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씨."
"네. 팀장님"
백현은 인상을 찌푸린채로 의자에 앉아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낙하산인 저와는 다르게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카웃 해온 엘리트들 중에서도 엘리트, 신입사원 박찬열.
"서류를 이따위로 밖에 정리 못합니까?"
"...죄송합니다."
서류는 완벽했다.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이제 그만 일 보세요."
"예."
정중하게 허리를 접어 인사를 한 찬열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백현은 그런 찬열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허릿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찬열의 자켓이 저를 비웃는것 같았다.
변백현. 나이 28세, P회사 마케팅부 팀장. 낙하산.
백현이 새로운 팀장으로 부임해오면서 부터 P회사 마케팅부서의 능률은 높지 못했다. 위에서 지적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실력없는 낙하산, 백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모두가 백현의 앞에서는 웃음을 짓고 아부를 떨었다. 그러나 그들은 뒤에서 백현을 씹어대기 바빴다.
백현은 그것이 싫었다. 누가 제 험담을 하는것이 싫지 않겠냐만은, 백현은 싫은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백현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고, 매일 야근을 하는 날이 허다했다.
마침내 그 노력이 결실을 보여준 것인지 회사에서도 백현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백현은 사내에서 인정받는 팀장이 되었다.
그러던 시기에 입사한 찬열은 모든 이들의 눈에 띄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빈틈없는 업무, 우성 알파. 한참을 노력해온 저와는 다른 찬열에게 백현은 열등감 느꼈다.
그리고 자격지심을 가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백현은 오메가였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의 부사장인 아버지와 어여쁘고 현명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백현에게 오메가라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백현의 부모는 유일한 자식이었던 백현을 사랑하고 아꼈다. 백현은 행복했으나, 제 자신이 부끄러웠다.
첫 번째 히트사이클을 겪고 난 뒤의 백현은 자살기도까지 했었다.
사내에서 백현이 오메가인것을 아는 직원은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백현은 워낙 매사에 철저한 성격이라, 히트사이클기간이 오면 꾸준히 억제제를 복용하여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
그러나 백현은 직원들이 모여 수군거릴 때에면, 그들이 제가 오메가인것을 알고 수군거리는것만 같았다. 목이 죄여왔다.
백현은 자리에 앉아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타자를 치고있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나도 알파였다면, 아렇게 모든 것을 숨기며 살아가지 않아되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알파라면...
"!"
그때 백현과 찬열의 눈빛이 얽혔다. 멍하니 찬열을 바라보던 백현은 당황했다.
예상치 않게 눈이 마주친 이유도 있었지만, 저를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눈빛 때문이었다. 마치 저가 숨기고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눈빛.
설마 내가 오메가인 것을, 알고있나?
백현의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었다. 저에게 오메가 향이 났나, 백현은 제 손목을 코로 가져갔다.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정확히 히트사이클은 아니다. 저가 찬열에게 오메가인것을 들킬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럼 저 눈빛은 무슨 의미일까, 백현은 말없이 제 입술을 깨물었다.
-
평소와 다르지 않게 어김없이 야근을 한 백현은 퇴근을 하려 제 차에 올라탔다. 그 날 이후로 찬열을 대하는 것이 불편해 졌으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제가 좀 예민해져서 그렇게 느낀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열이 났다. 감기 기운인지, 무슨 기운인지 알 수 없었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직 히트사이클이 올 시기는 아니었지만 백현은 가방을 뒤져 약통을 찾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침에 회사에서 마지막 남은 한 알을 먹었던 것을 기억하고는 그만두었다.
늦은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은 없었다. 백현은 언제나 집에 다량으로 억제제를 보관해 왔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지만, 집에 도착하기 전에 편의점에라도 들려 억제제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찬열에게 전화가 왔다. 받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사적 감정을 가지고 직원을 대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백현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여기 손님이 많이 취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얼떨결에 찬열이 있는 바의 위치까지 듣게 된 백현은 결국 찬열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그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 길게 한숨을 쉰 백현이 차를 돌렸다.
괜히 숨이 막혀오는 듯한 느낌에 백현은 넥타이를 풀었다.
