아…. 진짜 싫다. 백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
오늘따라 재미가 없다. 찬열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왤까? 찬열이 가방을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 변백현을 못 괴롭혀서 그런건
가. 찬열은 형광등에 눈이 부셔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왜 안오고 지랄이야. 누웠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제 전화하면 받겠지. 찬열은
다시 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연결음이 들렸다. 무뚝뚝한 기본 연결음에 꼭 백현답다고 생각한 순간, 백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축 처진 목소리에 찬열은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백현의 말에 찬열이 전화가 끊길세라 나야, 하고 대꾸했다. 나야, 박찬열. 찬열의 말에 백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왜 안왔나해
서. 아무 말이 없는 백현 대신 찬열이 입을 열었다. 아팠냐? 찬열의 물음에 백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가 저질러놓고 뒤늦게 이러는 건 무슨 심보지? 백현의 표정이 한
없이 굳어졌다.
왜 전화했는데. 백현의 딱딱한 말투에 찬열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안왔냐고. 찬열의 말에 백현은 피식, 웃었다. 니가 뭔 상관이야. 백현의 말에 찬열은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
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니가 안와서 오늘 하루종일 좆나게 재미없었어. 찬열이 다시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정말 재미없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찬열이 전화기를 왼쪽 손으
로 바꿔쥐었다. 목을 조르던 넥타이를 풀어헤쳐 구석으로 휙, 던졌다.
내가 니 장난감이니? 백현의 날선 목소리에 찬열은 피싯 웃었다. 알면서 뭘 또 묻고 그래. 찬열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백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 박찬열은 쓰레기
였다. 다신 전화하지마. 백현은 그 말만을 남긴 채 종료버튼을 눌렀다. 재수없는 새끼. 찬열이 다시 전화할까봐서 핸드폰 배터리를 빼내며 백현은 중얼거렸다.
찬열은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에 입꼬리를 당겨웃었다. 아직 앙칼진 맛이 있네. 핸드폰을 제 옆에 아무렇게나 툭 놓고서는 눈을 감았다. 백현이 싫어서 맘에 안들어서 괴롭히기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시도때도 없이 떠오르는 백현의 모습때문에 짜증이 났다. 찬열은 작게 중얼거렸다. 난, 걔가 좆나게 싫은데. 찬열은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헤집었다.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
| 레녹 |
안녕하세요! 레녹입니다!
전 내일 또 시험이 있습니다.. 토요일에도 있구요..과제도 있어요..
제가 다섯시~일곱시 사이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바쁜거라고 생각해주시고 이해해주세요.. 저 오늘도 밤샐지도 몰라여... 미리미리 공부 좀 해놓을걸...흡
맹구 복숭아 수녀 행쇼 거품 신의퀴즈 포르테 새싹 빙구 립밤 비회원 치킨 카스타드 큥 크리스탈 뱈 됴블리 모두모두 감사해여ㅠ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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