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마크] 폭풍의 전학생 00. 우르르- 쾅 쾅 안그래도 어두운 하늘이 그나마 고개를 내밀던 빛까지 삼켜버렸다. 여름도 아니고 고작 극심한 추위에서 한꺼풀 벗어난 주제에, 쏟아지는 비는 장마 못지 않았다. 얼마나 세게 내리는지 흔들리는 창문에 반 아이들이 한 두명씩 비 와? 혹은 뭐야, 진짜 비오는거야? 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도 사정없이 구기던 미간을 바로두곤 다른 아이들처럼 고개를 들고 창문을 내다보았다. 유리창 겉표면의 물방울 들은 치타의 그것마냥 점점이 떨어져 달라붙어있었다. 아…우산없는데. 멍하니 두던 시선을 거두고는 몸을 일으켰다. 정신없이 돌리던 펜이 손가락 사이를 벗어나 책상들 사이로 사라진 탓이다. 몸을 낮춰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적어도 한 번은 써봤을 흔한 볼펜을 줍고는 허리를 일으키다, 딱. 눈이 마주쳤다. 동공이 꽉 찬, 둥그랗고 어찌보면 땡글한 두 눈과 시선이 부딪히자 숨이 막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학원가기 싫다. 의미 없이 이어지던 눈빛은 누군가의 속삭임과 함께 불에 데인듯 흩어졌다. 급하게 자리로 돌아와 앉고는 바쁜척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모처럼 주어진 자습시간임에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쑥덕이는 소리에 집중력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고3의 일생이란 멀고도 험난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오늘 아침의 날씨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후만 하진 못했다. 중국의 공장이 우리나라 근처로 이전되어서 어쩌구 했다는 내용 때문인지, 유독 요즘 미세먼지와 침침한 하늘이 맥시멈을 찍은듯 했다. 눈 뜨자마자 뿌옇게 보이는 하늘은 월요일 아침부터 학교 갈 맛을 뚝 떨어뜨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평소와같이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그러다 버스를 놓칠뻔해서 급하게 뛰기도 하고, 출석부에 지각으로 적히기 직전에 교실에 세이프를 하는것 까진 정말 여태까지 살아온 나날과 똑같았다. 그랬는데, "얘들아. 다 앉아봐.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함께하게 된 민형이다. 인사해야지." "안녕. 내 이름은 Mark Lee고, 한국이름은 이민형이야. 어…잘..지내보자?" -잘생겼네. -어, 고마워. "응?" "왜. 시민이 무슨 할 말 있니?" "아니…그게 아니고…" 그때 눈이 마주친 이민형은 그 순간에도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마치 '쟤가 왜저러지?'하는것 마냥. 나는 친구들의 '잘생긴애가 전학와서 관심받고 싶었구나-'하는 장난에도 어벙하게 굴며 전학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전히 마주친 두 눈은 올곧게 나를 보고 있었으며, 내가 뭐지 하기도 전에 한번더 인사를 건네오기까지 했다. -만나서 반가워. 어… -너도 이쁘다. 벙찐 나를 두고 이민형은 선생님이 지정해준 자리에 성큼성큼 걸어가 앉았다. 멍청히 저를 보는 나에게 눈짓까지 해주고는 모르는척 자습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 존재의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나도 모르고 쟤도 모르고 아무도 몰랐겠지만…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폭풍같은 전학생의 서막이 열린것이다. ** 그 날 이후로 이민형은 나에게 끊임없는 추파를 던져댔다. 눈이 마주치면 안녕. 하는 인사는 기본이고 수업시간에 자다가 부스스하게 일어나면 잘잤어?라고 묻는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밥 누구랑먹어?하는 왜인지 90년대 작업멘트 같은 질문 그 외 기타 등등등… 우리 학교에 잘생긴 남자는 없어도 이쁜 여자애들은 많은데 왜 하필 나에게 그러는지 의문중에 의문이 아닐리 없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여러가지인데 그 중 하나인 저렇게 잘생긴 이민형이-얘는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어쨌든 굉장히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있다- 왜 나에게 은근슬쩍 관심을 보이는가를 제외하고도 무려 한가지나(?) 더 있었다. 일단 둘. 이민형은 어떻게 나와 통하는가. 앞서 설명했듯이 처음 전학온 날부터 멋대로 내 생각을 읽고 고맙다고 하는 둥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두가 울려왔다. 여태까지 나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하루아침에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야. 근데 너네반 전학생 진짜 잘생겼다." "그러니까. 무슨 복이냐. 너 잘생긴애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잖아 " "..내가 잘생긴거에 환장한 애로 보이냐?" "아.. 아니었어?" 아니야 맞아 친구야… 나 잘생긴 남자에 환장해… 그런데 쟤가 내 생각을 읽고 생각과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며 나에게 은근슬쩍 작업멘트를 날린다고 어떻게 말하니. 아마 그렇게 말하는 날 친구들은 내 이마를 만져보며 과하게 망상세계에 빠져산 나머지 미쳐버린거냐고 물어볼게 뻔했다. 나조차도 설명할수 없는데 남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겠어. 하 하 하! "어…이거 먹을래?" "어?! 응??" "왜.. 왜 그렇게 깜짝 놀라… 아니, 저번에 보니까 이거 좋아하는것 같아서." "어 맞아, 나 이거 좋아해. 어떻게 알았어?" "전에. 너가 이거 먹는거 봤어. 그, 그럼 나 갈게!" 갑자기 나에게 바나나우유를 주고 쑥맥처럼 웅앵웅 혼자 말하던 이민형은 로봇처럼 뒤돌아서 자리까지 걸어가곤 털썩 주저앉았다. 앉았다기보단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의자위로 쓰러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말 같지만… 미지근해진 바나나우유의 표면을 쓸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생각으로 말할때는 별 선수인척 다하더니. 실제로는 말도 제대로 못하네. 내 생각을 들었는지 안그래도 수그러져있던 이민형의 몸이 더욱 더 책상과 한 몸이 되었다. 큭큭 웃으며 대체 뭐냐며, 벌써 저 잘생긴 전학생과 친해진거냐며 나를 볶는 친구들 사이에서 귀 끝을 벌겋게 물들이고 발과 손이 함께 나가던 이민형을 떠올렸다. 앞으로 학교 생활이 왠지, 재밌어질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