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국황여일지]
written by. 아름다웠던 그 날
bgm: appassionata (보보경심 려 OST)
클 태 빛날 화
이름하야 太華 태화
옛날 고대 시절 태화국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존재했다.
태화국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는데 바로 '하늘의 아이'였다.
'하늘의 아이'는 오직 하늘에서 정해준 신성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금발의 머리와 아름다운 꽃 문양의 표식이 오른쪽 목에 새겨져 있다. 이는 하늘의 신이 태화국의 개국날 자신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왕족에게 부여된 신성한 선물이었고 대대로 이어져오고 있었다.
태화국은 지금까지 전설을 충실히 이어왔고 신의 뜻을 잊지 않기 위해 제사를 치르고 귀족들과 왕족들에게 교육을 시켰다.
허나 이 태화국의 평화는 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되었다.
황제의 적자였던 황태자는 금발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신의 표식이라 말할 수 있는 꽃 문양이 존재하지 않았고 또 다른 황비의 품에서 태어난 황자에게는 머리는 평범했지만 목의 꽃 문양은 존재했다.
이 같은 사태에 신하들은 진정한 '하늘의 아이'를 가리기 위해 황후파와 황비파로 갈라졌고 국왕은 수년간 고민하다 황비의 아들을 귀양시키고 결국 황태자를 국왕의 자리에 앉혀 논란을 압축시켰으며 그 해 6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반쪽짜리 국왕이라 불리고 있는 석진이 현재 태화국을 다스리고 있다.
"폐하, 막으셔야 하옵니다. 태형 님이 궁으로 오신다는 것은 폐하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을 뿐입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더욱이 이러한 시국에 귀양을 끝내겠다는 것은 국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옵니다."
"이보게! 태형 님이 궁으로 들어오는 것이 왜 옳지 못한 일인가! 황자님께서는 그저 힘든 귀양생활을 끝내고 집이나 다름없는 곳을 돌아오고 싶어하실 뿐이네!"
"이 나라에 태양이 둘이나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태형 님께서 이 궁에서 무슨 일을 벌이실 지 아무도 모르시는 판국에 쉽사리 궁에 들일 수 없습니다."
"폐하! 마음을 곱게 다스려주시옵소서. 황자님께서는 오랜 귀양에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버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어 왔습니다."
석진은 긴 금발을 늘어뜨린 채 이마를 짚었다. 여기저기서 통곡하는 신하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자신의 두통이 더욱 더 숨통을 조여오는 듯 하였다. 옆에서 이것을 줄곧 지켜오던 정국은 걱정스런 눈빛을 슬쩍 보냈지만 한낱 호위무사인 자신이 이런 정치적인 논사를 거하는 곳에서 나설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석진은 한참을 이마를 짚은 채 생각하다 고개를 들어 주먹으로 탁상을 내리쳤다. 석진이 주먹을 내리치자 탁상은 쾅 소리를 내며 온 신하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석진이 내뿜는 살기와 신하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으므로 신하들은 나오려던 말도 저절로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석진은 조용해진 신하들을 바라보다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형의 처소를 준비하게."
"허나..."
"지금부터 내 말에 토를 다는 순간 그 놈의 목을 베어 궁 밖 성문에 달아놓도록 하지."
"..."
"이 이상 조정을 끝내도록 하겠다."
석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난 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정국이 묵묵히 따랐다. 신하들의 말이 옳았다. 태형은 석진 자신에게 있어서 굉장히 위협적인 아이였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자신이 없는 표식을 태형은 가지고 있었고 태형에게 없는 머리는 석진이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그것을 위안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자랐다. 누가 황제가 되든지 미워하지 말자고. 우리는 어차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니까. 하지만 그런 우리의 사이를 윗사람들이 서서히 갈라놓게 만들었다. 황후와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 그리고 황비. 아버지였던 국왕은 그것을 방치하였고 황후와 황비의 욕심으로 인해 우리는 서서히 괴물로 변해갔다. 결국 국왕이 귀양을 포고한 날 태형은 포독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자신이 옛날에 알던 태형이 아니었다. 그것은 야망과 권력에 찌들어든 타락한 사람의 눈동자였다.
'형님이 어떻게 저한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어떻게!!!!!'
