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이 영창을 간 지 30일째 되는 날, 조용하게 지내던 민석이 기어코 사고를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그렇지 않아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식량 문제를 건드리려고 한 것이다.
2주 전, 막 사귄 친구 백현과 함께 대작전을 계획한 민석은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넌 배식 때 쓰는 젓가락을 날카롭게 갈아와.”
“알았어. 그 다음엔?”
“난 방망이를 구해올 테니까 끝에다가 젓가락을 박을 수 있게 양쪽 다 갈아와.”
한편, 간수 준면은 세면시간마다 씻지는 않고 구석에 모여서 수다만 떠는 두 군인을 주의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매일 해대는지 궁금했던 준면은 특수부대 시절 배웠던 은신술을 이용해 그 둘에게로 다가갔다.
‘구했냐?’
‘난 이미 다 갈아놨다. 넌 방망이나 구해라.’
‘지금 구름과자랑 협상중이니까 일단 최대한 날카롭게 갈아놔.’
규율을 어기는 담배 얘기에 기분이 팍 나빠진 준면은 민석의 귀를 잡아당겼다.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재밌게 해? 너네 훈련실로 따라와!”
준면이 둘을 끌고 훈련실로 사라졌다. 그리고 세면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소리로만 가득했다.
“너네 말하는거 다 들었어. 범칙하려고 하는 거 맞지.”
“아닌데요?”
“연기하지마.. 티나... 안 잡아먹으니까 털어놔 봐.”
준면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민석과 백현은 요지부동으로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30분간의 협상 끝에 민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흰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욕망의 반칙으로 매점을 좀 털려고 합니다. 도와주세요.”
말을 하던 민석은 갑자기 현기증이 나는지 머리를 짚었다. 그러자 백현이 뒤이어 입을 열었다.
“모든 계획이 다 되갑니다. 간수님께서만 묵인해주시면 저희 건빵 터트릴 수 있습니다.”
“묵인으론 부족한데.”
“예?”
“나도 끼워줘. 사실 며칠 전부터 간수 식량도 떨어져 가는지 많이 안 줘서 배고팠다고. 파괴란 미덕을 보여주지”
백현과 민석은 잠시 멍해 있다가 준면을 들고 헹가래쳤다.
“준멘님!!!!! 만세!!! 준멘님!!!!!!”
“멀리 돌고 돌아서 다시 시작하는 곳에 다 왔는데 뭐 이렇게까지~”
준면의 광대가 폭발하고 그 날 그들은 훈련실에서 뜨거운 우정을 키웠다.
-거사 당일.
훈련 시간을 틈타 매점 앞으로 모인 셋은 각자 손에 야구방망이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옷을 바로잡고 심호흡을 했다.
“준비되셨습니까?”
“응. 가자. 우린 그런 존재니까.”
“오류투성이지만 배워가며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하나 둘 셋하면 들어가죠!”
“하나 둘 셋! 모두 함께 가는 우리 미래로!!!!!!!!!!!!!”
백현의 신호를 따라 동시에 매점의 문 앞으로 달려간 셋은 야구방망이로 문을 내리쳤다.
시끄러운 소리가 복도에 가득찼지만 시간이 가면 또 씻은 듯이 다시 재생될 거라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문을 내리쳤다.
그 때,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에덴의 아침을 꿈꾸는 듯한 딸깍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훈?”
“으아아아아아아악!!!!!!!!!!!!!!!”
“누구냐!!!!!”
배고픔에 미쳐서 저 태양처럼 거대한 하나가 되어 문을 내리치고 있던 셋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문을 열고 나온 남자와 그들은 흑과 백 아직 남과 북 끝이 나지 않는 전쟁씬으로 나뉜 태양의 절망처럼 멈춰서서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저기.. 매점 아저씨 지금 안 계셔서 제가 잠깐 보고 있어요. 뭐 사실거에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야! 너도 우리한테 협력해라! 안 그러면 엽총으로 쏴죽여 버리겠다!”
준면은 방망이를 들고 매점의 남자, 경수를 협박했다.
“엽총 없잖아요.”
하지만 겁 잘 먹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경수는 꽤나 강심장인지 가볍게 넘겨버렸다.
처음으로 말싸움에서 진 준면의 얼굴이 익명의 가면에 감췄던 살의 가득한 질시처럼 일그러졌다.
“하지만 우리한텐 방망이가 있지!”
보다 못한 민석이 앞으로 나서서 위협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건 그냥 방망이가 아니다! 홈플러스에서 제일 비싼 방수 방망이다! 게다가 젓가락까지 박았다고! 이거 바람도 부를 수 있세훈!!!!!!!!!!!!”
당황한 경수가 저 멀리 수평선 끝을 향해 뒷걸음질쳤다.
그 틈을 타 셋은 매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간식들을 감상하던 그들은 닥치는 대로 과자와 빵, 즉석식품을 쓸어 담았다.
일부러 허리는 쪼이고 상체는 헐렁한 후드집업을 입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속도로 모조리 털었다.
“야! 이러면 내가 맞아 죽는다고!”
“알빠냐! 니 신상 따위! 난 굶어 죽기 실세훈..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니까 너도 하나 먹고 맞아 죽어라~”
크림빵을 하나 던져준 민석이 준면과 백현을 데리고 매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경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크림빵을 치즈처럼 한 입에 집어넣고는 셋을 쫓았다.
“야!!!!!! 나도 좀 달라고!!!!”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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