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잡하게 얽혀 있는 두 개의 몸, 공들여서 칠한 빨간색 립스틱이 지워질 만큼 격정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던 남자가 여자를 안아 테이블 위로 밀어 붙였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양주 병이 산산조각이 났고, 테이블 아래로 스타킹과 넥타이 등의 옷가지 따위가 떨어졌다. 흥분에 겨운 여자는 풀린 눈을 한 채 매끈한 다리를 들어 남자의 허리를 단단히 감았고, 그의 손은 거침 없이 그녀의 짧은 원피스 속으로 들어갔다.
탄소는 머릿 속이 온통 열기로 가득 차 이 뜨거움을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몰라 마냥 야릇한 신음 소리만 흘렸다.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시자는 그의 연락에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어린 양처럼 순순히 넘어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소꿉 친구로 보지 않는 윤기가 자신의 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탄소는 윤기의 자그마한 유혹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만큼 쉬운 여자가 된다. 그렇다고 그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민윤기라는 남자가 테크닉 쪽에서 타고난 것 같았다. 문득 그녀의 속을 읽기라도 한 듯 윤기가 위에서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느껴졌다. 일순간 혼란스럽게 어지럽혀져 있던 그녀의 세상이 서서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한 얼굴에 점차 룸의 풍경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특히 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적색 조명 아래, 자신이 윤기에게 얼마나 야하게 비춰질지 생각을 하니 갑자기 열이 오르고 자존심이 팍 상했다, 또 당할 뻔 했다. 탄소가 끝없이 그녀의 굴곡을 타고 오르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꺼져, 하이힐로 손 찍히고 싶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하이힐 두 짝으로 손이 아니라 어디든 찍어내릴 것만 같은 시선에 윤기는 결국 양 손을 들어보이며 그녀로부터 떨어졌다. 테이블에서 내려온 탄소가 발을 하이힐에 끼워넣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윤기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 클러치를 들고 나서려는데 그녀의 하이힐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타킹이었다. 스타킹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분노가 솟구쳤다. 거기에 윤기가 기름을 붓는다.
"아쉽다, 넘어올 뻔 했는데."
"닥쳐, 역겨우니까."
열받는 사실은 정말 넘어갈 뻔 했다는 것이다, 윤기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 아무리 탄소의 앞에서 페로몬을 내뿜어도 망부석처럼 꼼짝도 않던 그녀였는데. 물론 그녀의 시점에서는 자신이 쉬운 여자 같아서 괴로울 테지만 윤기의 시점에서는 사실 탄소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여자였다. 툭, 하고 건드리면 끌려오기는 하는데 결승선 앞에 다다를 때 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리니, 원. 그래서 더욱 갈망하고 있었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윤기가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봐, 자기."
"지랄, 염병을 떨어라."
탄소가 스타킹을 주워 윤기를 향해 던졌다. 나이스 캐치, 그가 스타킹을 들고 높이 들자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천박한 욕이 턱 끝까지 올라왔다. 이를 악물고 화를 억누르며 룸의 문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처연한 옆모습에 탄소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을 해보면 윤기 말고 또 있었다, 그녀의 감정을 송두리 째로 쥐고 흔드는 사람이. 그러나 그녀는 차마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윤기에게 몸을 바칠 뻔한 위험하고 위태롭던 그 순간에 그녀의 이성의 마지막 끈을 붙잡았던 그 얼굴이 이 사람이라는 것도.
-
"가자."
탄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밖에 있던 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룸에서 나온 그녀는 그 한 마디와 함께 그의 앞을 지나쳤다. 풍겨오는 향이 평소에 나는 탄소의 체취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분명 그녀의 소꿉 친구, 윤기와 마주할 때마다 나던 인위적이고 역겨운 고급 브랜드 향수 냄새였다. 충동적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붙들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누구인가, 했더니 민윤기였다. 탄소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통을 호소했다.
"전정국, 미쳤어?"
"..."
"아파, 이거 놔."
"만나신다는 분이, 민윤기였습니까."