-
찬열이 있는 바에 도착한 백현은 오래 걸리지 않아 찬열을 찾았다. 술을 꽤 마셨는지, 찬열이 있는 테이블에 빈 양주병이 굴러다녔다.
"찬열씨."
"..."
저를 바라보는 찬열의 눈빛에 백현의 목울대가 크게 울렸다. 맹수의 눈빛이었다. 백현은 괜히 긴장이 되었다. 둘은 서로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감정은 조금 달랐다. 한 명은 자존심, 다른 한 명은 원망, 분노, 그리고...
"백팀장님."
"..."
"아니, 변백현."
갑자기 불린 제 이름에 놀란 백현이 눈을 크게 뜨고 찬열을 바라보았다. 저는 찬열의 상사였고, 찬열이 저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현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찬열이 저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저기에서 속옷만 입고 춤추고 있는 계집애들 몸 보다.."
"..."
찬열이 갑작스럽게 백현의 셔츠 단추를 끌렀다. 찬열의 행동에 당황한 백현은 아무 말도 못했다.
"이 셔츠 속이 더 궁금해."
"....왜이러십니까."
"글쎄..."
"..."
"왜라고 생각해?"
백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찬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신경쓰여."
"..."
"당신이 신경쓰여서.. 미칠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찬열이 백현의 위로 쓰러졌다. 이상한 말만 남기고 골아떨어져버린 찬열에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바의 직원의 도움을 받아 찬열을 제 차로 옮긴 백현은 고민에 빠졌다. 찬열을 어떻게 해야할까 였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 길바닥에 버리고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제 집으로 데려가자니 영 내키지 않았다.
"찬열씨. 일어나봐요."
"..."
"아.. 진짜 미치겠네."
찬열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몇 분을 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생각하다가 네비게이션에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주소를 입력했다.
운전을 하던 도중, 백현이 조금씩 느껴지는 알파의 페로몬 향에 당황했다. 알파의 향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제가 히트사이클이라는 것이었다.
히트사이클이 오려면 아직 2달은 더 있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에 입술을 깨물었다.
찬열에게 제가 오메가라는 것을 들키는 경우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끔찍한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사직서까지 써야했다.
어떻게 지켜온 이 자리인데, 이러한 일로 잃을 수는 없었다.
집과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집에가서 억제제를 먹을 생각으로 백현이 엑셀을 밟았다. 잠들어 있는 찬열이 깨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백현은 낑낑거리며 찬열을 제 침대위로 옮겼다. 찬열을 제 집까지 데려오는 동안 맡은 알파의 페로몬 향기에 백현은 벌써 정신이 혼미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힘들어서 인지, 몸이 달아올랐기 때문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어서 찬열의 곁에서 떨어져야 했다. 백현은 급하게 찬열을 누윈 방의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나왔다. 그 방안에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다가는, 제가 이성을 잃고 찬열에게 애원할까봐 였다. 백현은 찬열이 있는 방과 제일 떨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갈 수록 몸이 달아올랐다. 열이 나는것 같았다.
어서 억제제를 먹을 생각으로 몸을 일으킨 백현이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아뿔사, 억제제는 찬열이 있는 방에 있었다.
지금은 참을 만 했지만, 나중애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문을 잠궜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문이 열려있었다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맡게될 알파의 향에 백현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밖에 나가 약을 사러 가는 것은 더욱이 위험했다. 찬열이 자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이고 발이고 모두 덜덜 떨렸다. 벌써 백현의 뒤는 축축해졌다.
베타에게는 배설만을 담당하는 곳이, 오메가라는 이유만으로 섹스를 위해 젖어가고 있었다.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그 어떤 감정도 본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약을 철저하게 먹던 백현이었기에, 이번이 백현에게 세번째 히트사이클이었다. 익숙치 않은 감각에 백현은 제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찬열을 흔들어 깨워 관계를 하자고 애원하고 싶었으나 안될 일이었다.
백현이 제 바지를 벗었다. 딱딱하게 서있는 제 중심을 한 손으로 잡았다. 밀려오는 쾌감에 백현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을 제 둔부로 가져갔다.
구멍을 찾던 손가락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었다. 백현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닫힌 제 방문을 바라보았다.
찬열이 있는 방에서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 찬열번외 |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퇴근하도록 하죠."
