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갑자기 그러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를 돌아 민석을 외면했다. 가슴이 쓰려왔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을 더이상 다치게 할 수는 없었기에. 뒤에선 내가 외면한 순간 아무말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나를 떠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힘겹게 떼었을 때 내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오는 걸 느껴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약해지는 마음이 어쩔 수 없었다.
"놔"
"못 놔"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넌 처음부터 어쩜 항상 이랬을까. 처음만났을때 웃으면서 다가왔던 모습이 생각났다. 웃는 모습이 데니얼의 얼굴과 오버랩이 되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날 달래준 녀석이였다. 나에게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나의 근심은 더욱더 깊어져가는걸 이 아이는 알고 있을까. 불현듯이 떠오르는 데니얼의 얼굴의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차라리 내가 나쁜 여자가 되는게 나으니까,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상태로 몇 분을 서있었을까.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 돌리려는 민석의 손길이 느껴지자마자 그 손을 쳐냈다. 내 몸에 손대지마. 경고하듯이 말했다. 근데 너는 왜..
몸을 돌려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너는 나를 보면서 웃고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가서 게임할래? 너는 어째서 이렇게 나에게 다정할까. 아무일 아니라는듯이 행동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나의 죄책감이 더 늘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제발..제발 좀 가라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모든게 힘겨워서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는 내 모습을 측은하단듯이 쳐다보다가도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말라고! 소리치며 다시 한번 손을 쳐냈다. 순간 몸의 균형을 잃은 민석이는 한번 휘청였다. 손끝이 찌릿한 느낌이었다. 내 손이 닿은 민석이의 팔목쪽에는 붉은 자국이 일어있었다.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에 주저 앉아버렸다. 난 왜... 타오르는듯이 붉은 피를 쏟아내던 데니얼이 일렁였다. 순간적으로 역한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난 민석이를 두고 그곳으로 부터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
대문을 열고 집안을 들어섰다. 집안은 따뜻했다. 적절히 켜져있는 조명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였다. 어. 어느 시녀 한명이 나를 보고서 인사를 하려는 듯이 오다가 내 앞을 가로막는 여자에 의해 고개를 돌려 다시 자기가 갈 길을 갔다. 그러다 갑자기 팔을들어 얼굴을 치는 행동을 하는 여자때문에 내동댕이 쳐졌다. 맞은 볼쪽이 찌릿했다. 나를 때린 여자의 손은 아까 나에게 당한 민석이의 팔목처럼 붉어져있었다.
"징그러운 년"
"..."
"너는 도대체 왜 태어났니"
"..."
"그냥 죽어버려"
"그만해"
손을 다시 올리려는 여자의 손목은 갑자기 밑에서 솟아나온 나무에 의해 묶여 저지당했다. 여자는 한숨을 쉬고서 손을 풀었고, 그와 동시에 나무들은 없어졌다. 나를 보는 시선이 닿아있는곳에는 불꽃이 일었다. 여자의 능력 불(火). 순식간에 일어난 불꽃에 의해 당황하게 되어 나도 모르는 새 몸이 반응하는대로 움직여버렸다. 불꽃이 없어져 버렸다. 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흡수 되어 버렸다. 내 몸 어딘가로. 내 모습을 보며 짜증난다는듯이 한숨을 짓고서 방에 들어가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많이 피곤했다. 한숨이라도 빨리 자고 싶었다.
인상을 구긴채로 계단에 올라가려 하자 뒤에서 나를 잡아왔다. 나랑 얘기 좀 해 ㅇㅇㅇ. 진지한 눈빛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크리스를 보다가 조소를 흘렸다. 지랄하지마. 우스운 마음에 욕을 하고는 다시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내 손목을 감싸오는 나무를 보며 한숨을 지었다. 이런짓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크리스는 항상 이런식이다. 내 손목을 감싸오던 나무는 갑자기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대로 바스라져 버렸다.
"너가 나한테 할 얘기란 것도 있었어?"
"..."
"놀랍네. 크리스가 나한테 할 얘기라니"
"일로 와"
"잡아볼 수 있으면 잡아보던지"
"..."
"같은 저주받은 능력주제에 잘난척은"
"주체못하는 너보다는 괜찮은 것 같은데?"
이어 나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아픈속에 주먹만 꼭 쥐고 있을 뿐이였다. 나는…. 나는 정말 태어났으면 안됐을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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