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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오백] 랑데뷰(Rendez-vous)

W. 코발트

*'랑데뷰(Rendez-vous)'는 불어로 '만남'이라는 뜻 입니다.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온 몸이 뻐근함을 느꼈다. 어젯 밤 라디오 스케줄을 마치고 간단히 세수만 한 채
뻗어버렸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나보다. 육체는 느낌이 없으나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에 누가 보면
기이한 서커스라도 하고 있는 마냥 온 몸 마디마디가 꺾이다 못해 일그러져있었다.

 

"으으.."
"야, 백현아 정신차려. 스케줄 가자."
"응? 몇,시야."
"7시."

 

7시 정도면 그래도 요즘 같이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꾀 오래 숙면을 취한 셈이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흔들어 깨운 찬열의 뒷모습만 가만히 쳐다보자 다시 한 번 걸어와 닥달한다. 알았어 알았다구. 배게에 눌린 입 사이로
뭉게진 발음이 새어나온다. 꺾인 마디마디를 풀어낼 때 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픈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이른 아침부터 스케줄을 소화해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더 아파온다. 힘들다는 생각이 좌뇌와 우뇌사이를
왔다갔다할때 재빨리 머리를 흔들어 그 단어를 발 끝으로 떨어뜨렸다. 이럴수록 더 힘내야한다는 백현 나름대로의
신념때문이다.

머리며 옷이며 피부며 잔뜩 부스스해진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몇몇 멤버들이 일찍 일어나 깔끔한 상태로
식탁과 쇼파에 앉아서 대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눈이 마주친 타오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보이자 어눌한 발음으로
얼른 씻고 오라 말한다. 고개를 두어번 가볍게 끄덕이고는 로봇인형처럼 발을 질질 끌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지금 사옥가서 부서 실장님이랑 팀 파트 1호에서 모일거야."
"네-."
"회의 끝내고 바로 샵으로 이동했다가 V사 인터뷰 끝내고, N사 음악방송 리허설이다."
"네."

 

오늘은 꾀나 빡빡한 스케줄이구나 싶을 때 쯤 잔잔하게 흔들리며 이동하던 차는 사옥 앞에 섰다. 사옥 앞으로
들어설 때부터 몰려있는 팬들을 보고 감탄이 아닌 놀라움의 탄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시계를 슬쩍 보니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몇몇 교복입은 학생들을 보니 한심하기보다 안타깝고, 걱정될 뿐이다.
차 안에서 못이룬 잠을 마저 청하던 몇몇 멤버들이 퉁퉁하게 부은 얼굴을 후드로 뒤집어 쓴 채 차에서 내리자 서로
우리 오빠 털끝 하나라도 만지고 보겠다며 카메라며 핸드폰이며 잔뜩 들고는 이 쪽으로 뛰어오는게 보인다.
데뷔 초에나 관심가져주고 찾아주고 카메라에 담아주는게 고마웠지만 그 강도가 세지고, 스케줄이 힘들어지면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다. 몽롱한 정신으로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차에서 나와 현관으로 이동했다.

 

멤버들은 3층 팀 파트실로 이동하기 위해 양 쪽으로 나뉘어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잔잔하게 올라가던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멤버들은 기계적으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의실에 앉아서도 졸고있는 레이형이 보인다. 백현 역시 잠을
깨기위해 목을 가볍게 흔들자 언제부터 앉아있었던건지 옆에 있던 경수가 가볍게 뒷목을 잡아온다. 입을 삐죽인 채
경수를 쳐다보자 한 쪽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내린다. 그 때 문을 열고 팀 파트를 맡고 계신 부서 실장님께서
들어 오셨고, 다들 인사를 드리자 사람 좋은 미소로 피곤하냐며 안부인사를 해오신다.

