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사정
written by 18학번
탄소와의 첫 번째 만남 이후로 부쩍 웃음이 많아진 지민이었다. '스타 페스타 아이템 구상'을 명목으로 매니저에게 스케줄 조정을 요구한 지민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 주 내에 꼭 만나야 한다며 매니저를 닦달했다. 덕분에 골치가 아파진 건 지민의 매니저였다. 이미 빡빡히 잡혀있는 스케줄을 어찌 조정한담?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결국 목요일에 잡혀있던 잡지 촬영을 미루고 그 자리에 스타페스타 미팅을 넣어버리고 말았다. 그 놈의 스타페스타. 그렇게 나가기 싫다고 난리에 난리를 칠 땐 언제고. 저와는 다르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꼬리를 씰룩대며 웃음을 짓는 지민이 내심 못마땅한 매니저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 탄소와 지민이었다.
" 이번 스타페스타 박지민 씨 출연 편에서는 아예 코믹적인 요소를 빼버렸거든요. 일상 로그나 인터뷰들만 넣어도 충분히 화제성도 있을 것 같구요. 또, 그 쪽이 이미지 망가지는 건 싫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래서 최대한 진정성 있는 쪽으로 ... 뭐해요, 지금? "
" 뭐가? "
" 아까부터 왜 그렇게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냐고요. 하는 말에 집중하라니까. "
에이포용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며 지민에게 온갖 설명을 다 하는 탄소였다. 그에 무색하게도 지민은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놓고 턱을 괸 채 탄소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옅게 쌍커풀이 진 눈부터 작지만 오똑한 코, 그리고 조금 도톰한 입술까지. 약간은 끈적하고 농염한 시선으로 탄소의 얼굴을 훑는 지민이었다.
" 왜. 쳐다보면 안 돼? "
" ... 꼭 그런 건 아니고요. "
" 그럼 그냥 계속 볼래. "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더니. 눈을 살짝 접더니 씽긋 웃으며 말하는 지민에 한숨을 살짝 쉰 탄소였다. 며칠 밤 사이에 무슨 바람이 든 건지 180도 바뀐 지민의 태도가 조금은 수상하게 느껴졌다. 지민은 어쩌면, 하루종일 탄소의 얼굴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겠다고 생각했다.
" 나 말이야. "
" 또 뭐요. "
" 그 날 너 만난 뒤로 하루종일 네 생각만 했어. "
" ...그래서요. 별로 안 궁금하거든요. "
" 넌 내 생각 안 했어? "
꽤 도발적인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탄소의 대답은 X쪽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탄소도 지민을 만난 뒤로 요 며칠간 지민의 얼굴이 계속해서 아른거리는 바람에 골머리가 나 죽어버릴 것 같았기때문에. 그렇지만 이어지는 탄소의 대답은 탄소의 머릿 속에서 그려지는 대답과는 정반대였다.
" 전혀요. 바빠서 생각날 틈도 없어요. "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대답하는 탄소에 괜히 심술이 난 지민이었다. 씨발, 나만 애탄 거야? 자존심 구기게.
" 그럼 너도 오늘부터는 내 생각해. "
" 제가 왜요? "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싫은 티를 팍팍 내는 탄소에 빈정이 상한 지민이었다. 내가 그렇게 싫은가.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까지 놀랄 필요가 있나. 내심 초조해진 지민이었다. 이십육년을 살며 여자때문에 머리를 싸매는 일은 전혀 없었는데. 자존심과 함께 와르르 무너진 지민의 가슴이었다.
" 씨발, 무슨 이렇게 말이 많아. 그냥 생각하라면 해, 좀. "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헝클이는 지민이었다. 여자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도 모르는 연애고자 지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작정 들이밀기 뿐이었다. 물론 탄소에게는 역효과가 났지만.
탄소는 그저 혼란과 의문,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라고 불리는 사람이 한낱 막내작가에게 관심을 표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여자인지라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지민의 생각을 하고있는 저를 발견할 때가 많았다. 에이씨, 재수없게 내가 왜 박지민 생각을 하고있는 거야?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재수없어!
아, 어쩌면 지민의 무작정 들이밀기 작전이 역효과만 불러일으킨 건 아닌 듯 하다.
을의 사정
written by 18학번
드디어 촬영 날이었다. 처음에 스타페스타 출연 약속을 할 때 나에게 요구한 조건과는 다르게 예상 외로 얌전한 박지민이었다. 제 멋대로 굴지도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스탭분들을 대하는 박지민의 태도였다. 그러다가 나랑 눈을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안 그래도 접혀있던 두 눈을 더욱 더 접어가며 해사한 웃음을 지어댔다. 그런 박지민이 전혀 적응되지 않았다. 그덕분에 박지민과 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느라 꽤나 진땀을 뺀 탄소였다.
슬레이트를 치는 소리가 마지막 인터뷰 촬영 끝을 경쾌하게 알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촬영을 잘만 하던 지민의 표정이 어딘가 좋지않다. 저거 왜 저래, 또. 촬영을 끝내자마자 의자에서 내려온 지민이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넘겼다. 그리고서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탄소를 발견하고는 뚜벅뚜벅 다가왔다. 지민은 촬영소품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스탭들 사이에서 탄소를 빼내서는 한적한 복도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서는 탄소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옅게 쉬었다.
