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네 언제 사귀는데
w. 빛이나
02
: 보기 드문 여자
(이번 화는 지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
그렇게 여주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러 왔다. 비싼 거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도 굳이, 고집대로 먹으러 온 것은 떡볶이.
역시 떡순이 김여주. 떡볶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난다. 김여주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주문을 하고 나서 기대된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내 앞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아주는 여주였다.
작고 얇은 손이 예뻤다.
"떡볶이가 그렇게 좋냐-"
"어? 당근이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빨리 먹고 싶어"
귀엽다. 진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
가끔 나를 화나게 할 때 빼고는
그렇게 주문 한 떡볶이가 나오고 한참을 꾸역꾸역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먹던 김여주가 말했다.
"박지민! 얼른 먹어 뭐해?"
"너 다~ 먹어라 그렇게 맛있게 먹는데 먹을 수 있어야지.. 너 먹는 거 보는게 더 배부르다"
내 말에 김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너도 먹어야지 자! 빨리 먹어"
"... 그럼 먹여줘"
"... 뭐?"
내 말에 당황스러운 듯 얼굴이 빨개진 입술만큼 빨개진 김여주의 얼굴이었다.
"네가 먹여달라고 그럼 먹을게"
"... 뭐야 네가 애야? 빨리 먹어"
"그럼 안 먹을래 나"
내가 이렇게 나오자 김여주는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떡볶이를 먹여주는 여주였다.
김여주가 주는 것을 받아먹으면서 슬쩍 김여주를 보았다.
가까워졌을 때 잠깐 마주친 눈이 참 예뻤다.
그리고 빨개진 김여주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한번 더 욕심이 생겨버렸다.
***
(과거)
김여주와 나의 첫 만남은 대학교 오티 때였다. 사실 그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다. 김여주를. 친구 정수정이랑 함께
입학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주변 동기들 사이에서 종종 이름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동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하긴 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김여주에게 끌린 건 확실히 얼굴이 아니었다.
예쁘긴 했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김여주의 얼굴은 예쁘긴 하지만
'나 철벽녀에요~', '건드리지 마세요' 라고 얼굴에 쓰여있었다. 좋게 말하면 시크,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없게 생긴 얼굴이었다.
거기다 옆에 꼭 붙어 있는 아주 친해 보이는 친구인 정수정 또한 그런 얼굴이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반대되게 내 이상형은 귀엽고 착해 보이는 여자였다. 귀여운 여자.
이런 내 스타일과는 전혀 반대인 김여주에 빠지다니... 친한 친구 녀석도 놀라 했다.
***
"진짜 신기하다니까? 네 이상형이랑 김여주는 정반대 아니냐? 와 씨- 사랑이 무서운 거긴 한 가보네 평생 이상형이랑 정반대인 사람에게 빠지는 걸 보면"
***
나도 신기하다. 어쩌다 김여주에게 빠졌는지
아마 김여주가 내 시야에 들어왔던 것은 학교 축제가 끝나고 있었던 회식 자리였다.
정말 우연히 김여주 앞에 앉게 되었다. 마주 보고 앉으면서도 어색해서 옆에 동기, 선배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김여주는 낯을 가리는지 정수정 옆에 꼭 붙어서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미소와 함께
시간이 좀 지나자 분위기도 훈훈해지고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가시자 그때부터 시작이었었다. 술파티가
슬쩍 앞을 보자 얼마 마시지도 않은 거 같은데 고개가 꾸벅꾸벅 쓰러지는 김여주가 보였다.
회식자리에 잘 안 나와서 몰랐는데 술이 약한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그냥 고개를 돌리려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보니 김여주가 물컵을 세게 내려놓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 싸가지 있어! 있다고! 내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어? 누구는 이렇게 생기고 싶은 줄 아나..
나도 귀엽게! 어? 애교도 많게 생기고 싶은데 이렇게 생긴 걸 어떡하라고...엉어어어엉"
이러면서 우는 게 아닌가...
당황스러웠다. 물론 당황스러운 건 주변 동기,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렇게 안심하고 다시 시끌벅적해질려는 찰나에 김여주가 번쩍 일어서더니
"내가 귀여운거 보여줄까여~~?? 자~~ 있자나 내가 할 말이 이쏘 있자나..."