 

"...그래서 이번 활동은 이번 달 2주 정도로 잡았고,
후속곡은 너희가 2주 안에 이번 컨셉 활동하면서 준비하기가 다소 어려운 문제도 있고 해서
3주 동안 천천히 그치만 완벽하고, 빡빡하게 가려고 회의를 끝마친 상태야.
너희 이거 회의 끝나고 B샵이랑 Z샵간다고 하던데? 회사에서 미리 시안보내놨으니까
총 5주 걸쳐서 머리 색상이랑 스타일 바꿔가면서 회의랑 수정들어갈꺼니까 샵에서 해주는
모발클리닉이나 두피클리닉 재때재때 받아라."

 

듣기만 해도 긴장되고 닥쳐 올 시련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스물스물 온몸으로 느껴진다. 다들 티는 안내지만
속으로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실장님 역시 잘 아실테지만 자꾸 봐주고 다독여주는게 영원히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잘 아시기 때문에 더욱더 단호하고 차갑게 그치만 따뜻하게 이야기 해주신다.
예의바르게 인사를 드리고는 회의실을 나오자 지나가던 연습생 한 명이 고개가 땅에 박히도록 인사를 해온다.
칙칙한 색상의 츄리닝을 입고서는 시큼한 땀냄새를 풍기고 가는 것이 옆 댄스실에서 연습을 하다 나온 모양새다.
이 쪽 연습실에서 연습을 한다는 것은 저 아이도 데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쁘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현관 사이로 팬들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저길 또 어떻게 뚫고 차 안으로
들어가나 싶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동은 하게 되더라 싶다. 차 안에 들어서자 멤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역시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침묵도 잠시 수호형이 급 생기를 띈 얼굴로 후속곡까지 완벽하고 멋지게 해내자며
벌써부터 지친 멤버들을 다독여주자 하나 둘씩 그제서야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옥에서 B샵과 Z샵의 거리는 20분에서 30분 정도였고, 엉덩이를 붙인지 얼마 되지않아 다시 멤버들은 내려야만 했다.
5명은 B샵, 7명은 Z샵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중간 길에서 이어붙어 움직이던 차 두대가 찢어져 각자의 길로 향했다.
도착한 B샵에 들어서자 스텝과 샵매니저가 인사를 해왔다. 우리는 예약시간에 맞춰 각자 자리에 서있는
디자이너분들을 찾아가 자리에 앉았다. 경수와 같은 샵에서 머리를 하게 됐는데 나는 어떻게 변하고, 경수 또한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디자이너 왼쪽에 걸쳐있는 시안을 내려다 보니 거의 금발 가까운 브라운톤으로
염색을 한 뒤 뒷머리를 짧게 쳐내는 머리의 디자인이 보인다.

 

커트를 하는 디자이너의 얼굴을 쳐다보다 거울로 반사되어 뒷 편에 앉아 디자이너와 상담하는 경수가 보인다.
웃음을 띈 채 사라지는 경수 담당 디자이너를 눈으로 쫓다가 다시 경수를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다. 내가 씨익 웃어보이자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인지 차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들이키며 부드럽게 웃는 경수가 보인다. 자꾸만 거울로
반사되어 보이는 경수는 너무나 로맨틱해보였다. 마치 머리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간간히 잡지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남자친구의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수 밑으로 떨어지는 엔틱한 조명이 더욱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화보가 따로 없네, 화보가. 내가 작게 소리내어 경수에게 말하자 부끄러운지 얼굴을 굳힌다.
경수가 얼마안가 스텝을 따라 옆자리에 앉는다. 뒷 머리를 꾀나 쳐냈는지 뒷 목이 허전함을 느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커트보를 두르면서 나를 쳐다보던 경수가 알 수없는 미소를 짓길래 왜 저러나 싶어 곁눈질로 쳐다보자
뭐임마. 하며 무게를 잡는다.