석진의 앞에서 악에 받친 목소리로 한참을 울부짖던 태형은 숨을 토해내고는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기고는 포교들에게 끌려갔다.
'두고 보십시오. 언젠간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옵니다. 언젠간 이 날을 곧이곧대로 후회하고 땅을 칠 날이 오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황제가 누군지!!!!! 깨닫게 되실 테지요.'
또 다시 생각나는 그 일의 악몽에 길을 걷다 말고 잠시 멈춰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 정국이 석진을 부축하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태형이 온다. 태형이 온다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보고 싶은 내 아우.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지만 난 아직도 그 때의 내 아우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희망의 한 줄기.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바램.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그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적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형님 그 소식 들었습니까?"
"태형이 돌아온다는 소리 말이냐?"
"이미 알고 계셨네요."
긴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그 모습을 본 지민은 박수를 치며 태연하게 화살을 꽂는 남준에게 말했다.
"형님은 언제 봐도 완벽하십니다. 형님이 하늘의 아이였다면 정말 하늘이 박차고 기쁠 일인데 말입니다."
"맘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라. 그러다 쥐도새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설마 폐하께서 그러시겠어요? 이 암담한 황궁 안에서 그래도 제일 밝았던 분이셨는데."
"지금은 아니잖아."
"..."
남준의 말에 지민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그깟 하늘의 아이가 뭐라고. 그 밝고 밝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무너져간 건지."
남준의 화살이 또다시 날아가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저라면... 제가 만약 선택되었더라도 그랬을까요?"
"글쎄."
"저라면 안 그랬을 것 같아요."
"..."
남준은 말없이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의 표정은 슬프기 그지없었지만 그를 보는 남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아있지 않았다. 마치 첨부턴 남인 것 마냥 지민을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네?"
"내 생각에는 네가 그 아이들보다 더 심했을 거 같은데."
"그게 무슨..."
"그 아이들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우리들은 전혀 몰라. 그들이 짊어진 상처의 크기를 말이야."
"..."
"그러니 행동처신 잘해. 아까처럼 떠들지 말고 입조심하라고. 네 말대로 여긴 삭막한 황궁이니까."
남준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고 화살이 핑 하고 과녁을 빗나가 그 뒤에 풀을 뜯어먹고 있던 토끼를 맞췄다. 남준은 이것을 끝으로 아무 말도 없이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지민은 그런 남준의 뒷모습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국은 석진의 명령을 받잡아 궁 밖으로 나가 약초를 구하고 있었다. 태형이 쫓겨난 이후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피를 토하는 등 몸이 좋지 않았던 석진이었기에 이 사실이 신하들의 귀까지 들어가면 당연히 석진의 자리가 위험해져 기밀보안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그렇기에 석진의 약들은 항상 정국이 비밀스레 밖으로 나가 구하곤 했었다.
정국은 큰 갓을 쓰고는 허리에 장도를 차고 평범한 차림으로 길을 나왔다. 어차피 황궁 안의 사람들 말고는 자신을 알아차릴 일이 없긴 했지만 만약을 위해서라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걷고 있던 그는 저 멀리서 말이 달려오는 소리에 멈칫하고 뒤를 돌았다. 다그닥 거리며 달려오는 말 위에는 태형이 타고 있었고 정국은 급히 몸을 숨기고는 태형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태형은 몸을 숨기는 정국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대로 지나쳐 갔고 그 뒤에 태형의 신하들이 그를 따랐다. 우연히 마주친 그의 모습은 조금 야위었지만 탄탄한 몸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다. 그들이 다 지나가자 정국은 조심히 나와 다시 길을 걸었는데 곧바로 자신을 잡아오는 손길에 깜짝 놀라 손을 빼내고 칼을 꺼내들어 목에 겨눴다. 어두운 길목이다보니 얼굴이 안보여 몰랐지만 자신을 잡은 사람은 어여쁜 여인이었다. 하지만 경계를 감출 수가 없던 그는 칼을 더욱 겨누며 물었다.
"누구냐."
"살려주세요."
"누구냐고 물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네 목이 날아가길 바라느냐?"
"절 데리고 도망쳐주세요. 제발 부탁이예요."
"뭐?"
