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눈을 떴다. 깨질듯한 두통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아 맞아 나 술 먹었지.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덥지.
일어나자마자 훅 들어오는 열기에 입은 옷을 보니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이 옷에 이불까지 덮으니까 덥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옷장으로 향했다. 대충 겉옷만 옷걸이에 걸어놓고 나머지 옷들은 벗어 빨래통에 집어넣었다. 침대로 오다가 식탁에 있는 핸드폰을 보고는 홈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2통, 문자 1통
모르는 번호로 어젯밤에 부재중 전화가 2통 와있었다. 그리고 석진에게 온 문자 1통.
'잘 들어갔어?'
이름이는 떨리는 마음에 핸드폰을 뒤집어놓고는 침대 위를 뒹굴었다. 잘 들어갔냬. 어떡해. 일단 문자가 왔으니 답장은 해야 될 텐데. 뭐라고 하지? 잘 들어왔어요? 아니면 전화로 할까?
한참 동안을 문자를 지웠다가 썼다 전화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뗐다 하기를 반복했을 때 얼마나 기다릴지 모를 답장을 기다릴 바엔 전화가 낫겠다 싶어 눈 꼭 감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짧은 신호음 끝에 석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선배 혹시 바쁘세요?"
-아, 아니 지금 괜찮아. 어제 집은 잘 들어갔고?
"네네. 감사했어요."
-감사할 사람은 내가 아니고 윤기지. 윤기랑 잘 갔어? 어색했을 거 같은데.
윤기?
어디서 들어보긴 들어봤지만 흐릿한 기억에 이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젯 밤을 떠 올렸다.
아. 걔?
My muse 02
w.초크초크
'선배 여자친구 아니죠?'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벽에 기대 잠에 들었다. 잠을 참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참을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석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두려운 마음에 눈을 감은 이름이다. 정말 단순히 궁금해서. 그런 평범한 의도로 물어본 거 지만 술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 물어볼. 평소였다면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상상하고 끙끙 앓았을 이름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얘 원래 혼자 말하고 이렇게 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녀의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름을 한번 보고는 잔을 들었다. 윤기는 벽에 기대 잠에 빠진 이름을 한참을 쳐다봤다. 얘 지금 석진형을 좋아하는 건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 된 윤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걸 수도 있지.
근데 왜 찝찝하지.
"나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사소한 얘기로 술잔을 몇 번 기울였을까, 시간이 어느 정도 되자 석진이 입을 열었다. 앉은 지 꽤 오래됐는데도 지루한 상황에 과자만 계속해서 집어먹으며 아까부터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던 윤기는 겉옷을 챙겼다. 관음도 관음 나름이지만 이건 너무 재미없네.
"아 그럼 저희도 갈게요."
야 일어나. 친구는 이름을 깨웠고 눈을 뜨기 어려운 듯 잔뜩 찡그리며 일어나는 이름이었다.
"집에 가는 거야?"
"가야지. 너 어차피 자취방 여기 주변이니까 혼자 갈 수 있지?"
"그렇지."
눈을 반 이상 감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이름이 입을 열었다. 잠 깨야지 그럼. 이름이는 양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두어 번 쳤다. 윤기는 옆에서 그런 이름을 보고는 푸스스 웃었다.
"윤기야. 너도 저쪽 방향 아니야? 작업실?"
"아, 네."
"그럼 둘이 같이 가면 되겠네. 이름이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근데 둘 다 낯 가리는 성격이라서 갈 때 조금 어색하긴 하겠다. 그치.
"윤기야. 가자!"
낯 가리기는 무슨. 전혀 아닌데요.
윤기는 순간 입으로 나올 뻔한 말을 속으로 삼켜냈다.
둘이 같이 걸은 지 5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말 한번 섞지 않았다. 아까만 해도 윤기에게 말을 잘 걸던 이름이는 뭐가 문제인 건지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고 무언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1분 지나도 계속 저러면 물어보자. 아니 2분.. 물어보지 말까? 처음엔 나란히 걷다가 이름이 혼자 앞서가는 바람에 뒤통수만 보일 때쯤 윤기는 고민하던 걸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뭔 일 있어?"
"......"
응. 뒷짐을 하고 걷던 이름이 뒤돌아 윤기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뭔데?"
"나 아까 이상했어?"
"아니."
"그럼 다행이다."
"......"
"난 또 석진선배 앞에서 뭐 실수한 줄 알았지. 사실 속으로 아까 내가 한 말 계속 생각해내고 있었거든."
생각해보니까 별로 이상한 거 없는 거 같애. 그렇지 않아?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름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고 눈이 반달모양으로 접혔다. 윤기가 잠깐이라도 걱정한 게 무색할만큼 그녀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윤기는 생각했다.
얘 석진형 좋아하나 보네.
"석진선배 진짜 잘 생긴 거 같아."
진짜 많이 좋아하나보네.
"엠티때 선배가 흑기사도 해줬었어. 근데도 결국엔 술 엄청 마셨지만. 그래서 산책 나가려고 했는데 선배가 같이 가줬었다."
어쩌면,
"지금 생각해도 좀 설렌다."
이미 콩깍지가 씌었는지도.
"윤기야."
둘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오던 사이에 침묵을 깬 이름이다. 이름이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니 한 빌라 앞이었다.
"어, 응."
"나 집 다 왔어."
"......"
"데려다줘서 고마워. 잘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들어가려던 이름에 윤기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들어가면."
"......"
"전화해."
윤기의 말에 문고리를 잡고 있던 이름이 뒤돌아봤다.
"왜?"
"그냥."
"......"
"혹시나 올라가다가 네가 졸려서 집 안 들어가고 문 밖에서 잠들지도 모르잖아."
뭐래. 이름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얼떨결에 조성됐던 딱딱한 분위기가 그의 한 마디에 풀렸다. 이름이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윤기에게 보였다.
"번호."
"아 맞다."
"번호를 줘야 내가 너한테 전화를 하던가 하지."
윤기는 핸드폰을 받아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는 통화버튼을 눌러 자신의 핸드폰에 진동이 올 때 바로 끄고는 다시 이름이에게 돌려줬다.
"근데 너 아까 보니까 충분히 저럴 가능성 있던데."
"아니거든요."
"네~ 잘 들어가세요."
"뉘예뉘예."
그의 말에 비아냥 거리 듯 받아치는 이름이었다. 윤기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재밌는 애 라고.
암호닉 땅위 / 피치 더보기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김석진] My muse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1410/d628cf916fc9e9f3714b321f717bee2d.gif)
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