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엠은 '스웨덴세탁소-두 손, 너에게'를 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싸운드클라우드 링크 가져왔는데 404 not found 떠서 글을 다 날려먹었네요... 이미 알람 갔었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음파의 증거
W.청설
2-1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밀란쿤데라
2-2
사람마다, 하물며 동물조차 목으로 내는 소리는 다르다. 제 목소리는 어떨까. 그 앳된 열 다섯의 소녀에서 멈춰있을까. 아니, 분명 변했을 것이다. 그것도 탁한 회색으로. 어쩌면 검은색으로 얼룩졌을지다 모른다. 군데군데 곰팡이가 쓸어 본 형태를 알아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본연의 색이 사라졌을 것이다.
고개를 숙이자 물감 때문에 더러워진 손이 보였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폈다. 유일하게 깨끗했던 손바닥 안쪽이 손가닥 끝에 묻은 물감의 색을 머금었다. 탄소는 누군가 저를 세게 밀치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감상은 그만 끝내야했다. 꽤 오랫동안 숙이고 있었나 보다. 고개를 확 젖히자 뒤가 아리다. 입술을 깨물며 탄소의 앞에 놓인 팔을 타고 올라가 눈을 마주했다. 팔은 근엄한 표정으로 제 그림과 얼굴을 번갈아 보는 선생의 것이었다. 탄소가 싫어하는 눈빛을 가진 남자였다. 어딘지 모르게 까칠하고, 귀찮음이 가득 들어있는 눈.
"다 그린거야?"
네? 뒤로 비치는 해 때문인지 그의 입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벌써부터 참을성 없는 선생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이 그려졌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어는 것도. 숨 쉬는 것이 어려웠다. 긴장되는 탓에 손에서도 땀이 배었다. 그가 짜증스레 탄소 앞에 놓인 종이를 휙 뺏어올린다. 딱히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몸을 흠칫, 떨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미 반, 무섭다는 의미 반인 눈초리로 다시 그의 손과 입에 집중했다. 몸을 뒤로 빼 역광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 했다. 잘 그렸네.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채로 종이를 둘둘 말아쥔다. 그것에 두 눈을 끔벅거리며 옆을 쳐다봤다. 탄소와 눈이 마주친 남자 아이가 화드득, 놀라며 입을 어물거리더니 이내 자신의 필통에서 샤프를 꺼내든다. 손이 적당히 굵고 긴 것이 참 예쁘다. 저런 손이 수화를 하면 예쁜데. 김태형. 마이에 달린 명찰이 반짝였다.
'벽에 니 그림 걸거래'
악필이네, 아닌가? 평소 다른 사람의 필체를 본 적이 없으니 이것이 잘 쓴 글씨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남준은 딱 봐도 잘 쓰는 모양이던데. 한참을 들여다보는 것이 마음에 걸린건지 새로 샤프를 놀린다. 저렇게 빠르게 적으니까 악필이 되는거지.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 쓴 글씨 아래로 그나마 좀 더 뚜렷하게 써진 글씨체에 아, 작게 탄식하며 시선을 뗐다. 샤프가 종이 위로 우뚝 서있다 필통 속으로 들어간다. 한순간에 할 일이 없어졌다. 시계를 보니 미술 시간이 끝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주변을 둘러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여나 부산스러운 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지 않길 바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저를 힐끔거리는 몇 십개의 눈들을 털어내며 미술실 문을 열고 나갔다. 아프다는 작은 꾀병으로 보건실에 누워있을 요량이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로 내리는 빛기둥 안으로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다음은 체육이구나. 오늘 화요일인가? 갑자기 화요일을 없애고 싶어졌다.
