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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그 녀석








처음엔 반배정이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옆 집에 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등하교 시간이 확연히 다른 남자애가 산다는 건 알았다. 가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그 녀석을 마주쳤으니까 말이다. 녀석은 열에 일곱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은 셋 중 둘은 여자친구와 진한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를 열 번 정도 본다 치면 그냥 말끔한 행색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은 단 한 번 정도.

나는 그 녀석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이름 좀 날리는 문제아 이기도 했고, 옆집이란 점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녀석이 잘생겼다는 사실에서 였다. 녀석은 입학할 때 부터 '3반에 잘생긴 애!' 라고 통했다. "잘생겼대 어서 보러가자! 다비켜!" 하고 친구들과 녀석의 얼굴을 보겠다고 3반을 몰래 염탐했지만 그는 학교에 나온 적이 드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생이 잘생겨봤자 역시구나, 싶을 정도로만, 그냥 딱 그정도로만 잘생겼었다.

'막 탈 인간급은 아닌데?'

'저게 탈 인간급이 아니냐? 너한테 탈 인간급은 도대체 누군데?'

'방탄소년단 슈가 정도는 되야..'

1학년 때 그런 대화를 나눈 이후로 그 녀석에 대한 내 관심은 점점 사그라 들고 있었다. 그렇게 1학년, 2학년, 자퇴할 것만 같던 녀석이였지만 학교는 다니고 있는 모양이였다. 2학년 2학기 때 즈음, 그 녀석이 바로 옆 집으로 이사를 왔다. 사실 좀 놀랐다. 하고 다니던 행색이 부시시했기 때문에 이런 멀끔한 부자동네로 이사를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부유한 이모집에 빌붙어 살고있지만 평범한 연봉 수준으로는 이 동네에 발가락 하나 까닥 못할거라고, 재수없는 사촌언니가 그렇게 코웃음 치며 말했던게 아직도 귓가에 생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가락은 커녕 발바닥 온전히 잘 붙히고 다니는 녀석을 보며, 그 녀석이 왜 지금껏 그렇게 학교에서 막장으로 지내왔는지 단박에 이해된 것 같았다.

선을 긋자면 딱 거기서 부터였다.

2학년, 독서실에 갔다가 늦게 들어오던 날, 츄리닝 차림에 무거운 백팩을 매고 (이모)집에 들어서려던 순간,
옆 주택 앞에 우두커니 선 검은 인영이 뿜어내던 하얀 연기.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


어두웠지만 알 수 있었다.

분명 민윤기 였다.




그 날 이후로 부쩍 민윤기가 싫어졌다. 아니 미워졌다. 학교 다니겠다고 이모집에서 갖은 눈칫밥 먹고 반 식모살이 하며 공부까지 해야하는 나와는 다르게, 저렇게 인생 편하게 마당 앞에서 담배나 피워대는 미성년자를 보니 말이다.

명백한 질투였다. 방향 역시 완벽하게 틀린 질투였다.
나도 그걸 알았다. 민윤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말이다.

'여기 금연구역이야.'

그 말 한마디 못하지만,
나는 조용히 민윤기를 째려보았다.

째려보는 걸 들킬까봐 후다닥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







그렇게 2학년 2학기가 지나고 처음 맞이하는 3학년 교실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나는 '민윤기' 라고 호명되는 담임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물론 민윤기는 무슨 배짱인지 3학년 첫 날 아침엔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5교시가 다 되어서 터덜터덜 나타났다. 재수도 없었지. 5교시는 하필 첫날이라면 자기소개를 꼭 시킨다는 고리타분한 한국지리 선생님의 첫 시간이였고, 첫 시간에는 모든 아이들이 30초 가량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민윤기도 예외는 아니였다. 하지만 민윤기는 다른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엔 창문을 보거나 엎드려 자거나 하며 시간을 다 보냈던 거 같다. 나는 민윤기의 바로 뒷자리였고 그런 민윤기의 모습을 바로 뒤에서 바라보았다. 민윤기의 옆자리는 임시반장이였는데, 1학년 2학년 다 학급 반장과 학년장을 맡아 하고 올해는 전교 회장까지 노리고 있는 예쁘고 야무진 여자아이였다. 담임이 민윤기 전담마크를 위해 붙여준게 분명했다.
담임의 속셈이 빤히 보였지만 여학생은 그렇게 싫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좋아보이면 좋아보였지.

엎드려 자는 민윤기의 어깨를 감싸며 '윤기야-' 하고 속삭이며 민윤기를 깨웠다.
민윤기는 잠이 가득한 얼굴을 힘껏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하하 너 지금 마른 가래떡 표면같아.'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웃으라고 한 말같던데 민윤기는 정색했다.


그리고 하품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여자아이는 민윤기의 무관심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고, 민윤기는 귀찮아 하면서도 대꾸는 꼬박꼬박 해줬다.

한 편의 청춘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였다.

영어 지문을 읽으라고 선생님이 시키면 민윤기는 입을 다물었고,
대신 여자가 자리에 서서

'선생님 제가 대신 읽겠습니다. 민윤기 내가 너 흑기사 해주니까 나중에 내 소원 들어줘라.'