 

커트가 끝나자 왠 고등학생이 거울 앞에 앉아있었다. 고등학생때도 이런 밤톨이같은 머리는 안했는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머리를 구경하는데 어린 스텝이 염색약을 가져왔는지 장갑을 끼고서는 염색약을 이리저리 섞는다.
나는 멀뚱멀뚱 그 여자애가 하는 것을 보고있었는데 꾀나 노골적으로 쳐다봤는지 얼굴을 붉히는게 보여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바리깡이 들려있는 경수 담당 디자이너가 보였다. 바리깡? 하는 생각과 함께
몸을 숙여 경수를 쳐다보자 옆머리가 약간 밀려있는 경수가 보인다. 그리고 다시 앞에 놓여있는 거울을 보니
또 고등학생 한 명이 있다. 염색하면 그래도 덜 고등학생같겠지 싶은 마음으로 치덕치덕 발리는 염색약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4시간가량의 시간이 흘러서 완성된 머리는 꾀나 신선하면서 마음에 들었다. 전보다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을 연출해내는
머리가 마음에 들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거울을 쳐다보자 뒤에 서있던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시안대로 잘 된 것 같은데
회사에서 또 어떻게 수정이 들어갈지 모르겠다며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에 백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저는 마음에
든다는 표시를 하자 그에 디자이너는 수고했다며 벤이 있는 곳까지 나와 멤버들을 배웅했다.

힐끗 힐끗 시원스럽게 밀린 경수의 옆머리를 쳐다보자 경수가 목언저리로 고개를 묻는다. 그에 깜짝 놀란 백현이 얼른
고개를 밀어내자 이번엔 손으로 백현의 뒷 목을 쓰다듬는다. 목에 성감대가 있는 백현으로서는 자꾸만 움찔거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자꾸만 만지고 놀리는 경수의 손이 보인다. 그러더니 귓가에 나즈막히
드러내서 좋긴한데 걱정이네. 라고 말하며 목에서 손을 떼어낸다.

 

 

 

 


V방송국 건물에 드러서자 빼곡히 들어선 차들이 보인다. Z샵에 갔던 멤버들 역시 인터뷰 세트장에 도착해있었다. 세트장은 서로의
바뀐 머리를 보고 어울리녜 안어울리녜 잔뜩 칭찬과 놀림으로 시끌벅적해졌다. 금새 시끄러워진 세트장에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VJ가 분위기 좋다며 웃는다. 미리 받았던 인터뷰 내용이 적힌 종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멤버들은 촬영시작한다는
말에 다시 한번 옷매무새며 메이크업을 정돈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인터뷰는 꾀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EXO 멤버들 머리스타일이 조금 파격적으로 바뀌었어요."
"저희 멤버들이 변신을 한 번 시도해봤습니다."
"멋있네요. 디오씨, 디오씨가 제일 파격적인 것 같아요."
"네, 밀었더니 조금 시원하네요."
"후속곡 발표 예정이라는데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저희 EXO가 이번 활동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후속곡을 들고 올 예정인데요. 다음 달에 멋진 노래 그리고
멋진 춤으로 다시 한번 팬들께 찾아뵙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자 조금의 여유도 없이 재빨리 차로 이동해야만 했다. 인터뷰가 조금 늦어진 탓에
안절부절 못하던 매니저형이 1차 리허설은 들어가야한다며 조금 서둘러 운전을 한다. 40여분 정도 이동하자
N방송국에 도착했다. 인터뷰할 때 입었던 의상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1차 리허설을 준비해야만 했다. 이름표를
걸고서 각자 네임이 적힌 인이어와 마이크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지겨워질법도 하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이번 타이틀곡의 간주가 흘러나오고 리허설은 시작되었다.

 

 

 

 

"애들아, 의상갈아입고 헤어랑 메이크업 들어가라!"

리허설을 끝낸 뒤 대기실로 내려온 멤버들은 매니저의 외침에 하나 둘 의상을 받아들었다. 의상을 받으러 가려고 쇼파에서
일어서려는데 경수가 두 개의 의상을 들고 오더니 하나는 제 품에 그리고 하나는 백현에게 건낸다. 고마움의 표시로
새침하게 웃어보이자 동글동글해진 뒷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일어서서 옷갈아 입자고 말한다. 너무나도 바쁜 일정에
힘든줄 모르는 몸을 이끌고는 옷을 갈아입으려 인터뷰를 위해 협찬받았던 쟈켓과 와이셔츠를 벗었다. 그리고는 옷걸이에
벗어논 옷들을 걸었다. 바지 역시 벗어서 옷걸이에 올려 놓은 뒤 비닐에 씌워져있는 잘 다려진 무대의상을 집어 들었다.
제법 큰 사이즈의 와이셔츠의 소매에 팔을 끼워 넣은 뒤 단추를 잠그려 손을 올리는데.

