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이 벌써 7을 바라보고 있다. 아까 일어난 게 2시즈음이었고 일어나자마자 발 뻗고 노닥거렸으니 벌써 5시간이나 낭비한 셈이었다. 가끔 엄마가 방문을 열어 확인할 때만 책 펴놓고 공부하는 척.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인 척. 나는 한심한 고3이었다. 딱히 아직까지도 공부할 이유를 모르겠다. 목표가 없으니까 그렇다,목표가. 이제까지 19년을 살면서 하고 싶은 거 하나 없었다. 그러니까 저절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도 이런 내가 한심하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는 얼마나 더 속이 터지는지 보다 못해 카드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아싸,엄카 득템? 엄마는 이리저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김민석. 허튼 짓할 생각 말고 독서실이나 댕겨. 한 달이라도 다녀봐. 너 고3이야 고3." 그렇게 해서 나는 이 시간에 집밖으로 쫓겨났다. 일단 아무리 목표가 없어도 엄마 말대로 대학은 가야겠다 싶어 집이랑 가장 가까운 독서실로 갔다. 하지만 결과는 퇴짜. 지금 수험생들로 다 차서요...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쩔쩔매는 알바생 앞에서 나도 수험생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좀 더 집이랑 떨어진 곳으로 갔다. "아,지금 학생들이 쓰는 방은 꽉 차서 안 되구요. 대신 윗층에 사법고시나 임용고시 준비하시는 분들이 쓰는 방이 따로 있거든요? 조금 더 조용히 공부하실 수 있으시면 거기로 드릴게요."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 주인의 안내를 받아 윗층으로 올라왔다. 저기 아랫층 학생들이 쓰는 곳은 좀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그랬는데 여기는...말 그대로 완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조금만 소란스럽게 행동하면 심기가 예민한 고시생들이 나한테 달려들겠지? "여기는 진짜 조용히 하셔야 돼요." "네.." 나는 신발을 조용히 벗고 발꿈치를 들어 살금살금 주인을 따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공부 냄새. 중간중간 불이 켜져 있는 곳도 있고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자리도 있다. 나는 가장 뒷쪽에 있는 책상으로 배정 받았다. 옆자리에는 누가 있는 듯 서걱거리는 샤프 소리가 들린다. 주인이 나가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가방 여는 것까지 무섭다. 커튼을 쳐 옆사람이 날 보지 못하는데도 괜히 눈치가 보였다. 자,가방 문을 열고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책을 꺼내는 거야. 숨을 힘껏 들이쉬었다.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가방 지퍼를 열었다. 지이이익- 괜찮아. 김민석. 할 수 있어! 그리고 책들을 꺼내는 순간, 긴장한 탓에 책을 놓치고 말았다. 아 시발.좆됐다. 그래. 처음이니까 마음 넓게 봐주실 거야. 으으음 그렇고말고. 하지만 옆자리에서 서걱거리던 샤프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헐시발. 나 이제 멱살 잡히는 건가... 침이 절로 꼴깍 넘어갔다. 가만히 있었더니 다시 들리는 샤프소리. 책을 하나 둘 주웠다. 아,차라리 독서실 다른 데 갈 걸. 이런 방은 너무 불편하다. 들고 온 책만 세어보니까 6권이다. 내가 봐도 무슨 패기인가 싶다. 공부 요만큼도 안 하면서.... 또 나는 뻘생각을 하다 여기가 독서실이란 걸 잊고 책을 소리나게 책상위로 올려놓았다. 아ㅠㅠㅠ김민석 왜이래ㅠㅠ미친놈아....시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독서실이랑 정말 안 맞나봐.. 엄마...차라리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게요. 책을 조심스럽게 펼치는데 커튼이 확 열렸다. 조용히 좀 해줄래요? 무표정으로 서있는 남자. 아무래도 옆자리 사람인 듯했다. 남자는 나에게 입모양으로 뻐끔뻐끔 말했다. 무슨 정리하는데 그렇게 시끄러워요?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남자는 나를 기분 나쁘게 위아래로 슥 훑더니 커튼을 도로 닫았다. 아 시발. 기분 나쁜데 잘생겼어... 펜을 손에 쥐었는데 공부가 안 된다. 원래 안 하던 놈이라서가 아니라 옆자리인 남자가 신경 쓰여서. 다시 사과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잘생겨서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다. 뭘 사드릴 셈으로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독서실을 나와 편의점으로 갔다. 음료수 코너앞에서 서성거리다 그냥 무난한 딸기 우유를 골랐다. 설마 안 먹진 않겠지. 나는 얼른 주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독서실까지 뛰어올라갔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데 누군가가 집에 가려는 듯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 옆자리 남자였다. 어? 집에 가세요? 어쨌든 초면인데 나는 남자를 붙잡아야 된다는 생각에 말을 내뱉었다. 와 진짜 다시 보니까 더 잘생겼다. 사슴 닮았어 사슴! 남자는 나를 보고 슬며시 웃었다. 네. 왜요? 그니까...아까 시끄러웠죠. 죄송해요. 그래서 이거 드리려구 사왔어요! 나는 좋아하는 남자한테 고백하는 소녀처럼 수줍게 딸기우유를 내밀었다. 남자는 아까 지었던 무표정과는 달리 눈을 접어가며 예쁘게 웃었다. 와. 저 주려고 사온 거에요? 네..진짜진짜 죄송해요. 제가 독서실은 처음이라서 그래요. 남자는 딸기우유를 받아들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무언가 진득한 눈길이 부담스러워 자리를 얼른 피하려고 하는데 남자가 내 손목을 턱 붙잡았다. 아 그런데 저 부탁 있는데 도와줄래요? 잠시 어디 좀 같이 가줄 수 있어요? 남자는 더욱 내 손목을 꽉 잡았다. 천천히 손목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어디를요? 일단 같이 가보면 알 텐데. 잠깐이면 돼요. 남자는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더니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둘렀다. 그런데,이름이 뭐에요? ㅡ 하...일단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 죄송합니다 ㅎㅎ.....네 죄송해요....똥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어요..ㅎㅎ..ㅎ..........포인트 날리셨죠~~~...~~~?죄송해요^^...정말..
![[exo/루민] 독서실 옆자리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9/a/29a657835f8c52d3a3bc27c79ec12a03.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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