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은 술잔 위로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분해했다가 추락했다.
"좆같네. 진짜."
마치 이름이의 지금 상태처럼.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My muse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3/2/d1bab581c5ef851a11f44430086ee8aa.jpg)
My muse 01
w.초크초크
"야. 너는 왜 그 선배 여자친구 있는 거 얘기 안 해줬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너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
이미 반쯤은 취해서 정신만 간신히 잡고 있는 상태인 이름이는 한쪽 팔을 베개 삼아 기대고 있었다. 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한테 배운 적도 없는 술을 무작정 마시자니 체력이 버텨주지 못했다. 얼굴은 점점 달아올랐고 노곤노곤 해지는게 잠이 올 것만 같았다. 조금 울렁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너 만약에 일부러 티 안 내고 다닌 거면 그거 성공한 거다."
"아니. 일단 좀 들어봐."
"......"
"나 공강이라서 과방에서 자다가 콜라 뽑으러 갔다? 근데 그 선배랑 어떤 여자랑 같이 있는 거야. 심지어 그 여자가 선배 팔에 팔짱 끼고 있었다고..."
"......"
"야 근데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그 와중에 나 봤다고 인사해주더라.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그 선배를 미워해. 와중에 나한테 먼저 인사도 해주는데.. 이름이는 잔을 친구에게 내밀었고 친구는 조용히 잔을 채웠다. 서로 간의 침묵이 그 둘의 사이를 확정 지어 주는 거 같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거 같았다. 진짜.. 친구 사이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솔직히 요새 cc 하는 사람들이 어딨어. 아니겠지.
"인사해줘야지. 오히려 그 상황에서 인사 안 하면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너랑 그 선배랑 썸타는 사이도 아니고.."
"팩폭 그만해.. 아프다 아파."
"좋아하면 티도 내고 좀 그래. 그래야 진전이 있지. 속으로 끙끙 앓으면 뭐하냐."
"나 그런 거 잘 못 해.."
채워진 잔을 들고 그대로 털어 넣었다. 머리가 울렁였다. 실제 이름이는 이런 성격 탓에 썸만 타다 깨지곤 했다. 좋아하는 거. 그래 티 낼 수도 있었다. 근데 그 선배 주변엔 사람이 너무 많고 나랑 편하게 지낼 사이도 아니고. 맨날 인사만 하다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대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리고 아까 선배 옆에 있던 여자 엄청 예뻤단 말이야.
"그 선배 이름 뭔데."
"김석진..."
"김석진?"
"선배....?"
그래. 아까 네가 굳이 학교 주변에서 먹어야겠냐고 했을 때부터 깨달았어야 됐는데..
"어? 이름아."
오늘 왜이래 진짜.
"같이 앉아도 되지?"
석진은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이름이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기대있던 팔을 살며시 내려놓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석진은 아주머니에게 잔을 더 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겉옷을 벗어 의자 뒤에 걸어놨다. 와 어깨 봐.. 정신없는 와중에 그의 어깨에 감탄하는 이름이었다. 취기가 점점 달아오르는 듯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름이는 양 손바닥으로 뺨을 아프지 않게 두어 번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안 그래도 취기가 오르는데 가만히 있어도 긴장이 되는 탓에 아까 먹었던 게 올라올 거 같았다. 평소에도 남자랑 밥 먹는 걸 어색해 먹더라도 깨작깨작 먹고 그마저도 체하는 게 일상인 이름이에게 이런 상황은 고역이었다. 어색하다. 무슨 얘기를 꺼내야하지. 방금까지 선배 뒷담 했는데.. 사과해야 하나? 아니면 아까 그 여자는 누구냐고 말할까? 아니 뭐라는 거야.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My muse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23/4337d17c6d5766f20e603101bd9a65a7.gif)
근데 이 사람은 누구지? 옆에서 어색할까 봐 계속해서 사소한 얘기라도 하는 석진과 달리 이 상황에 적응이 안 된다는 듯 정면을 보지 못하고 머리카락만 만지작대는 남자가 보였다.
아. 너도 나랑 같은 과 구나. 라고 생각한 이름이었다.
"아 맞아. 얘는 민윤기야."
"아.."
"처음보지? 음교과고 너네랑 동갑이야."
"우와.. 음악. 나도 하고 싶었는데."
속으로 생각할 걸 입으로 내뱉었다. 보통 이렇게 되면 당황해서 어버버 거렸을 텐데 뭐 어때. 오늘부터 적극적인 성격하지 뭐. 술기운에 아까만해도 울적했던 기분이 갑자기 확 좋아진 이름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술 마시는구나.
이름이 술이 잘 맞지 않는데도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하나는 마시면 내가 내가 아닌 거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그래서 괜히 자신감도 생기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고.
"음악이면.. 피아노 잘 치겠네?"
"......"
"멋있다. 민윤기 최고!"
"얘 왜 이래."
얼굴은 발그레해진 채로 헤벌쭉 대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름에 친구가 질색한다는 듯이 입을 막았다. 석진은 그런 이름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봤다. 윤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총체적 난국은 이런 걸 보고 얘기하는 거라고. 허나 그도 그 생각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는 입 동굴이 보이게 웃었다.
"너 그럼 피아노 치는 거 좋아해?"
윤기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이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게 맞나? 치고는 싶었는데 못 배웠어!"
"아."
"그렇게 동정 어린 눈빛으로 보지마. 그래도 초등학교 때 조금은 배웠으니까.."
아 왜 눈물이 날 거 같지. 이름이는 갑자기 벅차오르는 감정에 급 우울해졌다. 맞는 말이니까. 솔직히 동정해도 할 말 없다. 집안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 못해서. 집에 내가 있는데도 돈 얘기가 내 사이로 계속해서 들리는 와중에 예술 쪽을 시켜달라고 하기엔 너무 죄송하니까. 그래서 공부만 했다. 예술은 꼭 내가 대학교 가서 할 거라고 위안하면서. 근데 지금 이러고 있다. 예술은 무슨. 술이나 마시고,
술 마시면서 선배 뒷담하다가 뒷담의 주인공인 선배랑 술도 마시고..
"윤기야. 너 아깐 몰랐는데 웃는 거 되게 예쁘다."
"......"
"아 맞다. 석진선배!"
"..어?"
"저 아까 되게 궁금한 거 있었는데요!"
이름이의 고쳐지지 않는 술버릇을 하나 고르라면.
"선배 아까 저한테 인사 했을 때 옆에 있던 여자!"
핀트가 끊기기 직전에
"선배 여자친구 아니죠?!"
혼자 빠르게 아무말 잔치를 하다가 잠에 빠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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