얼떨결에 정국이 끄는 대로 힘없이 끌려간 탄소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며 손목을 빼내기 위해 비틀었다. 하지만 오히려 손목을 쥔 손에 힘을 가하는 정국에 미간을 찌푸렸다. 살갗이 쓸리는 고통에 입술을 질끈 깨물고 그를 노려보면, 오히려 날이 선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정국이다. 그리고 하는 소리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윤기였냐고 묻는다. 아, 그것 때문이었어? 우리 토끼가 질투를 하나, 귀엽네.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는 그녀에 결국 이성이 끊어진 정국,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했습니까."
"...뭐?"
"민윤기랑, 잤냔 말입니다."
"...이 새끼가 건방지게..."
한번은 귀여워서 봐주지만 두번은 아니었다, 탄소가 도를 지나치는 정국의 말에 잡히지 않은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속절 없이 붙잡혀 버린 양 손목을 당기는 정국은 그녀의 얇은 허리를 붙잡아 구석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벽에 등을 부딪혀 저절로 신음이 튀어 나왔다. 코 앞에 있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귓가를 파고 드는 그의 심장 박동에, 윤기와 다른 싱그러운 향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끈적이는 시선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래서 애써 눈을 피하면 정국은 끈질기게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눈을 마주쳤다. 유독 오늘 따라 정국이 이상했다, 평소에는 윤기를 만나든 말든 자신을 기다려주던 그였다. 물론 약속을 잡은 상대가 윤기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뭐? 아무리 자신이 질투가 난다고 해도 나에게 해코지를 할 거야, 뭘 할 거야. 어차피 탄소와 정국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갑과 을, 주인과 종, 아가씨와 경호원이었다.
을은 갑에게 대들 수 없고, 종은 주인을 죽일 수 없으며, 경호원은 아가씨를 해치면 안된다. 생각을 마치면 심신이 안정이 되는데 막상 그의 눈을 보면 하려던 말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저 머릿 속으로 끊임 없이 되내일 뿐이다, 그의 눈 때문이 아니다, 술 때문이다, 전정국 때문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잤습니까, 안 잤습니까."
"..."
"아!"
이러다가 손목이 부러지는 것은 아닌가 했다, 경호원 하라고 기른 힘을 감히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제압하는 데에 쓰다니. 하지만 눈치가 좋은 탄소는 이 상황에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대답을 회피하기를 반복하며 버티던 탄소는 정국과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며 한 줄기 자존심을 내세워 언성을 높였다.
"안 잤어, 아무것도 안 했어!"
키스만 했지, 하지만 이 말을 했다가는 추정하건대 정국은 탄소의 뼈 하나 쯤 부러트릴 것만 같았다.
-
[ "내가 왜 그 걸레 같은 년 비위 맞추면서 살고 있는데." ]
[ "그 년 뒤에 있는 유산이 자그마치 얼마인 줄 알아?" ]
[ "조금만 기다려. 그 좆같은 년 몸뚱이를 탈탈 털어서 그 돈? 다 내 앞으로 돌릴 테니까." ]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단독 주택도 평범하게 만드는, 르네상스 시대에서나 볼 법한 대저택. 그리고 자연스레 저택의 안으로 들어서는 탄소는 하이힐을 벗기도 전에 들리는 걸쭉한 목소리에 신발을 벗던 동작 그대로 현관에 섰다. 어찌나 목소리가 크던지, 이 커다란 대저택을 울릴 정도라면 아예 세상 사람들이 다 듣도록 방송국 사람들을 불러 방송을 키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일 듯 했다.
마저 하이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탄소는 긴 복도를 걷고 코너를 돌아 이내 목소리의 근원지 앞에 도착했다. 역시나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중성의 극치, 표리부동의 표본. 그녀의 작은 아버지, AR 그룹의 김 부장이었다. 부모님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강도 사건으로 여의고 홀로 남은 탄소를 누구보다 빠르게 키우겠다며 떵떵거렸던 김 부장, 그녀는 그의 속내를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알았다.
탄소가 사랑하는 부모님을 난도질 한 범인이 김 부장이라고 의심을 할 정도라면 이미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있었던 일은 다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늦게 알았다, 한낱 피라미에 불과했던 김철중을 부장 자리에 앉히고 나서 알았다. 참, 작은 아버지도 대단하시지. 그 사탕 발린 말솜씨로 그녀의 마음을 잘도 매수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김 부장은 탄소가 그의 속에 사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새끼가 살고 있는 본색을 안다는 사실을 모른다.
