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켰다.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껌껌한 어둠속에 모니터가 빛을 바래였다. 그와 함께 난 눈을 살짝 찡그렸다. 바탕화면에 한글 2005 라고 써져있는 아이콘을 눌렀다.
―딸칵. 하얀 백지속 커서만 깜빡였다. 무엇을 써야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키보드위에 손을 얹었다.
「엄마는 행복해보여요, 그 남자도 착해보여요.
아빠는 이제 그만해요, 많이 지쳤잖아요.」
글자가 소용돌이치듯 나에게 다가온다. 점점 커진다. 당장이라도 날 한입에 삼켜버릴듯…. 또 다시 커서가 깜빡인다. 밝은 빛에 눈이 따끔함과 동시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엔터를 몇번 누른 뒤 자꾸만 똑같은 글자를 쳐내렸다. 엄마, 엄마, 엄마. 나는 무엇을 원하는것인가. 이것으로 나는 끝인걸까? 악마의 목소리는 어서 실행하라 외친다.
아무 짐이 없는 나는 가볍게 비상하리라.
「나는 잃을게 없지만 엄마는 잃을게 많아요.
아빠도 잃을게 없지만…… 아니 이미 잃어버렸나봐요」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는 끝을 내려한다.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그것이 비록 잘못되었다해도 난 실행한다. 그대로 컴퓨터를 켜놓은채 베란다로 향한다.
불빛이 흔들린다. 어떤 눈동자 처럼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가 날 이끈다. 뒤에서 나를 민다. 난 그 손을 잡을수 없다. 그럴만한 힘이 없다. 그저 나를 미는 곳으로….
창문을 여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칼처럼 내 볼을 베어간다. 왜 눈물이 나오지 않는걸까. 아, 그래 나는 비뚤어진 방법이 아니야. 나는 그저 가벼운 몸을 바람에
몸을 실으려는 것 뿐. 많이 시원할꺼야. 짜릿할꺼야. 창문 밖으로 고갤 내민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장난치는 남학생들의 정겨운 소리와 술취한 아저씨의 술주정소리.
이젠 저 위에서 들을 소리. 하얀 꽃이 피어라. 내가 날수 있도록. 빨간 꽃이 피어라. 나를 위로할수 있도록. 사람들의 눈초리가 날 매질한 듯, 난 이미 웃고있으리.
주머니 속에서 까만 매직을 꺼낸다. 창문옆에 작게 써내려간다.
「마지막 이야기는… 비극이 가장 재밌는것 같아.」
이제 나는 난다. 무엇이 되든, 나는 난다. 하얀 날개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어서 등에서 하얀 날개가 쏫아오르기를…. 헛된 희망은 나의 마음속에서 울컥하게 한다.
날개가 나지 않는다면 하얀 눈이 내리기를… 나를 위로해요. 빨간 꽃이 하얀 꽃이 되도록, 눈이 내리기를.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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