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국일지 3
written by. 아름다웠던 그 날
포교들에게 끌려들어온 감옥은 너무나도 어둡고 차가웠다. 반대편 감옥에는 오래 전부터 끌려들어와 보이는 늙은 남자들이 야윈 얼굴로 벌벌 떨며 정신이 나간 듯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여인은 그런 상황들이 너무나도 무서워 단지 몸을 웅크리며 숨죽여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목이 메인 목소리로 이 말만을 반복하는 여인이었다. 한참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혼자 두려움과 벌벌 떨고 있을 때쯤 누군가 감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여인을 끌고 와라.”
여인이 얼굴을 볼 틈도 없이 자루 포대가 여인의 얼굴에 씌여졌다. 여인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증폭되어 몹시 발버둥쳤지만 곧이어 자신의 목에 내려치는 충격에 정신을 잃어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
“폐하께서 깨어나셨습니까?”
급히 들어온 정국이 석진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짚고 있는 어의에게 물었다. 어의는 고개만 돌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안해진 그는 조용히 어의의 옆에 앉아 석진의 안면을 살펴보았다. 어의는 신중하게 석진의 진맥을 보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을 보았을까 어의가 몸을 움직여 그의 손목을 조심히 내려놓고 정국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러다 한참을 입을 달싹이다 정국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약을 꾸준히 드신 것이 맞습니까?”
“하루에 세 끼 씩 만찬을 드시고 난 후 항상 약을 대접해 드렸습니다.”
“헌데.. 왜...”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흐리는 어의에 정국은 말을 계속 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그것이...”
정국은 움직이는 어의의 말에 침을 삼켰다. 그만큼 정국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했던 석진의 건강이었기에 더욱더 말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소인이 처방해드린 약초 재료라면 몸의 기운이 가운데부터 살아나고 지금쯤이면 얼굴빛이 달라져야 할 텐데 폐하께서는....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지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의는 소리지르는 정국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지만 주위를 살펴보고는 정국을 데리고 나갔다. 정국은 갑자기 따라오라는 어의의 몸짓에 당황했지만 아무 말 않고 조용히 따라나갔다. 어의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 정국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말인 즉슨 누군가 폐하의 약에 악성분이 담긴 것을 몰래 넣고 있다거나 고의적으로 폐하께 안좋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는 얘기지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제가 처방해드린 약은 태화국에서 구하기 어렵고 옆 나라 해성국에서 귀하게 여기는 약초이기 때문에 성분이 안좋을 래야 안좋을 수가 없습니다. 허나 그 약을 먹고도 저 지경이 된거라면 누군가 고의적으로 폐하의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어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한 번 정국에게 말했다.
“며칠 후면 저는 시체로 발견되거나 이 세상에서 없어질 겁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지만 이 궁 안에서는 듣는 귀가 쥐보다도 더하니까요. 어쩌면 내일 당장 숨이 멎어질 지도 모르죠. 폐하를 음해하는 무리들을 한시라도 빨리 잡아야 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 밖에 없으니 어서 빨리 폐하를 잘 보필해주십쇼.”
이 말을 끝으로 어의는 정국이 물어볼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밖을 나섰다. 어의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폐하의 건강이 나빠졌을 때부터 처음 진찰하고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의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도 정국에게 말했던 거라면 자신이 빨리 이 모든 것을 되돌려야 한다. 오직 폐하를 위해서. 이 나라를 위해서.
****
몸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쓰라린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정신을 차려 천천히 눈을 떠보니 아직 자신의 포대 자루는 벗겨지기 전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몸도 묶여 있었다. 점점 더 커지는 공포감에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발걸음이 다가오는 소리에 잠시 발버둥치던 몸을 멈췄다. 그러자 벗겨지는 포대자루와 동시에 쏟아지는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난리를 치던 탓에 땀이 머리에 젖었고 얼굴은 눈물에 젖어 엉망이었다. 밝은 불빛에 천천히 눈을 뜨자 저 앞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귀족이나 왕족인 듯 싶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평민인 자신이 함부로 귀족과 왕족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라.”
낮고 근엄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인은 숙였던 고개를 떨며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여인의 눈 앞에 보였던 것은 오늘 아침에 호위무사와 함께 보았던 소름끼치는 남자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흔들리는 눈동자와 함께 몸 전체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태형은 자신을 올곧히 쳐다보는 그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 아침 정국이 데려온 이 여자는 꽤나 쓸만해 보였다. 웬만한 궁녀들과는 다르게 예쁜 얼굴과 은근히 풍겨오는 고혹적인 느낌이 그의 호기심을 이끌었다.
“오늘 이 궁에 끌려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
“당연히 알겠지.”
“...”
“왕족의 목걸이를 훔친 죄.”
“...저는....모르는 일입니다....”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 여인의 말에 호기심이 더 이끌린 듯 미소를 지은 태형이 자신의 손가락에 끼여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매만지며 여인에게 말했다.
“호오 그래?"
"헌데 중요한 건 말이야 그 목걸이가 내 것인 듯 싶어서.”
그의 말에 놀란 여인이 눈을 크게 떴다. 반지를 보는 척 여인의 반응을 흘끗 살펴본 태형은 내심 그 반응이 마음에 드는 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귀양갔을 적 한 노비새끼가 내 목걸이를 들고 도망친 적이 있었거든. 그 경로가 어디었나 했더니...”
“이쪽이군 그래.”
반지를 매만지는 것을 그만두고 여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너에게 제안할 것이 있다.”
“...무엇을 말입니까.”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난 네가 가진 목걸이의 정체를 말해 줌과 동시에 널 풀어주겠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
“이 목걸이를 훔친 범인이 너라고 얘기할 것이야.”
여인은 자신을 발보는 태형의 눈동자에 숨이 막힐 듯 어지러웠다. 태형이 말하려는 제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너무나도 위험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택해야했다. 눈을 감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있던 여인은 고개를 들어 태형을 마주보았다.
“그 제안 받아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무서워하던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검은 눈동자로 올곧게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태형은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름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어주도록 하지.”
“...”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희월이다.”
“기쁠 희자에 달 월자를 합친 이름이지.”
****
석진이 누워있는 자리 앞에 한 남자가 앉았다. 그는 흰 두건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눈을 감고 숨을 쌕쌕 내뱉고 있는 석진의 입에 손을 맞댔다. 살며시 느껴지는 그의 숨소리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석진의 방 뒷 병풍 뒤에 붙여져 있는 부적을 찾아내었고 그것을 자신의 이마에 다시 붙여 석진의 손을 잡았다.
“신이시여. 제발 부탁이오니 한 사람의 목숨을 이대로 가져가지 마시옵소서.”
그리고 그 부적을 자신의 품에 숨기고는 그 안의 부적을 새로 꺼내 석진의 방 이불 밑에 두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방을 나가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서로의 인연의 끝에 매듭이 묶여졌으니 구름은 하늘에 통탄할 것이고 두 개의 태양은 가려질 것이다.”
태한당에서 나온 그는 그의 얼굴을 가린 하얀 두건을 잡아 내렸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드러났다.
그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빛났으며 매혹적이었다.
그는 황궁의 신전 제사장 민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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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름다웠던 그 날입니다! 오늘 3편을 들고 왔는데 암호닉 신청하시는 분이 계셔서!! 암호닉은 댓글에 써두시면 제가 언젠가 싹 다 모아서 암호닉 모음글 써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려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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