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기지개를 필라해서 나는 살짝움찔하며 시선을 다른곳으로돌린다. 살짝 큰소리가났던건지 변백현이 몸을틀어 나를살짝쳐다보고선 다시 앞으로고개를돌린다. 아망할, 박찬열 오늘 왜이러냐, 뒤로살짝 밀려져있던 의자를 다시 앞으로끌고 수업에집중하려하는데 도무지 집중이안된다. 변백현머리칼봐라, 완전부드러워보여, 목덜미봐라, 솜털도보여, 보송보송해보인다, 변백현눈봐라, 속눈썹도길어서.. 한동안 뒷덜미만보고있던내가 변백현의눈을쳐다보니 깜짝놀라서 괴고있던손을빼고 놀란눈으로쳐다보니 변백현이 나에게 좀웃으라는듯 자신의입꼬리를 위로올리고서는 다시앞으로 고개를돌린다 아, 잠깐만, 진짜예뻐. "아..진짜..어떡하냐.." "박찬열 뭐하냐? 안나와?" "날방해하지말고 꺼져줘, 행복해하고 있을거니까." 아직도 나를향해 입꼬리를올려보이던 변백현의얼굴이 생생하다. 내머리속이라도들어가서 사진찍고 나오고싶다. 변백현 보고싶을때마다 맨날보게. 혼자 변백현의모습을 상상하며 웃고있으려니 누군가 앞에앉는다. "안녕." "..." "인사 안해줄건가?" "..안녕" 교실안의 시끄러운 애들의목소리는 들리지않는다. 변백현외의 모든책상과 의자는 사라져진지 오래다. 방금전까지 머릿속에서 뛰어놀던변백현이 튀어나와서 내앞에앉아있다. 꿈인가? "너가 나 싫어하는줄 알았는데." "어? 뭐? 어떤새끼가 그딴말.." "아니네." "..." "맨날 나만보면 무표정이길래, 나는 너 좋아." '이제 좀 웃어.' 라고 말하며 내입꼬리를 올려주고선 친구들과 교실밖으로나간다. 내가좋다고? 날? 변백현이 박찬열을? 그런뜻이 아님에도불구하고 나도 좋다고 말할뻔했다. 아진짜, 어떻게하면 저렇게 이쁠수가있을까 변백현은. * "..아 어떡하냐" "좀 기다려보라니까?" 종대가 포카리스웨트 뚜껑을따며 '하여간에 변백현 성질 더럽게급하네.' 종대는 내가 게이인걸알고서 사촌도게이옆집아저씨도게이강아지도게이인줄 알았던터라 한동안충격먹어서 말을안했었는데 며칠지나고나니 원상복귀하고돌아와서 다시예전처럼변했다. "걔가 나만보면 표정이 썩는다니까?" "싫어하나보지." "주변에 여자애들도 넘쳐." "정상인가보지." "나랑같은조만되면 말이없어." "악연인가보지." "씹새끼야." "..." 종대가 포카리스웨트를마시며 자꾸만 건성하게 대답하는바람에 욕이나왔다. 박찬열은 언제나 가끔뒤를돌면 갑자기 고개를돌리거나 인상을쓰거나 눈만 동그래졌다. 내가 뒤에앉을걸, 박찬열뒷모습 계속보고있게,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이번시간엔 뒤를돌아서 웃으라고 입꼬리를올려봤다. 이번에도 인상쓰고있으려나, 라며생각하다가 결국엔 뒤를못돌아봤다. 이게뭐라고 이렇게떨리냐. "너가 나 싫어하는줄 알았는데." "어? 뭐? 어떤새끼가 그딴말.." "아니네." "..." "맨날 나만보면 무표정이길래, 나는 너 좋아." 솔직히말해서 '어떤새끼가 그딴말했어! 난너안싫어하고 존나싫어해! 존나!' 라고말해버릴까봐 그냥 말을끊고 박찬열의 입꼬리를한번올리고나왔다. 내가 좋다고한게 친구로서 잘지내보자고 좋다고한게 아니란건 알아들으려나모르겠다, 계속 다른생각만하며걸어서 기둥에부딪히니 옆에있던종대가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고선 화장실로갔다. 와 진짜, 가까이서보니까 더잘생겼어, 이제 부끄러워서 교실 어떻게들어가지. * "그럼 조는 이렇게하고, 각조마다 PPT준비해와." 역시나, 나는 또 변백현과 같은조가됬다. 이번엔 같은집에서 둘이있는건가? 어떻게참지? 어떻게보지? 별생각을다하니 머리가아팠다. PPT의문항은 유전자였다. 