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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있어" 

 

전화기 너머로 언제오냐며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신경쓰느라 늦었다고 말하기는 오글거려서 대충 미안하다고 둘러댔다.  

 

[올때 김밥 좀 사와] 

 

"또? 오늘은 사먹지말고 밖에서 먹자" 

 

[귀찮아] 

 

뚝. 저 할말만 하고 끊는 싸가지는 3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누가 들으면 남매, 혹은 더 못한 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무려 3년을 만난 남자친구다. 오피스텔 앞 작은 김밥집에 들러 김밥 두줄을 샀다. 오랜만이네 애인은? 얼마나 오래 만났냐면 이젠 가게 아주머니까지 둘 사이를 알아 볼 정도였다. 이럴때마다 그 긴 시간이 실감이났다. 

 

"왔어?" 

 

내 생일로 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방금 막 일어난 얼굴로 소파에 널부러져있다.  

 

"아 여기 맛 없다니까 길건너에서 사오지" 

 

신발도 채 벗지않은 나보다 김밥봉투를 더 반긴다. 이젠 기가 차지도 않는다. 쿠션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소파에 엉덩이를 붙혔다. 티비에는 남녀배우가 헤어지기 싫어 집앞에서 짧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우리도 분명 저럴때가 있었는데. 핸드폰에 코를 박고 김밥먹는데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스무살, 가장 예쁜 나이에 만나 뜨겁게 사랑한 사람이였다. 3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우리 둘의 존재는 소중함에서 사소함으로 변했다. 만나면 좋기만 했던 시간들은 이젠 무료함으로 변했다. 

 

"헤어지자" 

 

진작 했어야했던 말이였다. 근래 우리는 이 말을 누가 먼저할까 눈치만 봤다.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때 그는 내게 어떤 대답을 할까 상상했던적이 있었다. 미안하다고 할까 아니면 말도 안된다며 욕을 할까 그래도 혹시나 붙잡지는 않을까? 식탁 위로 물컵을 내려놓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한참을 말이 없던 그는 

 

"...그럴래?" 

 

하고 대답했다. 아 이건 상상해본적 없는 대답이였는데. 곧장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지않는다. 분명한건 그가 나를 붙잡지 않았다는거다. 남들과는 다를거라 생각했던 내 연애가 남들처럼 시덥잖게 끝나버린거다. 

 

"...흐으" 

 

아까까지만해도 맑던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소나기같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비에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 들어와 비를 피했다. 청승맞게 혼자 우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어머! 저 여자 좀 봐!' 

 

'쯧쯧, 서럽게도 우네' 

 

"나 우산도 없는데 진짜아! 흐어..." 

 

아까까진 안쓰럽게 쳐다보던 사람들이 이젠 미친년 보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이 쪽팔렸다.  

 

"...킁, 흐으...킁!" 

 

찔찔 짜면서도 가방을 뒤져 휴지를 찾는데, 없다. 젠장. 오늘은 되는게 없는 날이구나. 이별 한번 참 후지다. 대충 소매로 얼굴을 문지르려는데, 

 

"여기요" 

 

아 깜짝이야. 불쑥 들어오는 손에 놀라 고개를 드는데 까만색 우산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묻는 내 말에 대답대신 쥐고있는 휴지를 들어보인다. 

 

"...아 고맙습ㄴ," 

 

걸음한번 되게 빠르네. 벌써 건너편 횡단보도를 건너고있는 남자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건네받은 휴지로 코를 팽하고 푸는데 아까 살짝 풍겼던 남자의 향수냄새가 휴지에서 진하게 났다.  

 

"휴지 가지고다니는 남자도 있네" 

 

대충 얼굴을 닦고 코를 킁 하고 푸는데, 순간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드니 주위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고있다. 

 

"...택시!" 

 

ㅡ 

 

[ㅇㅇ씨 외주업체 막내가 무슨 힘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네" 

 

[마감 일주일 기다렸으면 많이 기다린거아닌가?] 

 

"...네 당연히 그렇죠" 

 

[아직 인턴이라던데, 일처리 바로 해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 

 

"예..." 

 

[책은 내야지 않겠어? 출간회가 당장 다음달인데] 

 

"그렇죠..." 

 

[우리도 더이상은 못기다려 내일 당장 원고받아서 넘겨줘] 

 

"...ㄴ,예?! 내일이요?!" 

 

[그래 자기 오늘 바쁘겠다 그럼 믿고 끊을게] 

 

"편집장님!" 