02. 음성[音聲]
사람의 목소리나 말소리
2-3
보건실 문을 열었으나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가셨나. 보건실을 훑어보다 한 구석에 놓인 차트에 제 이름 석 자를 적었다. 김탄소. 대충 휘갈겨 쓴 이름을 한참 들여다 봤다. …못 알아 보시려나? 순간 아까 보았던 김태형의 필체와 제 필체가 겹쳐 보였다. 선 두 개를 그 위로 죽죽 그었다. 옆에 작게 남은 공백에 김탄소를 다시 적고서 침대가 있는 곳을 향했다. 총 네 개의 침대가 일렬로 나열되어있었다. 텅 빈 네 곳을 훑어보다 언제나 그렇듯 제일 오른쪽 침대를 택했다. 밖에서 잘 안 보일 위치기도 하고. 아무래도 벽에 등을 붙인 채로 자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 느껴서였다. 이불을 들춰 몸을 뉘였다. 따닷한 안은 제게 쏟아지는 잠을 주기 충분했다. 눈이 막 감기려는 찰나에 문 끄트러미가 움직인다. 무거워졌던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씨발. 쟨 또 왜 와. 얼핏 스치듯 보인 안면은 김남준이었다. 마주치기 싫은 인물을 자주 마주친다더니, 그 구절이 꼭 지금 탄소의 상황과 딱 들어맞았다.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이불을 끌어올리며 주위를 분산시켰다. 또 무음의 고립이 시작되었다. 한 없이 밑으로 가라앉아 잠식하는 기분은 절대 제 스스로도, 타인으로도 꺼내질 수 없다. 첫 번째론 제 스스로는 겁을 잔뜩 심어삼켜 그럴 수 없었고, 두 번째론 타인이 제 범주로 들어오려는 것은 필사적으로 막아 그럴 수 없었다. 누군가 그랬지, 공포증은 막연한 불안이 공격적인 형태를 띄는 불안'히스테리'의 일종이라고. 그 막연한 불안은 탄소에게 당연한 것으로, 또 고립으로 다가왔다. 고립을 받아 품 속에 간직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지치는지 누군가가 알아주었음 했다. 그렇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안다. 이 생각은 한없이 모순적임을. 메아리는 막연함에서 멈췄다.
머리를 만지는 손길에 눈을 떴다. 햇빛에 눈이 부셨다. 부시다 못해 시렸다. 그것이 정말 해 때문인지 남준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남준은 이미 탄소가 누운 침대 옆 간이의자를 끌어와 앉은 상태였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애였다, 김남준은.
"아파?"
…. 한참을 말이 없었다. 교환되는 눈빛에 몸이 굳는 듯 하면서도 간지러웠다. 새학기 첫날, 남준과 저 혼자만의 사랑에 빠진 여자 아이들이 생각났다. 저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자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다. 남준은 그런 능력이 있었다. 알게 모르게 다가와 수채화처럼 자신을 퍼뜨려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지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으려한 것이 분명하다.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뒤로 넘겨주는 손이 차츰 내려와 볼을 쓸었다. 남준의 손이 스친 곳에서 열꽃이 피는 듯 했다.
2-4
"탄소야."
남준의 입이 말했다. 남준은 제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사람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대답 없이 눈을 옮겼다. 또 한 번 마주치는 눈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제부터인지 뱀 같다고 느끼던 눈은 순하디 순한 강아지로 바뀌어 있었다. 입술을 혀로 축이던 남준이 다시 말했다. 도서관 갈래? 가디건 입은 제 팔 위를 잡고 있는 손을 떨어뜨렸다. 탄소와의 대화는 늘 이럼에도 남준은 끝도 없이 말을 시켰다.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있었다. 지금쯤이면 미술 시간이 끝나 아이들이 하나 둘씩 그림을 제출하고 있을 터였다. 시계 안 연분홍색 바탕 위에 검은색 로마 숫자가 유독 튀였다.
"탄소야, 대답 좀 해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슬그머니 탄소를 잡아오는 손을 떼어내려 하자 더욱 힘을 주며 버틴다. 아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남준은 그저 제 손을 동그랗게 말아 작은 고리를 만들어 그 안으로 탄소의 손목을 가두고 있을 뿐이었다. 가자, 응? 다시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들춰내고 다리를 내렸다. 이 장면을 누군가 본다면 어떨까. 침대에서 막 일어난 탄소 대신 이불을 정리한 남준이 손을 잡았다. 빼내려 할수록 더 치댄다는 것을 깨달은 탄소가 아무 말 없이 보건실 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선생님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차트에 적었던 작은 이름 석 자를 볼펜으로 지워나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칠했다. 그 어떤 방해꾼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물며 선생님이라도.
남준과 단 둘이 보낸 이 시간을 아무도 몰랐으면 했다. 단 둘의 비밀로 그저 그렇게 흘러갔으면 했다. 조용하고 또 평화롭게. 어쩌면 제 자신도 모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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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독 짧아 보이네요. 특히 2-4 글.
그리고 아니, 글을 올렸는데요ㅠㅠㅠ404 떠버려서ㅠㅠㅠㅠ
부랴부랴 다시 썼는데 처음 쓸 때의 그 간질거림이ㅠㅠㅠㅠ없어서ㅠㅠㅠㅠ
하...머리 어느 방향으로 박으면 될까요...
아 그리고 저도 찾았습니다.
제 글을 홍보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요ㅎㅎ 차마 그 댓글에 감사합니다 라고 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 적어봐요
암호닉은 제일 최신화에 신청해주셔도 됩니다. 힘드시게 0화로 다시 안 가셔도 돼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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