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이 깔렸다. 손바닥의 두뼘정도 큰 창문은 금세 노을빛을 걷어내고 있었다.
미친사람처럼 떨리는 몸과 마음은 도통 제어가 되질 않았다. 옆에는 변백현이 아직 끙끙 앓는소리를 내며 잠들어있었다.
눈가에 덮혀진 연갈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염색을 한것같은 밝은 머리색 덕에 다른생각을 함으로써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점점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아랫옆구리가 미친듯이 아려왔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붙들려있는 정신줄을 바로맨뒤 변백현의 손을 찾았다.
따뜻한 온기를, 그 편안함을 다시한번 느낀다면, 아마 생명연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간절하고 애처로운 손동작이 이어졌다.
"도경수, 어디아파?"
변백현의 목소리. 부드럽고 낮은 저음. 눈앞이 팟하는 소리와 함께 스위치가 꺼진것 같았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카만 어둠이 잠식되자 두려운 마음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옆구리를 온힘을 다해 꽉 쥐었다.
신음이 터져나왔다.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 동시에,
"도경수, 죽지마..제발.."
몸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고 아득한 몽롱함이 훅 끼쳤다. 변백현은 날 꽉, 끌어안고 있었다. 아주 꽉.
시원한 바다냄새가 났다. 왜 우리는 이런상황일 수 밖에 없는지, 때아닌 의구심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어쩌면 너는. 아마, 나 때문에 가족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아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겠지.
옆구리를 움켜쥐고있는 오른손을 대신해 힘없는 왼손이 변백현을 끌어내렸다.
"백현아...나 아파...너무 아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변백현은 꼼짝을 하지않았다. 놀란 걸까. 피식, 조소가 흘렀다. 나진짜, 돌았구나. 미쳐버렸구나.
점점 잠이 몰려왔다. 옆구리에서는 미친듯한 출혈이 일었다. 꽉 쥔손의 힘을 풀었다.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미미하게 남아있던 힘이 모두 빠지고 눈물로 젖어버린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백현아..."
"백현..아..사랑해"
눈이 천천히 감기는 순간, 흐느낌이 들려왔다. 누가 울고있는거지? 여긴 나와 변백현 뿐인데..?
눈이 완전히 감기자 몸이 가벼워졌다. 어디에선가 변백현의 사랑고백이 들려왔다. 이건 또 무슨 환청일까.
'도경수...경수야 ...도경수 사랑해'
그렇게, 도경수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누군가의 분에 못이긴 칼질에 의해서요. 아무 죄없는 착한 도경수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2평의 작은 컨테이너는 문이 열려있는 채였다고 하네요. 아마..도경수는 운이 없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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