백현의 한 마디에, 사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한 둘씩 지리를 뜨기 시작했다. 백현은 오늘도 야근이었다. 벌써 1주일 째 였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 해왔다. 저와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젊은 팀장. 하루 쯤은 꼼수를 부려 쉴 수 있지만 백현은 언제나 열심히였고, 찬열은 그런 백현을 존경했다. 아침마다 백현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있을 때면, 괜히 마음 한 켠이 짠해지는 친열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퇴근을 한 찬열은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오늘 제개 회사에서 처리해야 할 서류를 가져오지 않은것을 알았다. 내일 회사에서 조금 열심히 한다면 메꿀 수 있는 일이었지만, 찬열은 망설임 없이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는 백팀장님이 있으니까.
급하게 도착한 회사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불은 켜져있는데... 찬열이 백현의 자리로 다가갔고, 그곳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백현을 발견했다. 찬열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제가 이상했지만, 찬열은 그 감정을 그저 제가 백팀장님을 존경하니까, 정도로 치부하고 넘겼다.
곤히 자고 있는 백현의 옆머리를 쓸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정갈하게 생긴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찬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우웅- 진동소리가 울렸다. 백현의 가방안에서 나는 진동이었다. 찬열은 서둘러 백현의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찬열은 백현의 가방에서 흰색 약통을 발견했다.
찬열은 장난을 치다가 부모님께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타민이나 신경안정제일 것이다. 마음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손은 그 약통을 잡길 주저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호기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찬열은 떨리는 손으로 약통을 꺼냈다. 백현에게 온 전화는 멈춘지 오래였다. ' retarder of hit cycle' 찬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히트사이클 억제제. 백팀장님이, 오메가였다. 찬열은 약통을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넣고 그 자리를 뛰쳐나갔다. 찬열은 믿을 수 없었다. 제가 그토록 존경하는 백팀장님이 오메가라니, 믿을 수가 없다. 당연히 알파 아니면 베타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가끔씩 백현을 낙하산이라고 무시하는 사원을 몇 보았지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찬열은 곧이어 P회사에 오메가는 입사할 수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혔다. 찬열은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몇 일이 지났다. 그 뒤로부터 찬열은 백현을 순수한 존경의 눈빛으로 보기 힘들었다. 백현을 볼때마다 이상한 상상들이 떠올랐다. 백현도 다른 오메가들처럼 히트사이클이 왔을 때의 표정은 어떠할까. 섹스를 해본 적이 있을까, 남자와는 해봤을까.
그런 찬열의 호기심도 점차 사그라들던 때였다. 백현이 찬열을 불러 훈계하기 시작했다. 제가 맡은 서류정리가 잘 안되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서류를 이따위로 밖에 정리 못합니까?"
저를 노려보는 백현의 눈빛에 찬열은 미칠 것 같았다. 제 아랫도리에 열이 뻗칠 것만 같았다. 성 범죄자 라도 된 기분이었다. 목 끝까지 잠궈진 셔츠의 단추를 보았다. 단정했다. 그 단정함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찬열은 생각했다.
그리고 자리에 들어가서, 저를 보고있던 백현과 눈을 마주쳤다. 찬열은 알 수 없는 백현의 표정에서 당혹감을 읽었다.
그리고 몇일 뒤, 찬열은 자주 가지 않던 바에 향했다. 요즈음 제 머릿속의 잡생긱을 떨쳐 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어째서 인지, 술을 들이키면 들이킬 수록 찬열의 머릿속은 백현으로 메꿔졌다. 목이 타는 듯한 독한 술에도 그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리가 아파 잠시 엎드려 있었다. 어지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현을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웃겼다. 자조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찬열은 바텐더에게 백현의 연락처로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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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주입니당. 언젠가 한번 꼭 써보고 싶었던 오메가 버스입니다 ㅎㅎㅎ 모바일로 작성해서 오타등 많습니다..쿄쿄... 글 읽어주셔서 넘 감사합니당..
자격지심은 상 하로 나뉘어져 있어요! 오메가는 국가에서 법적으로 군면제를 받는다는 설정이예요! 그래서 찬열과 백현이 나이대가 비슷하지만 대학생때 군대를 다녀온 찬열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사원인거죠 ^0^ 날도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받으세용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