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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첫사랑_4.5
w.피자피자
조금 이른 아침, 어쩌면 새벽이라 정의할 수 도 있는 시간. 옅은 달빛이 그를 닮은 짙은 남색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다. 달빛과 더불어 옆에서 느껴지는 뒤척임에 잠이 깨버려 무거운 눈꺼풀을 슬며시 들어올렸다. 작게 뜬 눈 사이로 달빛을 한껏 안은 그와 마주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은빛은 제 것이었다는 듯 자연스레 그의 머리칼을 빛내주었고 그 밑으로 곧게 뻗은 그의 눈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그를 마주했지만 왠지 모르게 내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살짝 올라간 내 입꼬리를 제 엄지로 가볍게 쓸어내다 이내 남색 이불을 내 목까지 끌어올려 아기 다루 듯 토닥였다.
"더 자. 이따가 깨울게."
그의 따스한 손길과 단 두 마디에 눈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내려앉으며 마주한 그의 입꼬리 또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
눈을 떴을 땐 내게 제일 익숙한 천장이었다. 깊게 잠든 날 깨우지 못해 업어서 데리고 오기라도 한 것일까. 여기까지의 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당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는 묵묵히 날 챙기는 그의 모습에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젯밤 내게 소개를 받지 말라며 진득하게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급하게 겹쳐왔고 내 볼은 말릴 새도 없이 붉어져버리고 말았다.
"미쳤어.."
무슨 용기로 그에게 내 소개팅 여부를 물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떠오르는 그의 시선과 목소리에 이불을 마구 걷어찼다. 이에 먼지가 일었지만 지금 내게 그 정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신경 밖이었다.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어젯밤 나른하게 제 마음을 살짝 비춘 그로 가득해 먼지 따위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아, 머리 아프다. 지끈대는 머리를 핑계로 도로 침대 속으로 향하려던 내 몸은 멀리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현관으로 목적지를 옮겨냈다.
"네. 저희 잘 도착했어요. ㅇㅇ가 아마 자느라 아직 휴대폰 확인 못 했을걸요."
"네, 금방 또 찾아 뵐게, 어, 신아 씨?"
"선배!"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들어가세요-"
높낮이 없이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의 등장에 의해 잠시 높아졌다 이내 제자리를 찾아 들었다. 그와의 대화 주체는 전화 속 어머니가 아닌 당장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신아라는 여자였다. 나는 전보다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문에 딱 붙어 있는 모양새가 퍽이나 웃기긴 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뿐.
"신아 씨 여기 살아요?"
"아, 네! 어제 15층으로 이사 왔는데, 못 보셨어요?"
"어제 부모님 뵙고 와서 여기서 안 잤거든요. 몰랐네."
"아아, 그러셨구나."
"네. 월요일에 봬요-"
그의 슬리퍼가 바닥과 맞닿아 슥슥 거리는 소리가 두 번 정도 들리다 콧소리 가득한 여자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저 선배, 거실에 형광등이 나가서 그런데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그런 거 혼자 갈아본 적이 없어서.."
"형광등이요?"
그가 도로 되물어보자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애교인지 떼를 쓰는 것인지 모를 말투를 선보였다.
"네. 두 개 정도 나간 것 같은데 혼자 갈긴 조금 무서워서요.."
"아, 네. 봐드릴게요. 올라가요."
그의 긍정적인 대답을 듣자 내 미간엔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잡혔다. 무섭긴 개뿔, 어제 이사 왔으면 나갈 리가 없지 않나. 속이 뻔히 보이는 여자와 아무 것도 모른 채 순수하게 몸에 배인 매너를 선보이는 그에 마음 한 구석에서 짜증이란 감정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연기는 금세 내 온 몸을 덮었고 난 꼭 잡고 있던 손잡이를 확 내려버렸다.
"이제노!"
갑작스런 내 등장에 계단을 오르던 둘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카랑카랑하던 여자는 다름 아닌 그의 로펌 후배였다.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하다했어. 여자는 그보다 한 칸 위에서 날 흘겨보고 있었고 그는 여자의 표정은 보지 못 한 채 날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일단 문을 열고 나오긴 했는데, 무슨 말을 내뱉어야 지금 저 발걸음이 멈출까 싶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찾기 힘들었다. 결국 난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릿 속을 거치지 않은 말들을 뱉어냈다.
"어, 그, 내 방 전등 나갔는데."
"전등? 간지 얼마 안 됐잖아."
"몰라. 뭐가 잘 안 맞나 봐. 좀 봐줘."