변백현은 중상위권이고, 나는 중하위권인데 내가 얘한테 해가되지않을까싶어서 조를바꿀수없냐고 물어봤지만 그럴수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젠장, 변백현이랑 같이있는다니까 호랑이기운이 마구솟아올것같다. "뭐해?" "..아" 변백현에집에 들어가자마자 변백현향기가 갑자기 나를애워서 순간깜짝놀랐다. 향기도좋아, 진짜애기같네, 거실에 컴퓨터를바로켜곤 PPT파일을 연다. 아, 이렇게바로 숙제로 돌입하는건가, 좀 아쉽다. "아니, 거기서 오른쪽마우스로.." "미안" "그쪽에 사진을놓으면 안되고.." "미안" "..마우스줘봐 찬열아" "..미안" 진짜 미안하다 백현아. 지금 너가 나한테자꾸만 들이밀어와서 내앞에 전자기계따위한테 눈이안간다. 미치겠다, 알려주겠다고하면서 내허벅지쪽만지는것도 이상한상상가고, 괜찮다고하면서 웃는것도 안아버리고싶고, 이런저런상상이다들어서 집중이안된다. 어떡하지, 싶다가 결국엔 내가뒤에앉아서 보좌역할을하고 변백현이 중심적인일을했다. "아이고, 다했다." 아,귀여워 "아, 귀여워" "..." "..." 순간 개운하다는표정을 짓던 변백현의표정이 굳었다. 아, 나 실수했다. 그곳에서 어쩔줄을몰라서 어버버거리고있다가 다했으니 가야겠다고하고선 변백현의집을나왔다. 순식간에 변백현의향기가사라지고 자동차매연냄새만난다. 등신같은놈, 그딴말은 왜해서, 라고 자책하며 계속집으로가던도중 내일이 월요일이라는걸 깜박했다. 망했다. "그럼 백현이네조 조사자료보자, 정숙." 나는 앞에나가있는시간동안 아무말도하지못했고 결국대부분은 변백현이했다. 도대체 어제부터 뭔짓만하는거냐 박찬열, 근데 이상황에서도 변백현옆모습 예쁘다. 다른조의발표는 귀에들어오지도않았다. 창문너머로 햇살도 내리쬐고, 날씨도화창한데, 어짜피 방학이니까 한번해볼까. "어, 저기," "어?" "할얘기 있는데." 말을거니 이번엔 뭔가 기분좋은표정이다. 떨려서 말을못하겠네. "나 너 ㅈ.." "박찬열!! 다음체육이야 체육복빌려와!!" "..어" 마음속으론 저씨발놈, 개새끼, 빌어먹을놈이라며 마구씹어대곤 변백현에겐 아무것도아니라고하곤 체육복을빌리러왔다. 체육복도 더럽게짧아, 축구도 짜증난다, 그러면서 신경질적으로하다보니 넘어져서 볼이나 무릎에 상처가났다. 쓰라려. "야 먼저가있어라 보건실갔다갈게" 애들에겐 먼저 밥을먹고있으라그런뒤 보건실로왔다. 보건도 밥을먹으러간건지 보건실은조용했다. 오늘따라 침대에누워있는사람도없다. 아, 뭐부터해야되지. "해줄까?" "..어?" 옆에있던솜을 만지작거리고있자 보건실문이열리면서 변백현이들어왔다. 당황스럽다. 솜을뺏어가서 소독을해주더니 연고도발라주고 밴드도붙혀준다. 좀만 더다칠걸. "볼." "..." "볼에도 상처났네." 변백현의 손이 느려졌다. 연고를발라주던 손이 점점더 느려지는가싶더니 결국에멈췄다. 하지만 손은 그대로 내볼위에있다. 연고를다발랐는지 내려가려던손을 잡았다. "아까 하려던말." "..." "나 너 좋아하는데." "..." "너는 나 어때?" 지금이아니면 안될것같아서 말해버리니 변백현의표정이 몇초간 굳어져있다가 금새 밝아진다. 계속 내볼에머물러있는 변백현의손을잡은채로 아래로내리고선 변백현의얼굴로 가까이다가갔다. "좋다는뜻으로." "..." "받아들여도 되지?" 말할때마다 입술이닿아서 변백현의눈만 계속쳐다봤다. 말이끝나자 변백현이 나에게먼저 다가와서 입을맞췄다. 나도 변백현의 동글동글한 뒤통수를끌어당겼다. 똥글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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