" 너 왜 자꾸 내 눈 피해? "
" ... 그런 적 없는데요? "
" 피했잖아, 아까부터 계속. "
" ... "
" 그럼 인터뷰는 왜 너가 안 해? "
" 그걸 왜 제가 해요. 저는 작간데. "
"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지민의 질문이었다. 탄소가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옅게 터뜨리자 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발. 뭐야, 내가 실수한 건가. 탄소는 서툰 지민의 모습이 어딘가 귀엽게 느껴졌다. 결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이 굴어대더니 정작 자신의 앞에서는 빈 틈을 엄청나게 보이니 말이다.
사실 지민은 탄소와의 첫만남 이후에 엄청나게 많은 고민에 빠졌었다. 26여년 간을 살며 여자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은 없었는데 탄소와의 접촉 이후로 틈만 나면 머릿 속에 탄소가 들어차는 게 지민, 저 자신도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도통 감잡을 수가 없었다. 며칠 간 밤을 새고 샌 끝에 지민은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곤 그런 자신을 저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계속해서 지어댔다. 박지민이 사랑이라니까 존나 웃기네.
지민은 항상 생각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절대로 연예인할 운명으로는 태어나지 말아야지. 기구한 내 인생. 인간들은 먹기 위해 인생을 산다던데, 밥을 먹긴 개뿔. 잠 잘 시간도 존나게 부족한데. 거기에다 두꺼운 메이크업은 피부를 혹사시키기 바빴고 귀에 묵직하게 달린 귀걸이는 지민을 꽤나 귀찮게 해서 스타일리스트 몰래 빼버리기 일쑤였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야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지민은 어쩌면 좋기도, 싫기도 했다. 제 3자들이 볼 때, 그런 지민을 모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지민이 스타페스타 촬영이 잡혀있던 목요일 아침에는 일찍부터 일어나 면도를 하고 몸을 세 번이나 씻어댔다. 그리고서는 촬영 세 시간 전부터 샵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스타일리스트들은 죽을 맛이었다. 앞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도 벌써 네 번째였다. 결국 단정하게 앞머리를 내린 지민이 평소 자신이 유일하게 아끼던 귀걸이인 중앙에 다이아가 박힌 크롬하츠 귀걸이를 저의 손으로 직접 끼웠다. 그런 지민을 보며 주변 스탭들은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기 바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왔건만 정작 탄소는 저에게 관심도 없어보였다. 저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고 가끔씩 눈이 마주치면 급하게 눈을 피해버리는 것이 지민의 입장에서는 꽤 수상하기도 했다. 불안해진 지민은 저가 탄소에게 무엇을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연달아 했다. 동시에 짜증이 난 지민은 신경질적으로 귀걸이를 빼버렸다. 하긴, 저 자신이 이렇게까지 꾸미고 온 근본적인 이유인 탄소가 자신을 쳐다봐주지도 않으니 그럴만 했다.
" 제가 박지민 씨한테 화날 일이 뭐가 있어요? "
" 그럼 너. "
" 또 왜요. "
"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싫어? "
탄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뒤 다 잘라먹고서는 이렇게 하는 게 싫냐니.
" 이렇게 하는 게 뭔데요? "
" 그니까 ... "
뜸을 들이며 자신의 머리를 계속해서 헝클여대는 지민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탄소였다.
" 그니까, 아. 씨발. 있잖아, 그거. "
"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요. "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며 저 자신을 올려다보는 탄소에 지민은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탄소의 앞에서 한참동안이나 고개를 숙이며 말을 못하던 지민이 결국은 고개를 들어 탄소의 눈을 맞췄다. 그 진득하면서도 반짝이는 눈으로 지민은 말했다.
" 넌. "
" ... "
" 내가 널 좋아하는 게 싫어? "
찰나 탄소의 눈동자가 빛났다. 지민의 부분부분이 어느새 탄소에게 조각조각 스며들고 있는 중이었다. 지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탄소의 눈빛은 지민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둠 속에 내리쬔 한 줄기의 빛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그 와중에도 눈에 담을 수 없을만큼이나 예쁜 탄소를 보며 지민은 저 자신이 단단히 미쳤구나 생각했다. 아직은 지민 자신이 혼자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이 감정을 우리 둘이 공유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지민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지민은 그 순간에도 은은하게 풍겨오는 탄소의 복숭아 향기에 그만 입을 맞춰버릴 뻔한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예, 망작 ... ㅠㅅㅠ 망작 ... 하아 ... 급하게 올리려고 하다가 이런 망작이 나왔는데 최대한 빨리 찾아오고 싶어서 그냥 왔어요! 나중에 수정할 부분 있으면 수정도 하고 그럴게요 헤헤. 암호닉은 제가 그만 정리를 못하는 바람에 ㅠㅅㅠ 다음에 같이 정리해서 올게요!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18학번
암호닉은 언제나 감사히 받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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