 

옘병. 끊긴 핸드폰을 소파위로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바닥에 몸을 뉘였다. 인턴이 죄지 죄. 뭐만 하면 인턴이니까, 인턴이라서, 인턴이라던데 하고 눈치를 준다. 

 

"아!" 

 

아씨 아파. 하필 다 비운 캔맥주를 깔고누웠다. 이게 왜 여기 떨어져있어! 애꿎은 캔에 화풀이를 하다가, 바닥을 광광 치다가, 머리를 쥐 뜯기를 반복. 그래봤자 내가 힘없는 일개 출판사 기획팀 인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가 않는다. 내일까지 넘기려면 적어도 오늘 받아야한다는건데...씨, 나 오늘 월차냈는데! 발을 쿵쿵 굴리며 화장실로 걸어가 입에 칫솔을 물고 거울을 보는데, 

 

"...아 세상에" 

 

늦게까지 술마시고 세수를 안하고 잤더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실연한 여자들은 살도 빠진다는데 난 오히려 쪘다. 밤마다 캔맥을 뜯으니 그럴만도 하다. 진짜 볼품없다. 대충 씻고 옷을 껴입고 나와 곧장 택시를 탔다. 오늘도 민작가는 날 만나주지도 않을테니 늘 그랬듯 보조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정국씨 저에요" 

 

[네 알아요 오늘도 독촉전환가요?] 

 

"저도 안하고싶은데 외주팀에서 연락이와서요 그래도 마감은 일주일전이였는데 이러시면 저희도 힘들어요..." 

 

[알죠 작가님께서 내일 모레까지 넘긴다고하셨어요] 

 

"...이미 내일까지 받아온다고 했어요" 

 

[예?! ㅇㅇ씨 저 지금 지방 내려와있어요!] 

 

왓더. 이미 택시는 민작가 작업실에 다와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정국씨한테 전화 먼저 하고올껄. 동시에 띠링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니 내일 외주팀과 같이 원고를 받으리 직접 오겠다는 편집장의 문자다. 나한테 다들 왜그러세요 진짜. 

 

"그럼 민작가님 핸드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작가님 허락없이 못드리는거 아시잖아요...] 

 

목소리에서 울상을 지은 정국씨의 얼굴이 보인다. 조금만 더 쪼았다가는 울 기세다. 정작 울고싶은게 누군데. 

 

"정국씨 방법이 없네요" 

 

[...네?] 

 

"일단 끊을게요!" 

 

ㅡ 

 

"후!하!" 

 

패기롭게 현관문 앞까지 들어섰지만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고민만 30분째다. 전에는 정국씨가 앞까지 원고를 들고 마중나와있던 터라 민작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성격이 예민보스라 출판사 직원들이랑 얘기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글 안써진다고 우리 편집장이랑 미팅자리도 마다했었단다. 아 내가 민작가 소개를 안했던가? 민작가는 올해 청춘문예상을 받았던 그 민윤기다. '가장 보통의 연애' 를 출간한 뒤로 2,30대들에게는 왠만한 연예인보다도 인기많은 꽤 유명한 스타작가다. 그 덕에 이번에 우리 출판사로 섭외하는데 힘 좀 썼다. 근데 책이 잘 팔리면 뭐하냐고 같이 일하기에 성격이 개떡같은데. 맨날 원고 마감일 못맞추고 사과도 안하고. 정국씨 말로는 완벽주의자라서 그렇단다.  

 

그래 말도없이 찾아왔다고 욕이라도 하겠어? 더군다나 마감일을 일주일이나 미뤘는데? 눈을 꾹 감고 벨을 눌렀다. 경쾌한 멜로디가 들려오고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설마 어디 나간건가? 현관문에 귀를 갖다대고 벨을 두어번 더 누르는데, 

 

덜컥 

 

콧잔등에 걸치듯 쓴 안경 사이로 쾡한 두 눈에 머리엔 까치집을 지은 남자가 벌컥 문을 열었다. 덕분에 고개는 앞으로 쏙 엉덩이는 뒤로 쭉 뺀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졌다. 날 이상한 사람 보듯 내려다보는게 꽤나 민망하다. 

 

"큼, 민작가님이시죠?" 

 

" 누구시죠 " 

 

"저 예서출판 기획팀 ㅇㅇㅇ입니다 정국씨가 지방 내ㄹ," 

 

"들어오세요" 

 

슬쩍 몸을 틀며 말하길래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갔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날 지나쳐 들어가길래 나도 옆에 가지런히 놓인 슬리퍼를 신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많이 놀라셨죠?" 