"전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이름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눈을 떠보니 이상한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었고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횡설수설하는 여인의 모습에 빼냈던 검을 다시 꽂았다. 이 여인은 자신이 누군지도 어떤 신분인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순간 이 여인의 정체성에 의문이 생긴 그는 그 여인을 훑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 태화국 백성의 흔한 복장이었다. 하지만 갈 길이 급한 정국은 곧바로 호기심을 버리고 등을 돌리려 했으나 또다시 잡아오는 그녀의 손길에 다시 붙잡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못 믿어서 그러는 거라면 이해해요. 하지만 정말이에요. 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
"정말이에요! 부탁해요. 절 데리고 도망쳐주신다면 생명의 징표로 이것을 드릴게요."
여인은 옷 속에 숨겨두었던 목걸이를 정국에게 보여주었다. 그 목걸이를 보는 순간 정국은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평범한 평민에게 귀족들이나 가질 수 있는 보석이 있는 것도 의심스러웠지만 그 목걸이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왕족들의 귀고한 표식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 목걸이와 여인을 번갈아 보다가 저쪽에서 소리치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쪽이다!!!"
그 순간 바로 여인의 손목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을 보니 요즘 여자들을 나이 불문하고 납치해 다른 나라로 팔아버린다는 악덕 상인들이 분명했다. 한참을 구석구석 숨고 뛰어다니다 보니 여인이 숨을 헐떡대며 다리가 풀려버리는 것을 본 정국은 곧바로 여인의 허리를 잡아 안아들고 뛰었다. 그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남자들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순간 여인을 자신의 등 뒤에 숨기고 칼을 뽑아들었다.
"이봐 거기 형씨! 괜한 일에 끼어들지 말고 이제 그 여자 두고 갈길 가쇼. 그만큼 뛰어다녔으면 됬잖아."
"왜 이 여인을 쫓는 거지?"
"그건 알 바 아니고."
정국을 향해 소매를 걷어올리며 주먹을 쥐고 다가오는 남자가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곧바로 피하고 칼로 그의 배를 갈라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다른 남자들이 주춤거리자 정국은 섬뜩한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덤비고 싶으면 덤벼봐."
저쪽에서 배를 움켜지으며 숨을 헐떡거리는 남자를 본 그들은 살짝 겁을 먹은 듯 했지만 바로 정국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정국은 순식간에 장도로 그들의 배와 머리를 다 베어버렸다. 나머지 한 명만이 남아있었지만 정국의 기세에 눌려 도망가버렸다. 나머지 한 놈까지 뒷꽁무니 빼며 도망치는 것을 본 그는 여인을 아무도 없는 오두막집으로 끌고 가 벽으로 밀어쳤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이 목걸이는 이 나라에서 왕족의 표식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근데 네가 어떻게 이걸 갖고 있지?"
"전 몰라요."
여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여인의 단호함에 그는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훔친건가?"
"제가 이 목걸이를 훔쳤다면 이 천한 평민이 어찌 황궁을 들어갔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녀의 눈동자는 영롱하고도 아름다웠다. 마치 평민의 눈동자가 아닌 귀족에게서나 볼 수 있는 고귀함이었다. 자세히 여인을 들여다보니 하얀 피부에 빨간 입술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귀족 여인을 떠올리게 했다. 이 여인의 말투 또한 평민의 말투보다는 귀족 말투가 더욱 어울렸다. 그런데 옷은 왜 평민 복장이란 말인가. 누가봐도 귀족 여인인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평민의 복장을 하고 기억을 잃어버린 거지?
"나와 같이 황궁에 가야겠구나."
"제가 왜 황궁에 가야하는 겁니까?"
"이 목걸이의 주인에게 물어야 될 것 아니냐. 네가 이 목걸이를 안 훔쳤다는 증거가 없으니 목걸이의 주인에게서라도 물어봐야지."
"그쪽은 대체 누구십니까?"
"....황궁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 치지."
"..."
여인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간을 찌푸리고는 허공없는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구해준 사람치고는 굉장히 뻔뻔한 반응이군."
"예?"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줘야 되는 게 예의 아닌가."
"아, 죄송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정국은 그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오두막 집 밖으로 나가 말 한 대를 빌려 여인을 태웠다. 그리고는 자신도 올라타 발길질을 하며 말을 달렸다.
"조심해라. 말에서 떨어지지도 모르니 줄 꽉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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