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달 어느 비오는날,아는 선배의 호출에 급히 달려간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 땜빵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공원 벤치위에 부자연스럽게 쭈구려 앉아있는 남자'사람'이라기엔 무언가 어색한,한 남자가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걸 보았다.
나는 어떤것에 끌리듯 자연스레 그 남자의 앞으로 가 우산을 씌워주었고, 그 남자가 고개를 들때까지 푹 숙인 뒷통수를 그대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내 우산에 의해 쏟아지는 비가 멈추자 남자가 고개를 느리게,아주 느리게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나는 그 눈을 피할 생각없이 뚫어져라 보았고, 알아차렸다.
아,평범한 사람이 아니구나
눈만 껌뻑거리던 그 남자의 맑게만 느껴졌던 회색빛 눈동자가 어느순간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또 한번 이끌리듯 한마디를 건네었다.
"나랑..같이 갈래?"
나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 만남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로 딱 이틀이 지난 지금,이 녀석의 정체를 알 순 없지만 나는 대형견이라고 단정지은 상태이다.
회색빛 맑은 눈이 나를 쳐다 볼때는 마냥 사랑스러운 골든리트리버를 연상케하지만 어떠한 물건에 경계를 가지고 노려볼땐 한마리의 시베리안허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비를 홀딱 맞은 녀석에게 내가 수건을 건네주자 수건을 받는 그 손길 마저 부자연스러웠다.
휴,한숨을 내쉬며 나보다 두뼘정도는 더 큰 녀석의 젖은 머리를 탈탈탈 털어주니
처음에는 몸을 움찔하며 한발자국을 물리며 피했지만 곧 다정한 내 손길에 안심하고 머리를 내주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나는 커다란 애완견 한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멍멍 짖어봐 찬열아 1
"너 이름은 뭐가 좋을까?"
좋을까?, 동그랗게 눈을 뜨고 짧은 뒷말이라도 외우려는듯 따라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귀여움이 느껴졌다.
"따라해봐,이름!"
"이르"
"이르 말고 이!름!"
"이!름"
옳지,곧바로 따라하는 녀석의 손에 육포를 쥐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고개를 푹 숙이고 육포를 잘근잘근 뜯어먹는다.
그것보다 이름은 뭐가 좋을까..
"음..우리엄마 성은 박씨니까 넌 박씨해"
"바씨"
육포를 씹어먹는 중에도 내 말 끝을 따라하는 녀석이었다.그래,그래..
그나저나 이름을..박..박..찬호?박찬우?아냐 안어울려..찬..찬열?
"찬열!박찬열!"
박찬열 어때? 녀석의 갈색빛 도는 뽀글뽀글한 머리와도 잘어울리는 느낌이다.이름도 붕붕 머리도 붕붕
육포 뜯기를 멈추고 찬열찬열 하고 부르는 내 입모양을 잠시 보던 녀석은 한번 더 찬열!하고 부르는 내 목소리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끄덕해보였다.
이제 니 이름은 박찬열이야! 신이 난 내가 찬열이의 두 볼을 감싸며 말하자 오물오물 씹던 입술을 멈추곤 고개를 한번 더 끄덕였다.찬열이 알아들었구나!
..
처음 찬열이를 발견했을때부터 지금까지 쭉 하얀 민소매 위에 걸친 가디건만 입었던 걸 이제서야 알아 챈 나는
얼마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유명 메이커의 후드티를 눈물을 머금고 찬열이에게 넘겨주었다.
"입어!"
설마 입는법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하고 잠시 걱정했으나 가디건과 민소매를 훌렁훌렁 벗어던지는 찬열이에 의해 성급히 뒤돌아섰다.
아유 부끄럼이 없는구나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일명 똥싼바지라 칭하는 배기바지를 손에 쥐어주니 또 입던 바지를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재빨리 입은 찬열이다.
"응?"
똥싼바지의 특징인 똥싼듯한 가운데의 흘러내리는 부분을 자꾸만 손으로 잡아올리며 나를 어떻게 좀 해봐.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풉,하고 웃은 내가 에이 그게 좋은거야~하며 찬열이의 손을 제지했다.그러자 말 잘듣는 강아지처럼 또 고개만 끄덕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다 입었지?이제 양치하고 코~자자"
"코~자자"
내 마지막말을 또 따라한 찬열이가 내 뒤를 졸졸따라 욕실로 들어왔다.
새 칫솔을 꺼내 찬열이의 입에 물려주고 처음이니까 내가 해주는거야.하며 세면대에 걸터앉게 해 이를 슥삭슥삭 꼼꼼히 닦아주었다.
예상외로 찬열이는 입을 잘 벌려주며 내가 해주는대로 얌전히 있었다.그나저나 니 이빨은 내 이빨의 두배같아 엄청 많아
그렇게 꼼꼼히 세수까지 마치고 찬열이를 내 방 침대에 눕혀주었다.자 우리 여기서 같이 자자
얌전히 침대에 누워 회색빛도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천장을 바라보는 찬열이를 귀엽게 쳐다보며 불을 껐다.
그리고 불을 끄자 보인건 천장을 바라보다 나를 쳐다보는 찬열이의 빛나는 회색눈이었다.
"너 진짜 개야?"
찬열이의 옆에 누우며 물었더니 말없이 그 회색눈으로 내 눈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치, 말할 줄 알면서 내가 물어보면 안하더라
포기한 내가 찬열이 쪽으로 몸을 틀고 누워 얼른자.하고 배를 토닥여주니 찬열이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웃었다.
"어?야 너 웃었지!"
깜깜했지만 찬열이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린 것을 똑똑히 본 내가 놀라 검지로 찬열이 볼을 찌르며 말하자
언제 웃었냐는듯이 정색하고 눈을 감는 것이었다.
"하여튼 못났네 못났어"
"잘자 백현"
마지막으로 들리는 찬열이의 낮은 목소리를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키가 큰 찬열이 덕에 침대가 꽉 찬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평소보다 더 포근하고 편하게,그리고 듬직한 느낌을 받으며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본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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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멍멍 짖어봐 찬열아'로 첫작..ㅁ7ㅁ8..을 낸 본큐라고 해요 암호닉 받으니까 암호닉 많이 신청해주시길!암호닉 신청하신 분들께 특별한 혜택이 있으니까요!많이!신청!해!주세요~ 백현이의 설명위주로 갔지만 이 다음편부터는 아마 대화형식,장난스러운 전개중심으로 갈 것 같아요 다음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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