"쉬고 싶어."
그녀가 기다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김 부장이 탄소의 인기척을 알기 전에 잠자코 그녀의 방으로 올라 가야 했다. 그러자 정국이 탄소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의 방이 있는 3층으로 올랐다. 문득 그녀는 정국이 없었다면 이 허허벌판과 같은 대저택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뱀이 기어다니는 소리를 홀로 들었겠지, 하는 끔찍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탄소는 절대로 정국에게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거였다.
-
"전정국."
장미 향이 나는 입욕제를 풀어 마치 장미 화원으로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향에 취해 욕조를 가득 메운 거품 사이로 나른하게 늘어진 몸을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러자 일렁이는 물이 욕실 타일로 곤두박질 쳐 참방- 하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 위로 그림자를 만든 기다란 속눈썹이 밀려 올라갔다, 눈을 뜬 탄소는 얼굴에 느껴지는 물기를 양 손으로 닦으며 밖에 있을 정국을 불렀다.
"들어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숱이 많은 속눈썹 위로 촉촉하게 작은 이슬이 맺혔다. 욕실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국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숨을 쉬는 소리 마저 들리지 않았다.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평소라면 욕실에 들어와서 욕조의 물 온도를 체크하고 선천적으로 체온이 낮은 그녀를 위해 물 온도를 조절했을 정국이었다. 역시 화가 난 건가.
"아직도 화난 거야...?"
결국 탄소는 눈을 뜨고 욕조 헤드에 뉘였던 상체를 일으켰다. 거품이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가렸지만 물에 젖은 백옥 같은 살갗 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정국도 그렇게 느꼈는지, 아니면 욕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눈을 감고 있었는지 탄소가 눈을 뜨자 보이는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왜 뒤를 돌지 않느냐고 물으면, 정국 만의 일종의 충성심같은 것이었다. 탄소가 뺨 위에서 엉킨 머리카락을 풀었다.
욕실을 지배하고 있는 하얀 연기, 코 끝을 찌르는 장미 향,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일렁이며 욕실 타일 위로 떨어지는 물, 그리고 벗은 몸으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무방비 상태에도 정장을 갖추어 입은 채 눈까지 감고 굳건히 서있는 그.
"..."
"왜...?"
텀을 두고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던 탄소가 정국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 중에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정국을 룸 앞에 세워 잠자코 있게 만들어 놓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윤기의 향을 묻히고 나온 것, 윤기를 싫어하는 정국을 자극하기 아주 좋은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 덕에 손목이 날아갈 뻔한 위기를 면했지만.
"내가 민윤기랑 잠자리라도 했을 까봐?"
"..."
"정국아."
너 나 좋아해?
그제야 눈을 뜨는 정국, 딱히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한 질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정국이 실제로 그녀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고 있다면, 그렇다면. 불안할 때마다, 앙상한 나뭇 가지가 거센 바람에 맥을 못 추스리고 흔들리 듯 떨리기 시작하는 손을 잽싸게 욕조 안으로 감추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잇는 그녀였다.
"만일 나 좋아하면."
"..."
"그 마음 안 변했으면 좋겠다."
탄소가 얼굴을 반 쯤 물 속에 파묻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층으로 올라오는 와중에도 했던 생각이지만 정말 정국이 그녀의 곁에 없었더라면.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잃고 외로웠던 탄소에게 한 줄기 빛처럼 그녀에게 내려앉은 정국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그래, 어쩌면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었다. 부모님은 죽고, 작은 아버지는 저 모양이고 애초에 외동이고 남은 혈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소꿉 친구였던 민윤기도 필요 없었다. 탄소의 일생에서 늘 함께 했던 그 사람, 전정국. 오로지 그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이고 존재였다.
"너는 절대로 나 배신하지마."
"..."
"명령이야."
정국과 탄소를 둘러싼 관계는 세 가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하나, 갑과 을. 둘, 주인과 종. 셋, 아가씨와 경호원.
