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이라 많이 짧습니다..
00. 그 아이와의 첫 만남
부유한 것도 부족한 것도 아닌 정말 그렇고 그런 중산층의 장남으로 태어나 명문대 진학하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지. 인생은 모르는 거라고. 나름 탄탄대로라면 탄탄대로라고 장담할 수 있던 제 인생이 그 말에 발목 잡혀 기울어질 줄이야. 이거 참 누구에게도 말 못할 설움이다. 아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망할 정호석의 전화를 받는 게 아니었다. 만약 며칠 전의 나로 되돌아 간다면 핸드폰이 박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전화는 못 받게 했을 것이다. 참을 인(忍)을 그리며 육포를 뜯었다. 딱 봐도 개가 아닌 여우인데 이걸 먹겠냐고. 그래도 오들오들 떨며 소파 밑에 웅크린 몸체가 영 애잔스러워 어떻게든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도 안 해서 더러울텐데. 에치. 손을 뻗자 먼지가 일은 탓인지 재채기 하는 작은 생명체에 주춤했다.
"아가, 착하지. 얼른 나와."
쭈뼛 거리며 눈치 보던 큰 눈이 굳게 결심이라도 한 듯 반짝이다 이내 소파에서 튕겨져 나오듯 제 품에 안겼다. 갑자기 쏠리는 무게에 거실 한 가운데에 엎어져 버렸다. 꼼지락 거리는 몸짓에 고개를 내렸다.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여자 아이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꼬리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잠깐, 여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큰 눈을 가진 여자가 육포를 들고 있는 제 손목을 양손으로 움켜쥐고서 쩝쩝거리고 있었다. 악! 경기를 일으키며 주방으로 도망쳤다. 싱크대를 붙잡고 지끈거리려는 머리를 헤집었다. 아니, 지금. 그니까 이게 지금. 뭐지? 눈동자를 도륵거리며 상황 판단에 나섰다. 그니까 며칠 전 호석의 일방적인 고집에 못이겨 사막여우를 분양 받아왔고, 그 여우는 낯가림이 심해 소파 아래에만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급한대로 육포라도 먹여볼까 눈 앞에 흔들었는데 갑자기 제 쪽으로 튀어 올라온 것은 지금 거실을 방황하는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었다. 그 주인공은 여자고. 그나저나 암컷을 저한테 떠맡긴거야? 오 마이.
정호석 연락 되기만 해 봐.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버릴거야.
그 날 통화 |
오랜만의 휴강으로 낮잠을 즐기던 태형은 요란스레 울리는 전화에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썸을 타는 혜연이라도 짜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핸드폰 화면에 뜬 것은 다름아닌 호석이었다. 그도 꽤 이름 날리는 대학 수석으로 입학 했다지. 다만 학과가 학과인지라 연락이 뜸해진 게 흠이었다. 뒷목을 벅벅 긁으며 전화를 스피커로 돌린 채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 정호서이." "너 순심이 집에 떼놓고 와서 섭하지 않냐." "안 그래도 눈 앞에 아른거리가 죽겄다." "너 그럼 여우 하나 분양 받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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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s |
안녕하세요. 메로우 입니다. 네 결국 일을 벌렸네요... (눈을 질끈 감는다) 좋은 월요일 되세요 껄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