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쳤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매일같이 창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햇살에 눈을 감아버리고 울어버리는 나는 미쳤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단단히 미친게 틀림없다.
“ 네가 데려가 “
“ 내가 왜? 네 딸이잖아 “
“왜 내 딸이야? 네가 낳았으니까 네딸이지! “
“ 내가 데려가면 뭐해줄건데? 너 이제 돈한푼 없잖아! “
“ 뭐? 이 X이! “
고통.
글쎄, 고통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그저 무지한 인간들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를 통해 심심치않게 볼 수도 있고,
태어난 배경에 아무런 장식없는 모습을 통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린 그냥 죄 없이 행복했을 뿐인데,
그냥 있는 그대로 티끌 하나 없이 살아 왔을 뿐인데,
누가 우리 가족을 절벽 끝으로 밀어버렸을까.
무기력과 저주의 시간을 걸어 가고 있다.
총알도 이르지 못하는 폭풍의 시간을 타고 걷는다.
나는 지금 소름 끼치도록 분명하게 증오하는 인생을 살고있다.
다름이 아니라 틀린 인생.
내가 고통스럽게 된 데에는 무언가가 실타래처럼 엉켜 풀리지 않아서다. 낯선이들에게 발각되어 의도치 않는 고통을 담고 있다. 지금 내 인생에.
차라리 나를 구속해서 체포해 가. 차라리 복수를 부르짖어 내어줘. 아니면, 나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니 빨리 도망가라고 말해줘.
지금 나는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딜 수가 없다. 이상적으로 생각 할 수가 없다. 난 엉터리다 그 뿐이다.
어느 누구도 내게 물어보지 않아.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죽은 이 취급을 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상대하듯 대한다.
이게 지금 내 인생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지옥인가.
어두컴컴한 방 안 빗소리만 지겹게 울린다 누군가가 재촉하듯 비는 무섭게 창문을 때린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눈은 뜨지 않고 그저 생각한다 이 지긋지긋한 하루가 또 시작했다고.
그리고 나는 약속이나 한듯 머릿속으로 되뇌인다. ' 또 하루가 시작했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
하루하루가 지옥 벼랑 끝에 간신히 서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날 용기도 없고 점차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끊을 수도 없다. 그럴 자신이 아직 없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하루를 또 산다.
한참을 누워 뒤척이다 밀린 번역본 작업들이 생각났다. 어제까지 보내준다고 메일까지 보내놓고는 급격하게 붉어진 불안감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당연히 바깥도 나가지 않으니 집에 가만히 앉아 책을 보는게 일상이 되었고 그 결과 난 번역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도 문학계열 회사에서는 다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번역가로 올라섰다. 생각보다 결과물을 좋게 봐주는 몇몇 사람들 덕분에
현재 생활비는 부족하지 않게 버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내 문제점이 돈이 아닌 내면의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탁자 위에 올려진 노트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냉기가 가득한 노트북을 만지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천천히 전원키를 눌러 부팅화면이 나올때까지 기다렸고 나는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내리곤 얼굴에 맞닿은 찬공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 아직은 겨울이구나 ' 무의식적으로 난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들곤 부엌으로 갔다.
부엌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사실 나는 지금 양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산지 한달도 안되었다. 정확히는 3주
이사를 오는게 맘처럼 쉽지만은 않았지만 주된 이유는 나도 나를 버티기 힘들었다는것.
정확히 말하자면 날 거둬준 부모님에게 내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를 입양하고 몇년간을 내 발걸음에 맞춰 내 인생을 걸어주셨던 고마운 분들.
진솔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매일을 내 방 문틈에 편지를 끼워 주셨던 양아버지에게 어느날은 너무 미안해 이불을 뒤집어 쓰곤 울었다.
그리고는 독립을 하겠다 결심했고 나의 결정에 두분은 당연히 놀라셨다. 집에서도 꼼짝없이 스스로 갇혀 사는 신세에 당연히 놀랐으리라.
하지만 치료를 꾸준히 받겠다는 거짓말같은 약속을 한 뒤에야 양부모님이 얻어준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집을 구해주겠다는 양어머니의 말에 끝까지 거절했지만 나는 그분들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집 부엌 싱크대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 어제 쓰레기를 안버렸구나.. “
싱크대 밑 꽉 찬 쓰레기 봉투가 발에 치여 넘어졌다.
밖에 나가지 않으니 쓰레기 버리는게 곤욕이다. 전에는 이런 걱정 없었는데.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날이다. 일주일에 딱 하루. 11시부터 2시까지 병원에 가 상담치료를 하는 날이다.
상담치료를 시작한지도 10년이 되어간다. 어렸을때보다는 증상도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일상생활은 어렵기만 하다.
내가 가진 많은 문제점들 중 하나 의문을 갖자면 '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언제쯤이면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 라는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도 의문이 든다. 과연 이 길 끝에 뭐가 있을까 대체 뭐가 있길래 대가가 이리도 비참한건지.
단지 그게 궁금해서, 언젠가는 끝날 나의 지독한 고통의 결과를 맛보고 싶어서 꾸준히 상담을 간다.
유일하게 바깥구경을 하는 날. 유일하게 낯선이들이 모여 있는 거리로 나가는 날. 그리고 유일하게 고통스러운 날. 바로 오늘이다.
밥을 먹으며 작업을 끝내 요청한 번역본까지 다 보내고 확인 메일을 받은 뒤, 나는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들 중 검은색 코트를 꺼내어 입었다. 항상 똑같은 옷차림. 검은색 후드티에 검은색 슬랙스 그리고 검은색 모자.
그리고 서랍에서 흰색 마스크를 꺼내어 얼굴을 전부 가리고는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신발을 신었다.
신발 코를 바닥에 콕콕 찍어내며 준비를 다 마치곤 당연한듯 현관문 앞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 아무것도 보지말고 듣지말고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자 “
조용히 읊조렸다.
예전엔 밖을 나가기는 커녕 방문을 나가는 것 조차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우습지만, 나는 오늘 지금 내 모습이 제일 우습다.
한손엔 쓰레기 봉투를 쥐고 난 현관문 앞 신발장을 서성였다. 정확히 7일만에 나가는 저 너머 다른 세상.
아직도 나갈때마다 항상 떨린다. 혹시나 저번처럼 사람들과 마주쳐 갑자기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을까봐. 또는 누군가가 말을 걸까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데 사거리 까지만 나가면 택시를 잡아 타서 갈 수 있는데.
두려움을 한가득 짊어지고 서서히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 내렸다 오랜만에 듣는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경쾌한 소리.
그리곤 문을 열어 고개를 들었고 순간 나는 필름이 느리게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앞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은 현관문 소리에 고개를 돌리곤 내게 환히 웃어보였다. 그리곤 내게 말했다.
“ 안녕하세요 “
순간 나는 왠지 모르게 느꼈다. 나의 밑바닥 저 너머 고통의 뿌리들이 어쩌면 생각보다 더 일찍 뽑힐 것 같다고.
안녕하세요 이새론 입니다 여긴 처음이라 어색하네용
다른 곳에서만 연재하다가 이곳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하트) 혹시나 오타가 있다면 저에게
살짝쿵 말해주세요 ㅎ1ㅎ1 그럼 뿅
( 아 그리고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