지금은 둘, 주인과 종의 주종 관계였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어기면 안 된다. 물론 한번도 탄소의 명령을 어겨본 적이 없는 정국은 어겼을 때 뒤에 따르는 처벌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결코 평범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을 했다. 그만큼 그녀는 위험하고도 잔인한 여자였으니까, 굳이 그녀의 위험하고 잔인한 정도를 정하라면 눈에 조금만 거슬려도 손가락만 까딱여서 사람 하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을 정도?
정국이 대답 없이 서있자 탄소는 그로부터 대답을 듣기를 아예 포기를 했는지 그에게 붙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욕조 가장자리에 걸쳐져 있던 손을 뻗어 밖을 향해 휘저었다, 정국이 이제 나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지친 마음을 덜어낼 것만 같으니까.
"이제 나가, 나 쉴거야."
하지만 나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뜨는 탄소가 여전히 욕실에 있는 정국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느릿한 동작으로 욕실에서 처음으로 탄소와 눈을 마주치는 정국은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뒷목을 끌어 당겼다. 입술을 물고 연신 그것을 달콤한 사탕이라도 되는 양 끊임 없이 빨아 당겼다. 정국이 혀 끝을 물기 어린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굳어 버린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붙잡고 정장이 물에 젖어 들어 기분이 나빴지만 입맞춤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집요하게 입 속을 파고 들어 여린 살을 깨물었다.
탄소는 발 끝을 휘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온 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야릇한 기분에 경직이 되면서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자꾸 갈구하고 싶었다, 정국이 자신을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 주었으면 했다. 일방적으로 그녀를 취하려던 윤기와 다르게 탄소는 정국을 취하고 싶었다. 그녀가 양 팔을 들어 그의 넓은 어깨를 필사적으로 감싸 안아 그녀의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혀로 그의 입술을 감싸 핥아 올렸다. 엄청난 쾌감과 성취감이 몰려 왔다.
몸이 기울어지자 정국은 벽에 손을 대고 점차 입술을 아랫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턱, 턱 끝, 목, 목덜미... 결국 온 몸에 필 붉은 꽃을 상상하다 무너지고 마는 탄소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간신히 삼키고 있던 신음을 터뜨렸다. 한번도 내지 않은 하이톤의 소리였고 당황스러운 그녀와 그녀의 온 몸을 물고 빨던 그의 동작이 멈추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정국의 어깨를 힘없이 미는 탄소가 욕조로 몸을 푹 담갔다.
"진짜 나가, 나 피곤해.'
-
"후우..."
정국은 욕실을 나와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쓰러트렸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탄소가 정국이 침대에 누웠다는 사실을 알면 불같이 화를 낼게 뻔했지만 일단 그녀는 욕실에서 나오려면 한참이 남았다. 정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이 공중에 떠돌던 먼지와 뒤섞여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탄소에게 본능을 내비친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충동적이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불안정한 그녀의 모습에 마치 늑대가 된 듯 그녀를 탐하려던 자신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잘한 일일 수도, 본능에 이성을 맡겨 그녀를 원하던 정국처럼 탄소 또한 그를 원했으니까.
그래, 김탄소. 이왕 이렇게 된 일, 계속 나를 원하고, 계속 나에게 빠져 들어. 힘이 들어서 지치면 나에게 매달리고 슬프면 내 품에 안겨서 울어. 내 몸을 원하면 얼마든지 줄게. 그러면서 서서히 나를 사랑하면 되는 거야.
그래야 내가 너를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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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올립니다! 헤르츠52 라고 합니다!
치명적이고 복수심에 찌든 정국이가 보고 싶어서 후다닥 썼는데...
그 후다닥이 새벽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나다니.
사실 도중에 투표 시간 기다리다가 글 쓰는 것을 잊어버렸...
얼른 현생을 위해 자야겠어요!
이 망작과 함께 하실 독자 님들이 계실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암호닉을 신청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언제든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
오타와 문제가 있을 시에는 댓글로 마음껏 써주세요! 저의 지독한 똥손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 됩니다!
그럼 이만 좋은 새벽 되세요♥
사랑합니다!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