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는 두 명입니다.
prologue _ 2 운명의 시작
W. 썸머세븐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다른 이름에 화연은 이 여인이 착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손사래를 쳤다.
"저는 화연입니다. 김화연. 아까 체시, 아니 고양이를 따라서 잠시 들렸어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양화님의 지금 이름을 감히 부를 수가 없어 이렇게나마 옛 호칭을 부르겠습니다. 양화님, 양화님이 계신 이곳은 약 200년 전부터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화님을 기다리기 위한 거처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요. 양화님, 제가 감히 양화님께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게 송구스럽지만 소인의 명을 위해 그리고 양화님의 멀고도 먼 미래를 위해 부탁드립니다."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여인의 행동에 화연은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여인의 눈빛은 강경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200년 동안 곧게 자라온 나무처럼. 여인이 잠시 숨을 고른 뒤, 책상 아래에서 꺼낸 오래된 나무상자를 화연은 바라보았다.
"양화님, 잠시 눈을 감고 소인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십시오."
"네, 편히 말해주세요. 눈 감았어요."
"1816년 6월 13일, 민화국의 나라에 살았던 양화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 누군가의 독살도 아닌 자살로. 그녀의 가슴에 맺힌 토끼에 대한 애정과 용에 대한 연민 그리고 증오심은 장장 201년의 세월 동안 벗어나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돌고 있습니다. 용의 순수하고도 악한 사랑이라고 하면 될까요. 폭군이라 기록된 왕의 욕심이라 칭하면 될까요. 그것은 양화님과 용, 토끼만 아실 겁니다. 이제는 그 증오심, 연민, 애정의 결실을 이뤄야 할 시기입니다. 양화님, 눈을 감은 채 상자 속의 손수건 하나를 택하십시오. 그 손수건은 양화님이 앞으로 만들어낼 미래입니다. 그 미래는 양화님께서 만드는 것이며 어떠한 결정도 받아들이셔야 됩니다. 깊은 폭포 속에서 수백 년을 갇혀 살게 될 느낌과도 같으며 빛을 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용과 토끼 그리고 양화님이 만드실 미래에는 꼭 한 폭의 수채화로 그린 민화국의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눈을 뜨고, 손에 쥐고 계신 손수건을 갖고 가시면 됩니다."
한편의 소설을 들은 기분에 휩싸인 화연은 눈을 뜨고 제게 놓인 손수건을 보았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붉은 손수건은 마치 죽음을 상징하는 듯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양화님,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용과 토끼를 찾으세요. 아마 큰 노력이 없어도 고향으로 가시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실 겁니다. 이 나라에서 겪은 것은 모두 잊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미래 아니, 과거로부터 맺어야 했던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주세요. 그것이 용과 토끼와 양화님 그리고 201년 전의 민화국을 위한 일입니다."
*
A
"과거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일이 얼마나 멍청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허나 그 과거가 너와 그 아이에게 독이 아닌 풀어야 할 하나의 실타래라면 그것을 안고 떠날 것이다. 나로 인해 생긴 그 지독하고 더러운 실타래는 내가 풀어야 할 문제니깐. 이제야 만나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번 생에서도 난 너를 차마 품어낼 수가 없구나. 이 얼마나 원통한 이야기일까. 다만 이번에도 난 너희에게 더 큰 실타래를 안겨주기는 싫다. 내가 안고갈테니 예쁜 수채화를 가득 담은 삶 그리다 오거라. 미래의 그 어느날 연화 너를 다시 만날 날까지 기다리고 있을테니."
B
"제가 그린 꽃은 작습니다. 감히 손바닥 한뼘 정도 되는 손수건에 무엇을 그리겠습니까. 그저 전하와 세자에 대한 마음입니다. 전하가 안고 가신 실타래는 이미 오래전 풀려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200년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알 수도 없는 일이며 알게 된다면 전하가 안고 계신 실타래를 제가 감히 풀어도 되냐고 여쭙게 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전하와 세자를 다시 만난 현대의 6월, 다 풀렸습니다. 이미 떠나신 그 곳에서는 소인을 잊으시고, 소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움을 품은 여인과 행복하시길 바라요. 소인이 전하에게 들었던 감정은 증오가 아닌 연민이자 감사함이었습니다."
*
C
"항상 그리워했고,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있어도 연화 네가 그립구나.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200년 전에도 미칠듯이 네가 그리웠기에 이리도 다시 만난게 아닐까.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 사랑을 하기까지 많이도 힘들었을 네게 해줄 말은 없구나. 그저 행동으로 보일테니 이제 남은 삶 행복하게 보내는 게 어떠느냐. 많이도 아름답구나. 내게 안겨있는 연화 네 모습이 눈에 담기도 아까울 만큼 아름답다. 아바마마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내 남은 삶은 너와 꾸려가야겠다. 못나고 힘이 없는 내게 다시 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이렇게 애정어린 눈망울로 바라봐줘서 더이상 바랄게 없구나. 많이 애정합니다, 내 여인이여."
B
"소인이 뭐라고 그리도 아름답고, 단 말만 해주십니까. 소인은 배움의 길이 짧아서 세자께서 해주신 단 말처럼 말씀을 전할수가 없사옵니다. 소인도 세자처럼 행동으로 보이겠습니다. 200년전부터 보잘 것 없는 저를 거둬주시고, 그 소중하디 소중한 삶 버리고 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생에서도 그 무엇보다 제 안녕과 평안함을 위해 노력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소인이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이리도 과분한 분께서 제가 큰 사랑을 주시니 앞으로 남은 삶 하나하나 갚으며 살겠습니다. 제 짧은 인생으로 세자와 전하께서 실타래로 엉켜있었으니 죄송할따름입니다. 허나 남은 삶은 소인이 욕심을 아주 조금 내볼까합니다. 애정합니다, 제 운명이여."
| 아주 작은 보충설명 |
아무 부담 없이 보면서 '내 남자친구는 두 명입니다.'를 쉽게 이해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포인트를 0으로 잡았어여 :) 제 마음이 우리 독자님들께도 들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로 '내 남두'의 프롤로그는 끝이에여. 프롤로그만 보고 휙 가시면 저 울어여. ㅠㅠ 농담이고여! 요즘 현생을 사느라 다들 바쁘신지 리젠이 더딘 것 같아여. 한 페이지에 제 글만 잔뜩 있으면 민망민망..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긴 내용을 들고 올까 합니다! 그리고 질문은 언제든 환영이에여! 저 질문 캡짱 좋아하거든요. ㅎㅎ 아직 누가 누군지 밝히지는 않았기에 알파벳으로 적었고요, 현대의 이야기를 보시면서 누가 A 인지 C 인지 맞춰보시는 재미도 있을 예정이에여!
저만 재미있으면 어떡하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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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민, 알파카, 땅위, 딸기우유, 피치, 김남준, 너만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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