 

커피를 내리는 그의 등에 대고 말하자 들려오는 대답이 없다. 괜히 머쓱해져 거실을 두리번 거렸다. 소파에는 대충 개놓은 이불이 놓여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글이 잔뜩 적힌 에이포용지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매번 밖에서만 봤지 작업실 안에 들어온건 처음이다. 아, 물론 출판사 직원이 작가 작업실에 오는게 흔한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민작가 작업실을 말이다. 

 

"감사해요" 

 

머그잔 두개를 들고 온 민작가가 하나를 내게 건냈다. 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떼다. 

 

"연락없이 무작정 찾아와서 죄송해요 위에서는 원고 압박 계속오지 정국씨는 지방내려갔다지 작가님 전화번호도 모르지...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국이한테 연락 받았어요" 

 

"아 그러셨구나" 

 

민작가는 구구절절 늘여놓은 내 말에 짧게 대답하고는 소파에 기대듯 앉아 커피를 홀짝인다. 아나 그럼 진작 얘기를 하던가 혼자 쫑알댔네. 

 

"오늘 오후 중에 보낼 수 있을거같은데" 

 

피곤한지 눈을 꾹 감는 민작가를 보면서 순간 안그래도 고생하는 사람 더 쪼는건 아닌가 싶어 조금 미안해지려했다. 

 

"정확히 오후 언제..." 

 

그래도 그깟 미안함은 당장 내 실직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급히 볼펜을 꺼내 뚜껑을 입으로 앙 물자 민작가 표정이 미세하게 구겨진다. 더럽다는건가. 습관이 이렇게 튀어나오네. 뚜껑을 퉤 하고 손에 뱉자 미간이 더더 구겨진다. 아 이것도 습관. 

 

"5시요" 

 

"...어, 그럼 그때까지 제가 여기 있어도 될까요?" 

 

5시면 편집장 딱 퇴근하기 1시간 전이다. 원고 받아서 편집장한테 넘겨주고 팀장님한테 확인전화하면 딱이다. 민작가 눈치를 보는게 실직보다야 백배는 낫다. 나름 비장하게 뱉은 내 물음에, 

 

"허-" 

 

민작가가 어이없음을 가득 담은 헛웃음을 내뱉는다. 

 

"그, 제가 5시까지는 원고를 받아서 6시까지 회사로 넘겨야하거든요...불편하시면 요 앞 카페에서 기다릴게요!" 

 

"그냥 계세요" 

 

가방을 들고 나가는 시늉을 하자 그냥 있으라며 귀찮음이 뚝뚝 묻어나는 손을 휘적인다. 아싸! 

 

ㅡ 

 

민작가는 집중할때 눈이 가늘어지고 입을 앙 다문다. 내가 왜 이 사람 얼굴을 뜯어보고있냐고? 존나 심심하거든. 민작가는 대부분 글을 거실에서 쓰는듯 했다. 방해가 될까 싶어 주방 구석에 놓인 식탁에 앉아 밀린 보고서나 쓸까 싶어 노트북을 켜는데, 

 

"타자치는 소리 안났으면 좋겠는데" 

 

작가들 글쓸때 예민하다더니 진짜구나. 말하는것도 성가시다는듯 까칠하게 말하는 민작가에 옙 하고 입을 앙 다물었다. 어쨌던 허락없이 작업실에 찾아온것도 나고, 처음보는 사람인 나랑 불편하게 일하는 상황을 만든것도 나다. 이 경우없는 상황에 짜증은 좀 내지만 어느정도 이해해주는듯 보이는 민작가가 내심 고마워서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 

 

"저기 근데 와이파이 비밀번호..." 

 

... 

 

아니 째려볼 것까진 없잖아... 

 

ㅡ 

 

하는수없이 눈을 도륵도륵 굴리면서 집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액자하나 걸려있지 않고 횅한 내부를 구경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 시선에 걸리는 민작가 얼굴이나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멍때리는데, 집중하느라 찡그린 얼굴이 작가 주제에 겁나 잘생겼다. 조금 늘어진 티셔츠에 헝크러진 머리를 했는데도 말이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사나운 인상임에도 그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고, 높지만 동그랗게 떨어지는 콧날이 예쁘다. 머리칼과 닮은 짙은 밤색의 눈동ㅈ...눈동자?!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거 아닙니까" 

 

"죄송해요 너무 잘생기셔ㅅ, 헐 나 뭐래" 

 

황급히 입을 막고 눈을 도륵도륵 굴리자 그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퍽 웃는다. (사실 비웃는거에 가까웠다) 

 

"큼, 내가 너무 아무것도 못하게했나" 

 

"네?" 