 

"일할 땐 자제해줘라."

 

뒤에서 들려오는 도경수의 음성이 탈의실을 울린다. 고개를 휙 돌려 보니 벽에 삐딱하게 팔짱을 끼고선 옷을 다 갈아입은 채
서있는 경수가 보인다. 노골적인 경수의 시선에 벽에 붙어있는 전신거울을 보니 내가 봐도 꾀나 야한 모습으로 서있는 사람이 보인다.
흡사 남자친구 집에서 뜨거운 하룻밤을 지내고 남자 와이셔츠를 훔쳐 입고있는 여자의 모습 정도로 보인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오히려 더 소리를 냈다. 왜? 또 섰냐? 섰어? 잔뜩 약오르게 소리치자 주위를 의식한건지 한번 고개를 둘러 살피던 경수가
걸음을 떼어 이쪽으로 걸어온다. 괜히 소리쳤나 싶어 잔뜩 쫄아 어깨를 움츠리자 경수가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가져다 댄다.

 

"자꾸 유혹한다, 너."

 

단추가 잘못 채워져 있었는지 다시 올바르게 채워 넣는 다정한 손길이 눈 앞에 왔다갔다 한다.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자 다 됐다는 경수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백현은 한번 씩 웃어주고는 의상을 마저 입었다. 벗어논
의상을 들고 다시 대기실로 가자 너희 어디갔다가 이제 오는거냐며 잔소리를 하는 매니저형을 뒤로 두꺼운 무대 메이크업을
받으러 의자에 앉았다.

 

"야, 백현아. 넌 어려졌다."
"원래 동안이야."
"웃기고 있네."
"너나."

 

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 마친 찬열이 달라진 백현의 분위기에 대해 입을 열자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한참 아이라인을
그리고있는데 코디와 매니저형이 품에 한가득 음식을 바리바리 사들고 들어왔다. 아직 열지도 않았지만 음식이란걸 알아차린
멤버들은 눈에 불을 키고 하나둘씩 탁자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애들아 일단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하고, 저녁은 회식하자."
"와, 한우먹어요?"
"너희 하는거 봐서."

 

김밥과 컵라면을 내려놓은 매니저형이 회식이라는 아주 반가운 소식을 입에서 뱉어내자마자 루한이형이 금새 김밥 꼬투리를
입어 넣고선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연다. 간만에 영양 가득한 음식으로 포식할 생각을 하자 백현의 얼굴에도
금새 미소가 머물렀다.

 

 

 

 

 


바뀐 머리가 꾀나 반응이 좋았는지 무대를 내려와서도 팬들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으며 매니저형의 말로는 오늘자 EXO관련
글과 사진이 제일 많다고 했다. 다들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지우기 시작했다. 오늘 제법 짙게 그려진 아이라인을
지울 생각에 벌써부터 울상이 지어지는 백현이다. 매번 같은 아이라인을 해도 멤버들보다 훨씬 진하게 그리기 때문에
눈화장 지우는데만 20분씩 시간을 낭비한다. 그리고는 항상 여자들은 어떻게 매일 이렇게 사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이 리무버를 건네 받은 백현이 솜과 면봉을 이용해 지우다 눈이 잔뜩 충혈되자 작게 찡찡거렸고,
그 때 손에 들려있던 리무버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사라졌다. 갑자기 손에 들려있던 물체가 사라지자 당황한 백현이 눈을 뜨자
다시 감으라며 말하는 경수가 보였다. 그럼에도 눈을 꿈뻑이며 감지않는 백현이 답답했는지 제손을 들어 억지로
눈을 감긴 채 살짝 떨리는 손으로 화장을 지워내는 손길이 느껴진다.
면봉을 거의 한 통정도 써서야 겨우 지워진 백현의 아이라인에 경수도 지친 기색이다. 나는 고맙다며 경수의 팔을 두어번정도
툭툭치자 배고프니까 얼른 고기나 먹으러 가자며 말을 남긴 채 대기실에서 나가는 경수의 뒷통수가 보인다. 

