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키우시겠습니까?
예/아니오
5.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이 되고 천러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가 끝나기가 무섭게 창문 밖으로 유치원 차가 보이는 바람에 천러에게 노란색 가방을 메어주고 급하게 바깥으로 향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누나 분이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세요~"
"천러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를 하라는 말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선생님께 꾸벅 인사하는 모습이 참... 누구 동생이길래 저렇게 귀여운 건지......
"누나 다녀오겠습니당!"
"천러 잘 갔다 와~"
잘 갔다 오라며 포옥 안아주자 기분이 좋은 듯 배시시 웃는 천러였다. 유치원 차가 출발하고 저 멀리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제 집에 나 혼자네. 심심하겠다.
6.
♬~♪♩
"여보세요."
"천러 누나 분 맞으시죠?"
"아, 네!"
"여기 유치원인데요, 천러가 친구랑 싸워서...."
"천러가요?"
"네, 혹시 잠깐 오실 수..."
"지금 바로 갈게요."
천러가 그럴 아이가 아닌데,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천러는 울음을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눈가가 발갰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볼에 덕지덕지 붙어 있기도 했다.
"그쪽이 이 아이 엄마예요? 엄마라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는데...."
처음 보는 여자 한 명이 눈물을 흘리는 남자아이 하나를 품에 안고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엄마가 아니라 누나예요."
"엄마랑 아빠는 안 계시고?"
"아.. 저 그게...."
"고아구나?"
"어머니!"
고아라는 단어가 나오자, 옆에 계시던 유치원 선생님께서 그 여자를 말렸지만 이미 그녀의 입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여튼, 부모 없는 것들이 저래."
"...."
"가만히 있는 우리 애한테 시비를 걸지를 않나. 그래 놓고 자기가 울지를 않나."
혀를 끌끌 차며 말하는 여자를 옆에 있던 천러가 잠시 흘겨 보았다.
"천러야, 왜 그랬어."
"쟤가 먼저 그랬어."
"그래도 친구랑 싸우면 안 ㄷ..."
"쟤가 먼저 엄마 아빠 안 계신다고 놀렸어."
천러의 말 한 마디에 나는 무언가로 뒷통수를 맞은 듯이 띵했다.
"나는 누나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 사람들이 엄마 아빠 없다고 뭐라 그래."
천러야. 나도 너만 있으면 돼.
7.
이 상태로 천러를 유치원에 계속 둘 수는 없을 것 같아 무작정 데리고 집으로 와 버렸다. 천러의 작은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누나, 화났어? 천러 때문에 화난 거야?"
"아니야. 화 안 났어."
"근데 누나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가득해."
"배고파서 그래. 배고파서."
사실 진짜 배고프다. 유치원에서 온 전화 때문에 점심 먹는 것도 깜빡하고 달려갔었지.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고, 천러는 밥 먹었으려나.
"천러야. 밥 먹었어?"
"나 안 머거써!"
"그러면 누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맛있는 거????"
"응, 맛있는 거. 햄버거 먹으러 갈래?"
"응응응응응!!!! 좋아!!!!!!"
8.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어... 물고기 버거 세트 두 개랑요!"
"네?"
"물고기 버거요!"
"아, 혹시.. 불고기 버거 말씀하시는 거 맞으시죠?"
"음, 아마도요! 그거랑 오렌지 쥬우우스 주세요!!"
"네, 불고기 버거 세트 두 개, 오렌지 주스 하나 결제 도와드릴게요."
천러에게 주문을 해 오라고 시켰더니,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으면서도 곧잘 해냈다. 내가 말했던 불고기 버거를 물고기 버거라고 알아들은 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랄까....
"아, 토토마 케챱 많이많이많~이 주세요!"
"천러야... 뭔 케첩을 하나, 둘, 셋, 넷.... 열 개나 가져왔어....."
"내가 토토마 케챱 많이많이많~이 달라구 했는데 그렇게 줬어!"
"토토마 아니구 토마토. 따라 해 봐, 토마토."
"토토마!"
"토마토 케첩."
"토토마 케챱!"
그래.... 그냥 토토마 해, 천러야...... 네가 하는 말이 다 정답이지 뭐.......
9.
"배고프다."
"누나 방금 햄버거 먹었쟈나!"
"근데 배고파."
"누나는 배 안 고플 때가 언제야?"
그러게... 언제일까.....
"천러한테 맛있는 거 이써! 주까?"
"뭔데?"
"쩰리!!!"
"누나한테 조금만 주라."
"누나 많이 머거! 천러는 안 먹어두 돼!"
짜식... 이건 또 어디서 가지고 와서... 나눠줄 줄도 알고.... 일곱 살인데 벌써 다 컸네....(감동)
"근데 이거 어디서 가지고 온 거야?"
"지갑!"
"응?"
"누나 지갑에 있는 종이로 사써! 나 잘했지?"
아... 내 돈이었구나...?
♡
안녕하세요! 천러 글잡이 없길래 한번 올려보았던 글인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을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오늘은 귀여운 부분들뿐만 아니라 조금 무거운 부분의 이야기도 꺼내 보았습니다. 천러가 어쩌다가 여러분과 이렇게 둘이서 살게 되었는지는 차차 나올 예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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