 

"작업실에 정국이 말고는 처음이라서요" 

 

"...아" 

 

아 하긴 그렇겠다. 민윤기가 있는 이 집에 누가 들어올 일이 있을리가 있나. 괜히 헛기침까지 하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던 민작가는 한쪽에 밀어놓은 내 노트북을 가르키며 그, 소리, 괜찮아요. 하고 말했다.  

 

"...네?" 

 

"소리 나도 괜찮으니까 할 일 있으면 하시라구요" 

 

ㅡ 

 

타닥 타닥, 두개의 키보드에서 나는 자판 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조용한 내부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그 소리가 듣기 편안하다는 생각을 중간중간 하기도 했다. 

 

톡톡 

 

 하고 식탁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민작가가 조금 충혈 된 눈으로 내려다보고있었다. 

 

"원고는 김팀장한테 메일로 보냈어요" 

 

"메일이요?" 

 

원고를 인터넷으로 보내면 보안 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늘 날 불렀으면서 갑자기 메일이라니. 의아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킨다. 

 

조금 밀린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팔렸는지 시간은 6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작업실에 찾아온지 3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였다. 아직 해가 짧은 늦겨울이라 밖은 어두워져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됐네요 감사해요 작가님" 

 

내가 오늘 제일 많이 한 말은 '감사해요' 일거다.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스트래칭 하는 민작가가 순간 안쓰럽고 미안해졌다. 흐트러뜨린 파일 더미랑 노트북을 대충 가방에 넣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제가 좀 무례했죠? 하도 경황이 없어서 그랬어요 불쾌하셨다면 늦었지만 사과드릴게요" 

 

그럼 다음에 뵈요! 배꼽인사를 하며 말하자 민작가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지잉- 가방 속에서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확인하자 편집장이다. 

 

"제가 이렇게 쪼이고 살아요" 

 

민작가에게 화면을 보여주며 농담섞인 말을 하고는 신고있던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두고 나가려는데, 

 

"저기요" 

 

"네?" 

 

"비오는날, 정류장 앞" 

 

"..." 

 

"그쪽 맞죠"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음 사이로 민작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여기요'  

 

그때 그남자가 설마. 낮은 저음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어본거같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밀려오는 쪽팔림에 얼굴이 벌개지는게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해야 덜 찌질해보일까. 비오는 날 청승맞게 우산도 없이 울고있던 모습을 뭐라고 변명해야 덜 구차해보일까. 민작가를 마주하고는 아무말 못하고 벙져있는데, 

 

"비맞고 다니지 마요" 

 

"..." 

 

"그러니까 감기 걸리지" 

 

진동음이 뚝 하고 멈췄다. 하루종일 잔기침을 하던걸 눈치챘나보다. 난 왜 쪽팔리게 민작가한테 그런모습이나 들키고. 

 

"...안녕히계세요" 

 

현관문이 닫히고 곧장 엘레베이터를 탔다. 빨개진 얼굴을 가라앉히려 손부채질을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시덥잖은 연애를 하고 별볼일없는 이별을 했을 뿐인데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 눈물부터 왈칵 났다. 누가보면 가슴 절절한 이별인줄 알거다. 

 

또 이래, 또 

 

엘레베이터 안에 아무도 없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야 ㅇㅇㅇ, 울거없어. 괜히 혼잣말만 중얼거렸다. 밖으로 나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찬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비맞고 다니지 마요' 

 

'그러니까 감기 걸리지' 

 

차갑게 내려앉은 밤공기가 상쾌할 법도 한데 가슴께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한테도 안보여준 우는 모습을 들킨 부끄러움 때문인지, 위로같은 걱정이 고마워서인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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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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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진
비회원226.87
헐ㅠㅠ 분량도 대박이고 필력도 짱이세요 아주ㅈ바람직합니다乃❤
암호닉 받으시면 [알파카]로 신청 가능한가요ㅠ

8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가능한가요? 과거의 남자는 가고 좋은 남자가 오는건가요 ㅎㅎ 앞으로 윤기와 여주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윤기... 작가컨셉 너무 좋네요ㅜ=ㅠㅠ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새우버거]로 신청할수 있을까요?? 너무 재미있어요 작가 윤기라니..!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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