 

방송국 근처에 있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고기집에 들어서자 퀴퀴한 연기와 함께 잘 익은
고기냄새가 코를 찌른다. 자욱한 연기를 해치고 예약된 룸에 한명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메뉴판을 건네받은
멤버들이 다 씹어먹을 기세로 고르자 매니저형이 적당히 하라며 잔소리를 한다. 주문한 고기가 나와 잘 익혀지고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술병이 몇 개 탁자 위로 올려졌다. 내일도 스케줄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적당히 마시고
숙소들어가서 쉬자는 말에 다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듣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홀짝홀짝 혼자 술을 잘 마시는 경수를 보고 의외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앞에 놓인 빈잔에 소주를 따른다.
가볍게 건배를 하고서는 쭉 들이키자 알딸딸한 알콜냄새가 훅 올라온다. 다들 한 잔 한 잔 마시고, 분위기에 준면이형이
자꾸 소주와 맥주를 시켜대자 이를 저지시키느라 매니저형이 진땀을 뺏다. 다들 약간 기분 좋은 정도로 취했는지
얼굴에는 서로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상황을 살펴보던 매니저형이 회사 카드로 계산을 마친 뒤 멤버들을
하나 둘 차로 이동시켰다. 운전해야하기 때문에 술을 입에도 대지 않은 매니저형은 제일 쌩쌩한 정신으로 뒷정리까지
마치고서야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야, 야. 경,경수야."
"응."
"이건, 이건 아니잖아. 너 취했어."
"안 취했어."
"아니야, 분명히 넌 취했어. 진짜 이건 아니야."

 

숙소에 돌아와 각자 제 방도 찾지 못한 채 잠든 멤버들은 니 방이고 내 방이고 뒤죽박죽 섞여 눕기 시작했다.
그나마 방 찾아갈 정도 정신은 되기에 몽롱한 채로 침대에 쓰러지듯 눕자 얼마안가 뒤따라온 경수가 침대에 걸터
앉더니 내 옆 쪽에 눕는다. 얘가 알딸딸한 정신에 섰나 싶어 한 번 해결해주려 바지 버클을 살짝 잡자
그 뜻이 아니었는지 가볍게 저지한다. 멀뚱멀뚱 쳐다보니 누웠던 상체를 일으켜 고개를 내 쪽으로 숙이는데
처음에 이게 뭔가 싶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에 놀라 급히 경수를 막았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단단히 취했다 싶어 잘 타이르는데 자꾸 저는 안취했다고 말한다. 근데 그 목소리는 평소의 말투며 목소리며
다를게 없어 사실 조금 조바심을 냈다. 어쩌면 애써 경수를 취했다고 치부해버리고 싶은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라도
이런 경수를 막지않으면 정말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행동을 멈춘 경수가 목과 어깨 언저리 부분에 고개를 묻는다. 나는 행동을 저지시킨 것 같은 다행인 마음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들려오는 경수의 말은 가히 나의 숨을 멎게 했다.

 

 

"취한 척 용기내 다가설 때 한 번만 속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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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진짜 말하나하나가 왜이렇게 설레는거죠?ㅠㅠㅠ그래 백현아 좀 속아줘라ㅠㅠㅠㅠ이제 행쇼할날이 얼마 남지않았네요 작가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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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감사합니다 독자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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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작가니뮤ㅠㅠㅠ 경수 왤케 설레죠!?ㅠㅠㅠㅠ너란남자 사랑한다 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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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마지막 말ㅠㅠㅠ심장어택ㅠㅠㅠㅠㅠㅠ경수는 행동 말 어디하나 설레지 않는게 없어요ㅠㅠ짱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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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정주행 했는데 마지막 말..조아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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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경수 설렌다.......나도 아이라인 지워주는경수가 필요해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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