라며 영어지문을 유창하게 읽어 나가면
아이들은 PD에게 조종당하는 방청객 처럼, 흑마술사에게 조종당하는 아이돌 처럼 '오오오오올~!~!'이라며 핑크빛 분위기를 자아냈다.
물론 민윤기도, 그 여학생도 나에게 큰 호감은 아니였지만 아싸가 되지 않기 위해 웃으며 맞장구정도는 쳐줬다.
영어 시간이 끝나고 여자가 의자를 끌어 민윤기 옆에 더 바싹 앉으며 그랬다.

'윤기야.'

'뭐.'

'나 소원 들어줘야지.'

'내가 왜?'

'아까 내가 너 흑기사 해줬잖아. 이야 이렇게 발 빼기야? 진짜 선수다 너.'

내가 볼 때 선수는 임시반장이였다. 아주 자연스럽지만 '나는 너랑 친해지고 싶어! 니가 맘에 들어!' 라는 속내는 전혀 숨김없이 펼쳐보이는, 뻔하지만 당할 때 마다 모든 남성의 심장을 폭행하는 반장의 처세술.
속으로 '크으으'를 외쳐주며 관심없는 척 청춘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여학생은 계속해서 민윤기의 팔을 터치 해가며 애교를 피웠고, 민윤기는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반장도 반장이지만 민윤기 너도 참 대단하다. 속으로 박수를 치며 점점 흥미도가 떨어져가는 진부한 장면을 눈에 담는다.

'아 뭔데.'

결국 민윤기가 진 모양이였다.



'영어 숙제 해오기!'

'…….'

'3페이지부터 5페이지 까지야. 이거 수행평가 들어가는거니까 까먹지 말고 꼭 해오기!'

'내가 해오면 내꺼 베끼기라도 하게?'

'아니 이제 고삼인데 공부하면 좋잖아.'


소원이 민윤기 숙제 해오기라니. 넘나 모범생 같은 소원에 잠깐 당황스러웠다. 민윤기도 마찬가지 였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에 있던 몇몇 남자애들이 오올 반장~ 하며 또 감탄사 BGM을 깔아줬고 반장은 인소의 한 장면처럼 싱긋^-^ 하며 웃었다. 계산된 행동이였건 아니건 취지는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민윤기 표정은 아직도 질색하는 표정이다.

'알았지? 꼭 해오기다?'

반장은 새끼손가락과 엄지만 펼치고 다른 손가락은 고이 접은 하얀 손을 민윤기 앞에 들이밀었다. 민윤기가 역시 새끼 손가락을 걸어주길 바란 거 같지만 민윤기는 역시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아,알았어.'


'아아- 안해올거같은데엥'


손깍지를 거는 대신 대강 대답으로 때우려는 민윤기의 반응에 여자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자 민윤기는 심지어 짜증이 난건지 표정을 찌푸렸다.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야, 그만 해라 진짜.'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부쩍 차갑게 식은 목소리를 반장이 몰랐을리 없다. 주변 사람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어깨를 움찔 떨 정도였지만 반장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근데 너 왜 자꾸 아까부터 나 '야' 라고만 부르냐? 너 내이름 모르지?'


'어 몰라.'


'그럼 아까 소원 취소하고 다시 할래. 내 이름 알아오기.'


'하, 진짜.'




민윤기가 기가 찬 듯 허 하고 웃었다. 나는 민윤기의 말을 숭겅 잘라먹으며 끼어들었다. 금방이라도 민윤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였다. 머리보다는 입이 빨랐다.


"소원 취소하는건 안되지. 치사하다."

"……."

"그치? 그치 민윤기..?"



어서 그렇다고 해. 나도 내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떨리는 눈동자로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민윤기도 나를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었다. 미쳤다. 내가 왜 그딴 말을 짓걸였지. 민윤기가 욕 좀 하고 썅놈으로 찍히는게 어때서. 반장이 민윤기한테 욕 좀 먹는게 어때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습하기 힘든 그 분위기를 잠재우 듯 그대로 종이 쳤고, 모여있던 아이들이 모두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마침 마지막 교시였고, 나는 그 수업이 끝나자 마자 10분 전 마리 싸둔 가방을 들고 광속으로 하교했다.







-





12시. 마지막 풀었던 미적분 문제는 답은 맞았지만 풀이 과정은 틀렸다. 어쨌든 답은 맞췄으니까 집에 갈래.. 더이상 배고파서 견딜 수 없었다. 무릎 담요를 고이 접어 독서실 서랍에 넣고서 독서실을 나섰다. 슬리퍼를 직직 끌어서 집으로 향하는데 가방이 부쩍 더 무겁다. 학교에서의 일도 그렇고, 집에 가자마자 빨래를 걷어 접을 생각을 하니 내 인생이나 그만 접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집 앞에 가까워져 가는데 바로 옆 집, 그러니까 민윤기의 집 앞에 검은 인영이 서 있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민윤기겠지.




곧 하얀 연기를 후- 하고 내뿜는 걸 보고서는 민윤기 인것을 확신 했다. 걸음을 빨리해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검은 인영에게서 퍼진 목소리가 내 발목을 옭아맸다.