간지 불과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전등이 나갔다며 그를 붙잡아 세웠다. 고작 생각해 낸 것이 여자와 같은 방법이라니.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한심하기도 해 속으로 온갖 욕을 곱씹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고개가 내 쪽을 한 번, 이어 제 뒤에 서 있는 여자 쪽을 향했다. 쌀쌀한 복도에 냉기가 더해져 나름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돼다 그의 목소리 하나에 한 곳은 따스한 바람이 일렁였다.
"신아 씨 옆집에 남자 분 사시 던데 그 분한테,"
"선배 제가 먼저 부탁 드렸는,"
"미안해요. 급한 거 아니면 이따가 올라가서 봐줄게요."
"..."
여자는 계단을 내려가 내게로 향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표정을 굳히며 나머지 계단을 올라갔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승리감에 자꾸만 올라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아내며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삐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자 그는 슬리퍼를 벗고 내 방으로 향했다.
"야, 어디 가?"
"너 방 전구 나갔다며."
순간 업 돼버린 기분에 그에게 시전 했던 거짓말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쳐놓은 덫에 내가 걸린 느낌이었다. 혼란스러워진 머릿속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이미 내 방문을 열어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리기엔 너무 늦었단 생각에 그저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그 뒤를 따랐다. 아씨, 망했다.
"불 잘 들어오는데?"
"어, 어. 그게 아깐 안 들어왔는데, 하하-"
그의 손이 스위치를 여러 번 딸깍여보았지만 멀쩡한 전구가 갑자기 나갈 리가 있겠는 가. 제 임무를 열심히 수행 중인 전구가 오늘따라 미워보였다. 계속해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전등에 그를 올려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자 그는 스위치에서 손을 내려 바지 주머니에 꽂곤 나를 내려다보았다. 제정신인 대낮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깊은 눈으로 날 빤히 담아내는 그에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려보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잠시의 정적이 지나 그의 입술이 열렸다.
"나 그럼 올라가서 신아 씨 봐준다?"
"..어?"
예상 밖의 이야기에 눈을 살짝 크게 떠보였다. 그는 내 입이 먼저 열리기 전까지 다음 말을 이어나가지 않을 작정인지 아까와 같은 자세에서 살짝 삐딱하게 선 채로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이 다 섞여 난장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려 계속해서 뜸을 들이자 그는 삐딱했던 자세를 풀어내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나 간다."
스쳐 지나가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대뇌의 명령도 없이 그저 몸이 가는 대로 해버렸던 행동에 나도 그도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그는 제 팔을 잡은 내 손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날 번갈아 바라보았다. 일단 잡긴 잡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잡은 채로 헤매던 중, 불현듯 어젯밤 그의 침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소개를 받지 말라던 그의 나른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또 다시 제 귓가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난 그 목소리에 용기를 얻어 입술을 열었다.
"..가지 마."
"응?"
"신아 씬가 그 사람 옆집에 남자 산다며. 그 남자가 도와줬겠지."
"그래서."
그의 한 쪽 입꼬리가 살짝 씰룩였다.
"...아씨, 가지 말라고. 도와 주지 마."
이어 들린 내 목소리에 그의 양 쪽 입꼬리 모두 호선을 그려냈다. 말려 올라간 그의 입술이 다시 한 번 열리며 큰 손이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를 슥슥 빗어 내려갔다.
"잘 잤어?"
때늦은 아침 인사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자 때 마침 열린 창문 사이로 어느새 따스해진 봄바람이 불어왔다. 옅은 바람에 그와 나의 앞머리가 살짝 흩날렸다. 봄이 우리를 감싸 오는 듯 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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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재미도 없지 감동도 없지 설렘도 없지....사실 저번주 목요일에 모의고사 끝나고 올려야징~~했는데..모의고사는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어서 1차로 멘붕, 집에 와서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제가 저장을 안 한 건지 싹 다 날라간 5화에 멘붕 2번..탄핵 된거에 잠시 기뻤다가 등급컷에 다시 멘붕...아주 멘붕의 연속이었습니다쥬륵...독자님을 빨리 보고 싶어서 야자시간에 급하게 썼네요..ㅠㅠㅠ연재 텀 긴 것 너무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오늘 4.5화는 그냥 간단하게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둘이 각자 좋아한다는 건 알았는데 서로 좋아하는 진 긴가민가 한 생태이니 아마 썸인 듯 삽질이 시작되겠죠헤헿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5화 들고 오겠습니당!!!!아 그리고 저 잠깐 독방들어갔다가 제 글 추천있길래 캡쳐까지 했어요..헿 사랑해요..♥ 그럼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