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날씨가 평소보다 습하고 무더웠다. 아니 내가 살던 곳과는 달라서 그런건가. 그럴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 이사를왔다. 드라마처럼 내가 병에 걸려서 이사한것도 아빠가 직장을 옮겨서 이사한 것도 아니다. 그저 새로 지은 주택으로 이사하려고 이사짐을 다 빼고 난 후에야 주택공사가 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것 뿐이다. 그래서 몇달동안 엄마 아빠는 고모 집에 그리고 나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 머물게 되었다. 아주 깊숙한 산골마을이어서 그런지 와이파이 하나 터지지 않았다. 말도안돼.. 엄마가 예전에 쓰던 방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을때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말했다. "여주야 얼른가서 마을사람들헌티 인사 좀 돌고 오자. 니가 갈 학교도 한번쯤은 봐놔야지." 할머니의 말에 할머니가 건네준 흰 원피스를 입고 (예전에 엄마가 자주 입던 옷이라고 했다) 할머니와 함께 흰운동화를 꺾어 신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컸던 마을 촌장님을 포함한 총 8분의 어르신을 뵙고는 마지막으로 할머니 친구분의 집을 들렸다. 할머니와 친구 숙희할머니는 한참동안 집 대문앞에 서서 이야기 하고 계셨다. 얼른 학교에 가보고 싶어서 먼저 자리를 떴다. "할머니, 숙희 할머니랑 수다 떨고 계세요. 학교는 저 혼자 다녀올게요." "학교가 어딘줄은 알어?" "오면서 봤어요. 학교 들렸다가 전 바로 집으로 들어갈게요. 말씀 나누다 오세요" "그려 그럼. 조심히 다녀와." 할머니의 말을 뒤로 하고 아까 봤던 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학교는 그리 크지 않았다. 운동장도 이사오기전 학교의 반만했고 학교건물도 오래된 느낌이 났다. 남자아이들 열댓명이 좁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할 것 도 없으니 축구구경이나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운동장 구석 벤치 쪽으로 걸어가니 하얗고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이미 앉아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다가가 같은 벤치에 앉으며 가볍게 말을 걸었다. "안녕?" 그러자 그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날 쳐다보더니 순간 생각을 하고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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