이제 하다 하다 애교송을 부리는 것이다.
찰나에 정적과 함께 동기들과 선배들의 말이 이어졌다.
"이야~ 여주가 이런 면이 있네 귀엽네 여주"
그 날 이후로 김여주는 한동안 우리 과에서 놀림감이었다.
이 날 이후로 김여주를 좀 다시 보게 되었고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정말 달랐으니까 내 머릿속에 있었던 김여주의 모습이랑은.
그러다 모둠 과제가 있던 시기에 김여주와 한 조가 되었다.
그때부터 김여주와 인사도 이야기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친해지면서 알게 된 김여주는
참 겉모습이랑은 다른 은근 귀엽고 허당인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다. 또 착한 아이였다.
김여주에 반했던 그니까 친구가 아닌 여자로 보이게 된 원인인 날이 있었다.
그냥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다. 겨울이었다.
신호등 근처를 지나려는데 신호등을 건너는 김여주가 보였었다. 인사를 하려는데 신호등 불이 얼마 남지 않아 다 건너면 인사를 하려고 그냥 쳐다보고만 있는데
김여주가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뒤로 걸어가는 게 아닌가
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저러나, 사고 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서 보는데
김여주는 뒤에 큰 짐을 들고 있는 할머니의 짐을 들고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건넜다. 지나가려는 차들에게는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니 심장이 뛰었다. 저런 아이였구나...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어느새 다 건너왔는지 김여주가 나를 보며 인사했다.
"어? 지민아??
겨울이라 추운지 코가 약간 빨개진 김여주였다.
그렇게 여전히 두근거림과 함께 길을 걸었다. 김여주와 함께.
그러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첫눈이
김여주는 하늘을 쳐다보며 내리는 눈을 만졌다.
"눈이다?! 첫눈이지 이거?"
어린애도 아니고 첫눈이 좋다면서 해맑게 웃는 김여주였다.
"응? 지민아 첫눈이야! 첫눈!"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김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에 이어서 한번 더 심장에 큰 진동이 생겼다.
그때부터였을까 김여주에게 빠졌던 게 그리고 지금까지
.
.
.
.
김여주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게
***
사실 지금 많이 애가 타는 상황이다.
나만 김여주를 좋아하는 거 같으면 그냥 짝사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아무리 봐도 김여주도 나와 같은 마음인 거 같다.
아까 학교에서 김남준의 꼬임으로 김여주의 반응을 보려고 했던 다른 여자 동기와의 대화에서도 김여주는 반응을 보였다.
거기다 정수정이 언젠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
" 야 여주가 왜 너 만날 때마다 치마나 원피스 입는지 알아?"
"뭔 소리야? 원래 좋아하는 거..."
"야 박지민. 여주는 말이야 나랑 진짜 소울메이트야. 옷 스타일도 아주 척척 궁합이 맞는다고 치마랑 원피스는 절~대로 김여주의 취향이 아니라고요~"
"그럼 뭔데.. 말해 봐"
"진짜 너희 서로 삽질하는데... 후 잘 들어 너 때문이야 너"
"...?"
"네가 이상형인 여자 스타일이 치마나 하늘하늘 원피스 입는 여자라며. 그거 듣고 입는 거야 김여주"
***
절대로 나 혼자 느끼는 감정은 아닌데 무섭다.
지금 이 상태로 쭉 가도 영원할 거 같다. 굳이 사귀지 않아도. 사귄다면 끝이 있을 거 같아서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욕심이다. 잠시라도 안 보면 보고 싶고, 다른 남자와 있기라도 하면 화나고 불안하고 점점 커져만 가는 내 욕심이 무섭다.
***
빛이나 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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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해요...ㅠ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은데요?
진짜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ㅠㅠㅠ
아 그리고 글들의 부제목과 브금이 일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냥 작가의 고집...)
암튼 여러분 감사해요~♥
그대들 사랑해요 |
오빠아니자나여/ 콘쪼코/ 땅위/ 보라꽃/ 요정/ 피치/ 리본/ 하늘 너만보여/ 망개침침/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센바/ 나뱅/ 핑쿠판댜 뉸기찌/ 개나리/ 흥흥/ 정국어/ 별/ 찌미니똥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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