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좋아해.
꽃잎이 바람에 휘날린다.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것처럼 연한 분홍빛이 한잎한잎 허공을 감싸메운다. 그래, 영화에서 보았던적이 있었다. 이런장면. 영화에서 내가 동경하는 여배우가 내가 맘에들어했던 여자교복을 입고 나와서 그랬었지. 널 좋아해. 그때에도 벚꽃잎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를 메웠었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지. 분명 이뤄지기는 힘들 소원이지만, 나에게도 저렇게 로맨틱한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랬었지, 그래... 졸라 이쁜 여자가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래 여자! 졸라까지 안이뻐도 되니까 여자!!!!!!!!
살랑살랑 불던 바람이 멈추자 벚꽃잎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분홍빛 꽃잎사이로 제모습을 감춘채 수줍게 고백하던 그목소리가 얼굴을 드러낸다. 고개를 푹숙인 모습. 늘씬한 키에 긴 다리. 그리고 바지. 차라리 계속 벚꽃잎 떨어지는게 낫겠다. 안보이게. 그래, 내 반응 보니까 알겠지? 씨발 나지금 남자한테 고백받았다. 좆달린게 창피하다고 느낀건 지금이 처음일거다 아마....
[흥수남순] 동급생
흥수는 지금 자신의 최대한의 속도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 멀리서 보았다면 뛰어가는것처럼 보였을터였다. 씨발씨발씨발. 입으로는 그렇게 계속 중얼이며 눈으로는 좌우를 급하게 돌아보았다. 지금 고남순이 안보인다고 하더라도 이새끼는 언제어디서 튀어나올줄 모르니까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한다. 갑자기 제앞에 튀어나와선 감정없는얼굴로 그러겠지. 나랑 사귀자. 왜이렇게 확정짓듯이 말하냐고? 지금 내가말한 이상황, 오늘만해도 세번을 겪었다. 한번더 겪었다간 화딱지가 나서 머리통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고백을 받은건 일주일 전이였다. 밥을 먹고오니 제 책상위에 러브레터가 와있길래 요즘시대에 왠 러브레터, 하고 비웃었지만 한편으로 매우 설렜다. 나는 이런데에 환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반에 남아있던 애들한테 누가 이거 놓고 갔냐고 물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난 이렇게 말했었다. '누가 놓고갔냐? 이쁘냐? 이뻐?' 씨발 이쁘긴 개뿔. 그때는 애들이 남자애가 놓고갔다고 해서 그냥 전달자역할인가보다라고만 생각했지 그새끼가 나한테 고백할줄 누가알았겠냐. 나는 그길로 학교 뒤뜰로 나갔고 내 환상이였던 벚꽃을 맞으며 고백받았었다. 같은거달린 남자새끼한테.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나는 그래도 남자치곤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한 그애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빙빙 돌려서 거절을 해주었다. 그때 아예 욕하면서 내쫓았어야 했는데... 아직도 후회한다. 하여튼 그놈은 지이름이 고남순이라고 내 옆반이라고 하면서 내말은 귓등으로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내일 다시 고백할게. 내일봐. 내가 얼마나 열받았으면 이런말 하나까지 기억하겠냐고. 흥수는 제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주위를 휙휙 살폈다. 아까 점심시간에 양치질하다가 또 고백받긴했는데 어제의 상황으로봐서 이 시간쯤 또 나타날것이다. 아참,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난 덕분에 별명이 공학속의 게이가 되어버렸다. 핳하하... 내가 그래서 고남순을 싫어하지.
박흥수.
.....고...고...
언어장애냐, 고남순이야.
아,알아 새끼야. 또 뭐.
또 뭐하러 왔겠어. 또 고백하러 왔지. 나랑 사귀자.
또 하나 말하자면 거의 40여번을 고백받은 덕분에 나는 이새끼와 욕을하며 거절놀이를 할수있게되었다. 그래, 거절놀이. 나는 이 놀이에서 제발그만 좀 빠지고 싶다.
사귀자 흥수야.
고남순...
응
좆까씨발.
| 끝 |
끝입니다ㅋㅋㅋㅋㅋㅋ달달한걸로쓰려던의도는fail 쓰다가 갑자기 노약해져서 자러감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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