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남자
( 01 : 너와 나는 닮은점이 참 많아 )
W. 310
세상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고도 남을 정도의 뜨겁다 못해 온 몸을 녹일 수 있는 태양에게 대체 누가 패배를 선물한 건지. 겨울, 바로 너구나.
다른 계절에 비해 더욱이 긴 어둠을 패배의 댓가로 내놓는 겨울의 해.
더위를 싫어하는 탓에 겨울을 좋아하는 내가 더욱 여름을 싫어하고 겨울을 좋아하게 된 계기이다. 겨울의 밤이 길듯이 너와 내가 같이 있는 이 밤도 길겠지, 아마도.
-
난 겨울이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겐 다른 여자들처럼 꽃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을 일? 절대 없다. 원체 몸에 열이 많아 여름만 되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있는 집을 내 발로 먼저 나갈 일, 이것도 절대 없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가을.. 그나마 좀 낫네, 작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맡는 일이 뭐가 좋다고 헤실대는 커플들도 없고 해봤자 고작 30분하는 산책이지만 집 앞 공원 한바퀴를 두 번이나 돌아도 등허리에 땀이 차지 않으니까. 그래서 난 겨울이 좋다.
'큰일입니다. 어느덧 8월이 하루가 남았는데요, 더위는 갈 생각을 하지않는 것 같습니다. 내일 낮 서울의 기온은 33도로-'
날씨가 미쳤나보다. 이제는 가을 옷 좀 꺼낼까 했더니 내일 낮 기온이 33도라니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수가 없다. 내일 모레면... 내일은 꼭 선물 사놔야되는데 더우면 돌아다니기 싫...
♪ 어제와 오늘에 온도가 너무 달라서 비행-
어제와 오늘의 온도가 똑같이 덥네요 이사람아- 내 이 집에 울릴 전화가 내 핸드폰밖에 더 있나 내 귀에 익숙치 않은 내 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지금 핸드폰에 오는 전화의 주인공 이름 석자는 볼 필요가 없어진다. 전정국이겠지, 저번부터 그렇게 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옆에 앉아 중얼거리던 노래니까. 제목이 뭐라더라.. 비행문이였나 비행 뭐 였던거 같긴한데 기억이 안나네.
"여보세요"
"너 또 덥다고 입에 거실바닥에 누워있지"
"알면서 뭘 묻고 그러냐"
"형식 상? 나도 덥다, 문 좀 열어봐"
"아.. 넌 올 때 말 좀 하고 오랬지 내가 몇 번을 말하냐, 나도 여자거든"
"ㅋㅋㅋ여자였어요 우리 탄소? 아 덥다 여자탄소야 문 좀 열어줘, 오빠 쓰러진다"
뚝-
'...귀찮다 진짜, 비번을 알려주든가 해야지'
.
.
.
"왜 왔어 또"
"왜 오긴 내가 너희집 오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손에 든 건 또 뭐야, 마트 물건은 니가 다 털어왔냐"
"많기는, 금방 먹어"
"아니 그니까 그걸 왜 우리집에 들고와"
"너희 집이 시원해"
뻔뻔하게 두 손 가득 봐온 장이 우리집 냉장고에 들어갈 물건들이란다. 그니까 더운데 뭐하러 마트에서 3분거리인 자기 집으로 안가고 5분씩이나 떨어져 있는 우리집으로 오냐고.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니 맘대로 하세요 전정국씨-
-
전정국과 나는 항상 붙어 있었다. 적어도 내 기억에 한해서는. 내 기억의 시작부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지금도 내 머릿속에 기억을 들여다보면 '전정국'이름의 폴더가 있을거다. 내 기억의 시작으로 돌아가보면, 그때 나는 5살이었다. 그냥 유치원생.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5살 꼬맹이, 주위에 친구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5살 동갑내기 남자애가 온종일 옆에 붙어 있는거. 맞아 이게 전정국이지. 내 기억속의 전정국은 항상 그래왔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에 콩을 남기지 않고 먹어 어머니의 칭찬과 함께 받은 막대 사탕 2개를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참았는지 다음날 유치원에 그대로 가져와 내 입에 하나를 물려주고 나서야 자신의 입에도 남은 하나를 까 넣었다.
'와 나 기억력 좋네, 이런 것도 기억하고'
"김탄소"
"..."
콕-
내 볼을 아주 살짝 찌르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손가락이 온 방향을 보니 전정국이 궁금하단 표정을 지은채 날 바라보고 있다.
"어,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 목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그냥 옛날 생각. 옛날에 전정국 귀여웠는데"
"지금은 안 귀여워?"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 징그럽게"
"징그럽기까지 해? 뭐 옛날 전정국 무슨 생각했는데"
"그냥.. 너가 어머니한테 받았다고 하면서 먹고싶은 거 참고 유치원와서 내 입에 먼저 사탕물려준거"
"기억은 하네. 못할 줄 알았더니"
"나 은근 기억력 좋아, 기특하네 우리 정국이- 착하네"
"칭찬이 많이 늦었다?"
"ㅋㅋㅋ그러게, 나도 갑자기 생각났어"
"너 생각해보면 나 칭찬해 줄 일 많을껄"
우리 집 냉장고에 자신이 사온 물건을 제법 차곡차곡 넣고 있는 전정국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우리집 냉장고를 저렇게 익숙하게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이질감이 들 찰나에 그 남자가 속히들 말하는 불알친구 전정국이라는 점에 이질감이 곧 사라진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든 예전 저희 모습에 잠깐 향수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 쯤 냉장고에 음식을 다 넣고 거실로 돌아온 전정국이 내 과거회상을 막았지만 말이다.
툭-
소파에 축 늘어져 앉아있는 내가 소파 밑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전정국을 발로 건들였다.
"전정국, 뭐 갖고 싶은거 없냐"
"음"
"..."
"...딱히?"
"아 그래, 알았어"
'생일선물로 우리집 비밀번호나 알려줘야지'
제 집인냥 자신의 집을 드나드는 정국이 나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은 전혀 하지않았다. 매번 올 때마다 나에게 전화해 문 열어달라고 하는 것이 귀찮지도 않은지, 나는 너의 집에 갈때면 잠시 기다리는 것 조차 싫어 들어가자마자 너에게 비밀번호 물어봤는데 말이다. 그에 이유도 묻지않고 순순히 알려주던 것은 정국이였지만 왜인지 우리집 비밀번호는 궁금해 하지않더라,
저번에 "집 비밀번호 알려줄까" 했더니 큰 일날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가- 뭐가 큰 일날 소린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정국은 항상 그랬으니까 그냥 넘기고 말 얘기 였다. 나는 너에게 묻는 것, 바라는 것이 많기도 많았는데 너는 나에게 그 흔한 생일선물조차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비밀번호만 주기 뭐한데..'
"야 나 배고파"
"어? 니가 아까 장봐온 걸로 뭐라도 만들어봐"
"뭘 놀라고 그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뭐래.. 내가 넌 줄 아냐"
"아아 김탄소- 내가 너가 제일 잘하는 볶음밥 먹고싶어서 그거 재료사온거란 말이야"
"...요리하면 덥잖아"
"애냐.. 요리하면 당연히 덥지. 됐어 앉아있어, 그대신 맛없어도 군말 없이 먹기"
"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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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 써보게 됐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ㅁ^
오늘은 제목이랑 안어울리는 내용이죠?! 독자님들 속인거같아서... 죄송해여ㅠㅁㅠ 하지만 음 시간이 지나다보면 제목이 왜 헣헣 야한 남자인지나와여!
어쨌거나 남은 주말 또한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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