"성이름."


"…어?"




멈칫, 대문을 향해 뻗던 손을 멈췄다. 잘못 들은건가, 고개를 돌리자 부쩍 가까워진 민윤기가 내 앞에 서있었다. 놀라서 살짝 뒷걸음질 쳤더니 민윤기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가로등 불빛이 조금만 더 어두웠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묘하게.



"니가 해."


"뭘? 뭔데?"



민윤기는 제 손에 들려있던 네모단 책을 나에게 내밀었다. 영어 교과서였다.




"이걸 왜 나한…, 야 니가 해야지..!"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난 그냥 이름 외워가는 걸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니가 치사하니 어쩌니 해서 내가 영어 숙제 해야되잖아."


"아니…, 그건…."


"나 영어 존나 못해."


"나돈데…, 아냐 알았어. 내가 할게."




나는 민윤기가 내민 영어 교과서를 받아 들기 위해 팔을 뻗었다. 민윤기가 손에서 힘만 뺀다면 바로 내 손에 안착할 교과서인데, 민윤기는 어째서인지 책을 든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뭐해."


"……."


"줘 이리."





내 말에 민윤기는 그제서야 손에서 힘을 뺐다. 교과서가 내 손에 안착했다.




"…틀리지 마라."


"…열심히는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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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성이름, 존나 못미덥네."


민윤기가 웃었다. 민윤기가 웃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것도 입학하고 나서 처음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처음이다.
막연히 마음에 안들기만 했었는데, 말 몇 마디 나눠보니 미워할 만큼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건지, 민윤기와 잘 알던 사이도 아닌데 막연하게 민윤기를 미워했던 과거의 내가 머쓱해졌다.


"어, 그러고 보니까."

"뭐가."

"알고있네, 내 이름."

"이건 또 뭔 바보같은 소리야, 오늘 5교시에 자기소개 했잖아. 그러니까 알지."

"……."


그럼 반장 이름은 왜 기억 못하고,
야, 야, 라고만 불렀는데?


라고 묻고 싶었지만 막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주제에 민윤기에게 특별해 지고 싶어하는 걸까, 부끄럽기도 했고 속이 뻔히 보이는 질문 같았다.
민윤기도 모순을 느꼈는지 조금 말이 없었다.


"아무튼 그거 해와라."

"…어, 잘자."

바로 옆 집인데 잘 가 라고 하기도 뭐해서 얼떨결에 잘 자라고 해 버렸다. 내가 말하고도 내가 놀라서 눈을 댕그랗게 뜨자, 내 멍청한 표정이 웃긴지 민윤기는 비식 웃고는 그랬다.



[방탄소년단/민윤기] 옆집 그 녀석 01 | 인스티즈


"너도. 좋은 꿈 꿔."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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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핟생윤기라니ㅠㅠㅠㅠㅠㅠ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어른까지 같이성장해가고싶엉요 혼자 설레발치기.. 암호닉받아주시낭요 받아주세요 제 암호닉을....... (두부)신청해영..........전 대박삘받았아요 이글잡ㅠㅠㅠㅠ렛츠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
[다솜] 암호닉 신청하고 가요 아아 윤기 왤케 스윗하죠ㅠㅠ
7년 전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한가요?? 윤기가 탄소의 이름을 알고있다는것은!!! 탄소에게 집중했다는 이야기인데... 윤기가 탄소에게 호감이있나봐요 호호호홋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네여!!
7년 전
독자3
헐...겁나설레여작가님ㅠㅠ
암호닉받으시면 [윤맞봄]으로신청하구갑니다!

7년 전
비회원106.182
[슈가맘]으로 신청하고가요!
7년 전
독자4
암호닉을 받으신다면 [태태]라고 암호닉신청할게요❤ 윤기가 여주의 이름을 알다니!!! 여주한테 집중해서 들었다는건데 와우진짜 윤기는 사랑이죠❤ 글이 너무 스윗하고 달달해서 좋아요!!! 이 글 진짜 대작될듯해요!!!!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해요 다음편을 기다릴께요!!!!
7년 전
독자5
아 대박이에요 다 부시고싶어요ㅠㅠㅠㅠㅠ아파트뽑아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보고싶어요ㅠ
7년 전
비회원99.205
암호닉 받으시면 [가든천사]로 신청할께요..!! 윤기랑 여주 둘이 뭐~~
언넝 둘의 러브러브가 보고싶네여 !

7년 전
비회원0.107
오마갓 마지막에 현실 소리 질러버렸어요!!!!!
7년 전
독자6
오오 달달한분위기ㅠㅠㅠㅠ좋아요
7년 전
독자7
귀여워용....진짜 달달달달한분위기 좋댜♥
7년 전
독자8
아..대박...마지막에 좋은 꿈꿔에서 녹아버럇다ㅜㅜㅜㅜㅜㅠㅠ
7년 전
독자9
하... 마지막에 좋은 꿈꿔에서 끝났네요... 하... 대박... 벌써 설레면 전 어쩌면 좋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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