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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X백현]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w. 오러블리

 

" 찬열아, 이거봐봐. 나랑 어떤게 더 잘어울려? "

"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네요. 다 잘어울려요, 백현. "

" 그러지 말고 딱 하나만 골라봐. 내가 보기에도 다 이쁜데 돈이 없어서 하나밖에 못산단 말이야. "

" 음... 정말 안되겠어요. 너는 다 잘어울리는걸. "

 

대형마트의 그리 비싸지 않은 옷가게에서 동일한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후드집업을 두고 몇십분째 고민중인 백현. 다른 겨울외투에 비하면 다소 저렴한 단가이나 고시준비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 신분의 백현에게 오만원이란 큰 돈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애인 찬열의 사랑스럽다는 눈빛과 콩깍지 씌인 태도는 백현의 속을 끓게 할 뿐이다.

 

" 쫌...! 다시봐봐 박찬열. 이게 더 예뻐, 아니면 이게 더 예뻐? "

" 예쁘네요, 백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그말이 정말인가봐요. 백현이 입으니 뭐든 다 예뻐보여요. 두개 다 사요.  내가 사줄게요. "

" 똑같은걸 뭣하러 두개나 사. 아까워 아까워, 관두자. "

" 백현에게 사주는 거라면 전혀 아깝지 않아요. 백현은 다 잘어울리잖아요. "

" 오지랖도 작작해야지, 돈도 없는게 무슨 패기로 두 개나 사준다그래? 일더하기 일은 귀요미! 오만원 더하기 오만원은 십만원! 얘랑 얘랑 합치면 십만원! 자그마치 십만원! 어휴, 박찬열 패기봐. "

" 아. "

 

진심으로 백현이 사랑스러워 자신의 빈티지한 주머니 속 사정은 생각치도 않고 다 사주겠다며 오지랖을 펼치던 찬열은 백현의 단호박과 같은 말에 현실을 자각한다. 그렇다, 찬열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넘치는 패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수성가 하겠다며 일찍이 집을 박차고 나와 발로뛰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는 자취생이었던 것이다. 모델 지망생이라고는 하나 웃는 모습이 사마귀를 닮았다며 퇴짜를 놓는 에이전시가 한 둘이 아니었다는건 비밀.

 

" 그냥 오트밀 색으로 사야겠다. 저기요,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

" 네, 고객님. 오만원입니다~ "

" 여기요, 감사합니다. "

" 다음에 또 오세요~ "

다소 가식적이다 싶을정도로 상냥한 직원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기는 백현과 그 뒤를 묵묵히 따라오는 찬열. 별안간 백현이 찬열에게 말을 건다.

 

" 찬열아. "

" ? "

" 우리 헤어져. 그만 만나자. "

" 갑자기 왜이러는거에요, 백현. "

" 갑자기가 아냐. 사실 늘 생각해오던 일이었어. 지금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일내에 너에게 하게 될 말이었고. 우리 사귄다는거 사실 꼴사납고 우스운 일이야. 돈도 없는 게이둘이서 좋다고 쿵짝대는것도 우습지만 너 말 높히는거 보면 진짜 딱 싫어. 같잖은 예의 차리겠답시고 그러는거 같은데 오히려 더 어색해질 뿐이라고. "

" 미안해요, 백현... 내가 다 잘못했어요, 고칠게요. 그러니까 제발 가지마요. "

" 또 이런다. 이런거 싫어. 무튼, 잘있어 찬열아. 앞으로 다시는 보지말자. 연락도 하지말자 우리. 먼저갈게. "

 

나름 매몰차게 이별을 고한 후 도도하게 휙 돌아 출구를 향해 잰 걸음을 놀리는 백현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는 손목을 잡고 자신에게 돌려버리는 찬열이다. 이거 놓으라며 온갖 신경질을 부려대는 백현에도 꿈쩍않고 백현의 가늘고 하얀 속목을 그려쥐며 눈 감아봐요 하는 찬열에 백현은 툴툴대면서도 살포시 눈을 감는다.

 

감은 두 눈꺼풀에 가볍게 키스하며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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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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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앜ㅋㅋㄲㅋㄱㅋ 사슴같은 그대의 촉촉한 눈동자에 건배..ㅎㅎ 짱재밌어옄ㅋ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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