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연하남이랑 알콩달콩 사는 신혼일기 (8)
-낮져밤이, 그 뒷 이야기-
침대에 버려진 날 보곤 멀뚱히 서서 생각에 잠긴 민형이를 보고있자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고개를 떨구고 숨죽여 웃는 나를 발견한 민형이가 투정을 부린다.
' 아 왜애- 왜 웃어요오- '
너같으면 이 상황에 웃음이 안나오고 베기겠냐..
" 그래서, 여보 이제 뭐할건데요 나한테 "
" ...으응? "
" 할 거 없음 나간다? "
" 아, 안돼요! "
대충 일어나려는 시늉을 하자 두 손으로 나를 막아선다. 어쭈?
그래 어떻게 하려는지나 구경 좀 하자, 하는 마음에 팔짱을 끼고 침대에 앉아 민형일 보았다.
아마 누군가 계속 민형이에게 까똑으로 지시를 내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결국 백기를 들고 내 옆에 가만히 앉은 민형이는 두 손을 모아 손톱을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 여보.. 여보는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요? "
" 여보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어요 "
애가 갑자기 풀이 잔뜩 죽어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무 뜻대로 안나와줘서 이러는건가 싶어 괜스레 지금에서야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민형인 작게 한숨을 포옥 내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 나는... 나느은.. 다 여보가 하고싶은대로 해도 돼요 "
" ..... "
" 근데 사람들이 나보고 바보래요.. "
엄마야, 민형이가 울 것 같은 낌새를 보이자 나는 나보다 큰 아기같은 민형일 안으려 팔을 뻗었다.
민형이는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기며 울기 시작했다.
우씨.. 누가 우리 순진한 민형이보고 바보래 이 썩을(?) 것들이!
나는 화를 꾹꾹 눌러담고 민형이를 토닥였다. 상남자 흉내내느라 고생했어 우리애기.
" 여보.. 나 바보에요? "
" 여보는 여보가 바보라고 생각해요? "
" 난 몰라요.. "
" 여보 바보 아니야 "
" 그럼 여보는 바보가 좋아요? 여자는 나 같은 남자말구 낮에는 져주지만 밤에는 이기는 사람을 좋아한대요. "
" 누가 그래? "
" 그건... 비밀이에요 "
나는 눈가와 코끝이 빨개져서 오목조목 질문을 하는 민형일 보고 또 웃음이 날 뻔했다.
세상 진지한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민형이가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걸 겨우 참고 대답했다.
" 나는 마크를 제일 좋아하지요 "
" ....진짜? "
" 그런데 여보, 낮져밤이가 뭔지는 알아요? "
" 대충요 "
" 밤에 이기는건 이런거 말고도 많아요. 가위바위보도 있구 "
나는 웃음을 참고 민형이를 낚으려 했다. 민형이는 내가 좋아하는 멍청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를 멀거니 쳐다본다.
생각하는걸 끝냈는지 아! 하는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혹시.. 너 정말 내 말을 믿는거니?
" 그랬구나! 나는 계속 어렵게만 생각했어요 "
" .... "
" 여보는 역시 천재인거 같아요. You 천재! "
민형인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좋아하더니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시전했다.
정말 너처럼 귀여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나는 말없이 민형일 보고 웃었다.
" 그럼 여보 나랑 지금 할리갈리 해요! 지금 밤이니까 얼른! "
" 그래요 여보, 준비하고 있어봐 나 손 좀 씻고올게 "
" 알았어요! "
[ 그 후, 쟈니스쿨 ]
" 안녕하세요 원장님~ "
" Mark~ 어젯밤 어땠어, "
" 에이.. 원장님도 참 쑥스럽게! "
" 오호~ "
영호는 민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 민형인 부끄러운듯 인디언 보조개를 보이며 미소 지었다.
의자를 뺀 영호를 따라 민형이 자리에 앉았다.
" 자세히 좀 말해줘봐, 아니 너 어제 내 카톡 안 보더라구 "
" 아, 바빴어요 "
" 크~ 너 남자 다 됐다? "
" 솔직히 형 덕분이죠. 제가 이겼어요 완전! "
민형의 말에 영호는 되려 더 신나 어깨를 들썩거렸다.
민형은 박수를 치며 영호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영호는 귀를 쫑긋세우고 민형이에게 좀 더 가까이 붙었다.
" 난 솔직히 너 못할줄 알았어! "
" 저도 그랬는데 제가 자신있는걸로 했죠 "
" 그게 뭔데? "
" 제가 또 할리갈리는 기가 막히게 하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했는데 제가 딱! 게임 over "
영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민형은 뿌듯하단 표정으로 영호를 보았다.
하.. 할리갈리? 영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민형은 여전히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 Oh my god.. "
" ...형 왜그러세요, 어디 아파요? "
" 아니다 민형아.. 수업 준비나 하자 "
" 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