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끝내고 편의점을 나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콘돔을 쥐고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하나뿐인 애인님이 기다리시는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저만치 골목에서 이상한 두명의 남자가 보였다. 한명이 다른 한명을 억지로 끌고가고, 끌려가던 사람은 싫다고 악을 쓰고 바락 바락 소리를 질러대다가 힘이 어지간히도 모잘랐는지 아예 주저앉고 가기싫다고 뻐기고 있다. 궁금한것도 있지만 혹시 납치범이 아닐까 싶었던 지훈은 주머니 속 라이터를 움켜쥐고 천천히 그들에게로 다가갔고 곧 아무렇지도 않은듯 ㅡ사실은 혹시 남자가 흉기라도 휘두를까봐 무서워죽겠지만ㅡ 담담하게 쏘아봤다.
“지금 뭐하세요?”
지훈의 갑작스런 등장의 둘은 멈췄고 지훈은 라이터를 꽉 움켜쥐었다. 남자가 만약 덤비기라도 한다면 이것으로 코라도 부셔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남자는 끌고가던 남자를 냅둔채 시큰둥하게 자리를 떠나버리고 지훈은 허- 뭐여. 하고 어이없다는듯 실소를 내뱉곤 자신에 밑에서 꽤 우스운 자세로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곧 둘은 눈이 마주치고는 서로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척 세워서 서로를 가리켰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반 이태민?! 이또병?!
“이태민?!”
“너, 너 표지랄!?!”
“뭐? 표지랄?!”
지훈이 눈을 번뜩거리며 소리를 빽 지르자 태민이 겁을 먹은건지 조금 움찔하지만 오히려 “좀 일으켜주지?!” 하고 되려 큰소리를 낸다. 지훈은 자신의 집에서 기다리고있을 애인을 기억에서 지워버린건지 태민을 떨떠름한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이내 일으켜주자 마른 태민의 몸이 기우뚱하고 비틀거린다. 지훈이 그 순간 놓지지않고 태민의 어깨를 끌어안았고 태민은 그 손길을 밀어버린채 지훈의 앞에 마주서서 팔짱을 낀채 불만가득한 얼굴로 지훈을 올려다본다. 작고 귀엽기까지한 외모의 태민이 이래봤자 오히려 더 귀여워 보인다는것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지훈은 괜시리 태민의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확 쓰다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참았다. 이 새끼는 남자고 나도 남자다.
“너 그거 뭐야?”
“뭘.”
“손에 든거 말이야”
지훈은 그제서야 방금 편의점에서 사온 콘돔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또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인님의 생각이 핑- 스쳤다. 으아아악-! 씨발 제한시간은 분명 5분이었는데! 허둥지둥 손목시계를 보고는 헐 하는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크게 내뱉는다. 오늘은 동정을 떼는줄 알았는데… 아직도 동정이냐며 놀릴 황찬성이 생각나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여전히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태민을 보자 배속에 응어리로 있던 무언가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어 지훈은 괜히 몸을 떨었다.
“그걸로 뭐하시게?”
“…그러게……뭐해야하나….”
“할 사람도 없으면서 설레발친거냐?”
“있었지. 있었는데 너 때문에 쫑났지….”
“내가 뭘 어쨌다구….”
“왜? 너라도 해주게?”
“미쳤냐?”
태민이 손가락 하나를 머리 옆에 빙빙 돌린다. 유 아 크레이지? 크레이지 뱅뱅? 지훈은 그냥 자연스럽게 농담식으로 나온 말인데 자신이 더 신경쓰는 것 같은 기분을 애써 물리치고는 콘돔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언젠간 쓸 날이 올거라고 굳게 믿으며…. 곧 지훈은 할말도 없겠다 그냥 쉬고싶어서 집으로 가려고 하자 조금 다급한 손으로 태민이 지훈의 옷자락을 쥐었다. 고개를 돌려 쓱 태민을 쳐다보자 태민이 담담하게 지훈을 응시한다.
“뭐냐?”
“나 너네 집에서 자면 안되?”
“어.”
“존나 빠르네… 좀 생각이라도 해주지?”
“일,이,삼,사 안되.”
“…허, 왜? 왜 안되는데?”
“귀찮아서.”
“귀찮게 안할건데? 진짜야.”
날 믿으라니까? 태민의 초롱 초롱한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훈은….
“싫은데.”
“아 왜!”
“멀쩡한 니네집을 두고 왜 우리집에서 잔다는건데?”
“…그건…….”
“봐봐, 넌 음모가 있어. 이 음침한 자식아-”
“그딴거 없거든? 그리고 내가 뭐가 음침한데?”
“몰라 넌 그 머리색부터가 음침해. 아 몰라 나 간다.”
자신의 옷자락을 쥐고있는 태민의 작은손을 거리낌없이 쳐버린 지훈이 다시 집으로 가려고 하자 태민이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한다. “알려줄께!” 그 말에 지훈이 고개를 다시 돌리자 태민이 지훈이 갈까봐 걱정이 되는듯 지훈의 소매를 강하게 쥐었다.
“나 집 존나 가난해.”
“아 그래?”
“그래서 사채업자들이 막 온다?”
“위험하네.”
지훈의 소매자락을 쥔 태민의 자그만한 손에 더욱 강한 힘이 실린다.
“나 존나 위험하지? 그래서 난 거기 못 가.”
“근데 넌 남자잖아. 기집애도 아니고.”
“…거기 사람들이 나 돈 못 갚는다고 막 팔아버린데.”
“장기를?”
“아니… 시창가에.”
“시ㅊ,뭐?”
담담한 얼굴인 태민과 달리 지훈은 잔뜩 굳어진 표정이다. 태민은 지훈에게 투정을 부리듯 소매끝을 잡아당겨 자신에게 지훈의 손이 오도록 하고는 불쌍한 눈빛을 한다. 그러자 지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태민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내서 몸을 돌린다.
“따라와.”
아싸-! 태민이 조그맣게 소리를 지르며 지훈의 뒤를 따라간다.
* * *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일어난 지훈은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왜 이또병 이태민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자고있고 왜 자신은 그런 태민을 마찬가지로 끌어안고 있을까? 지훈은 어젯밤을 생각하며 이건 분명 밑에서 자라고 해도 말은 안듣던 태민이 자신이 자는 사이에 새어들어 온 것이라고 결정을 짓고 가차없이 밀어버렸다. 그러면 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잘만 자고있다. 근데 또 입을 헤- 벌리고 자는 그 모습이 이상할만큼 예뻐보여서 지훈은 아침부터 자신의 눈을 찔러버렸다. 내가 미친거지. 이건 다 남자라기에는 심히 곱상한 이태민 놈 때문이다! 지훈은 침대에서 내려와 한숨을 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표- 어디갔데? 표! 표! 지! 랄!”
그새 잠에서 깬 태민은 지훈을 부르며 둘이 살기에 적당한 집을 둘러보다가 물소리가 나는 화장실로 천천히 다가가 놀래켜줄 생각인지 사심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천천히 금속으로 된 손고리를 잡아서 돌릴려는데 갑자기 열린 문에 태민이 으아악-! 하고 앞으로 넘어져버렸고 날벼락을 맞은 지훈은 그대로 태민을 안았다.
“조심 좀 해라!”
지훈에게서 떨어져 나온 태민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에이 씨 하고 방으로 달려가 버린다. 지훈은 그런 태민의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사심가득 단긴 팬픽...출연진은 표지훈,이태민,정진영,김종인! 카메오 많습니다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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