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첸]oxygen
03
by.모다
가지가지 하는군.크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제 눈앞의 형제상봉이 꼴사나워 죽을 것만 같았다.징하고 울리는 목소리들의 합창에 급한 피로감이 밀려들었다.
"대박,그러니깐 얘가 니 동생이란 말이야?"
"종대야,울지말고"
"응?니 동생이냐니깐?"
"뚝.착하지"
"야...대답 좀 해봐"
세훈은 제 목을 끌어안은채 서러운 눈물을 흘려대는 종대를 마주 안았다.그리곤 다 괜찮다며 등을 토닥였다.옆에서 백현의 쫑알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일일이 답을 내어줄 정신이 없었다.모든 신경이 종대의 울음에 쏟아부어졌다.
"형 얼굴봐봐"
"형..."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조금은 진정이 된 듯 종대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한시름 놓은 듯 함에 세훈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세훈은 누군가의 눈물에 약하다.더욱이 그 상대가 사랑하는 제 동생이라면 더 말할필요가 없었다.저의 부름에 고개를 든 종대의 눈이 아직 발갛다.세훈의 시선이 침대 옆에 멀찍이 서있는 크리스에게로 옮겨졌다.무슨생각이 들어있는지 도통 모를 크리스의 눈동자가 세훈의 시선에 엉겨들었다.
"후...크리스"
...맞아.세훈은 입안에서 망설이던 말을 겨우 밖으로 밀어냈다.세훈은 크리스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거듭 매어진 빨간 실을 보았다.강렬한 붉음이었다.세훈은 종대의 왼쪽 새끼손가락을 매만졌다.매만지고 또 매만졌다.크리스의 빨간 실끝이 도달한 곳은 종대의 새끼손가락이었다.꽁꽁 묶여져 절대 풀어질일 따윈 없어보이는 견고함으로 둘은 연결되어있었다.
"붉은실이 보이나?"
"그래,네 가이드야"
크리스는 세훈의 시선이 닿은 제 새끼손가락을 살짝 까딱여보였다.붉은 실.저를 아킬레스건속에 매어놓는 악덕같은 실.이따금씩 새끼손가락이 아프진않을정도로 욱씬거린다.크리스는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췄다.너 이름이 뭐야.백현과 세훈이 크리스를 쳐다보았다.허나 크리스의 물음은 둘중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너 말야,너"
"저요..?"
"두번 물어보게 하지마"
진짜 죽여버릴테니깐.낮게 으르렁거리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종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안그래도 움츠러든 종대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든다.저 남자는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 있을것 같았다.장담컨데,크리스의 말은 진심처럼 들렸다.
"종대한테 함부로 하지마"
"내가 뭘,혼자 저러는 거라고"
불안정한 종대의 손을 꼭잡은 세훈이 크리스를 다그쳤다.니 말한마디가 얘한텐 공포야.작작해.세훈도 크리스 못지않게 으르렁거렸다.세훈은 종대의 센티넬을 찾아줄 마음이 없었다.그 센티넬에겐 미안하지만 종대를 누구에게도 내주고 싶지 않았다.처음으로 맞이한 제 가족이자 동생처럼 때로는 자신의 아들처럼 그렇게 키워온 종대였다.혹여나 센티넬이 종대를 찾을까 그렇게 숨겨왔었는데.하필이면 그 센티넬이 크리스다.가이드를 증오하기로 유명한,성인식이후로 가이드없이 몇년을 버텨온 미친괴물 크리스.종대의 손을 움켜쥔 세훈의 근육에 힘이들어갔다.
"워워,진정들하고.종대 놀랬잖아"
두 맹수의 기싸움속에 살짝쿵 끼어든 백현이 팍팍 튀어오르는 둘 사이의 스파크를 잘라버렸다.조금만 더 지체했다간 치고박고 피라도 볼법한 연출이었다.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눈을 가려버렸다.두 몸이 들러붙었을때 나뒹굴어질 쪽은 안봐도 뻔했으니.백현은 세훈을 살려야했다
"어때?다들 진정이 되는것같아?"
백현의 말에 두 남자가 동시에 백현의 손을 거칠게 걷어냈다.백현의 양손이 보기좋게 나뒹굴어졌다.백현이 멋쩍은듯 스웨터에 손을 부볐다.동물들 싸울때 눈가리면 괜찮다던데...동물농장을보며 키워온 지식이 무참히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종대라고?"
"...."
"빨리 대답해,니 느려터짐을 기다려 줄 여유 따윈없어"
"종대맞아요..."
종대는 조심스럽게 크리스의 눈을 마주보았다.역시나 이글거리듯 불타오르는 눈동자다.다시 눈을 피해버릴뻔했지만 이번엔 좀더 용기를내 마주쳐보기로했다.얼핏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요점정리해본 바,저 남자는 자신의 센티넬이었다.종대는 자꾸만 욱씬거리는 손가락에 주먹을 쥐었다 펼치기를 반복했다.크리스의 따가운 시선이 제 손에 고정되어오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가이드 같은건 필요없다"
"크리스 미쳤어?!!"
"그래.내가 미쳐서 죽어버리는 한이 있어도 그딴거 옆에 둘 생각없어"
집에 가.그말을 끝으로 크리스는 작은방을 나갔다.단단히 뒤집혀버린 백현이 크리스의 뒤를 따라나섰다.남겨진 종대와 세훈은 흐르는 정적속에서 한동안 말을 아꼈다.방문너머로 언성이 높아진 백현의 목소리가 이따금씩 정적을 흐뜨려놓는다.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린 세훈이 오랜끝에 입을뗐다.
"집에가자"
"형,저 사람은 어떡해..?"
"냅둬,저러다 미쳐서 죽던가"
"그치만..."
가이드가 없으면 정말 죽어버리잖아.세훈의 단호한 눈빛에 종대는 입술 끝까지 걸어온 마지막 말을 삼켰다.제 팔을 잡아 일으키는 형의 손아귀에 잔뜩 힘이 실려있다.종대는 결국 하려던 말을 멈춘채 세훈의 손에 이끌려 방 문턱을 넘었다.거실에서는 두 남자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사실 말다툼이라고 보기에도 뭐했다.그냥 백현의 일방적인 분노표출이었으니 말이다.크리스와 백현을 지나쳐 현관으로 발을 내렸을때까지 종대는 크리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기요"
종대가 크리스를 불렀다.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음성이었다.백현은 듣지도 못할정도의.하지만 크리스는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세 음절이 파장을타고 정확하게 들려왔다.크리스는 멀찍한 곳에서 저를 바라보는 소년을 보았다.
"제가 정말 필요없나요?"
"뭐?"
"그러니깐...그,제가 없어도 괜찮은거에요?"
종대는 제 새끼손가락을 더듬었다.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지만,제 손가락에 붉은실이 매어져있을 터였다.저 무서운 남자와 연결되어있을 붉은 실.종대는 괴로운 신음을 흘리던 남자의 모습을 기억했다.귓가에 흘러넘칠정도로 생생한 남자의 호흡을 기억했다.두근두근 뛰는 숨을 들이마셨다.자신은 지금 남자를 걱정하고있었다.
"종대야,가자"
"필요없어"
세훈의 손과 크리스의 목소리가 동시에 종대를 잡았다.종대는 세훈에게 붙잡힌 자신의 팔을 한번.냉기 도는 목소리의 크리스를 한번 쳐다보았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단호했다.종대를 감싼건 더이상의 접근을 허하지 않는 크리스의 기류였다.자신의 경계에 한발자국도 넘어오지말라는 무언의 몸짓과도 같았다.온몸으로 저를 거부한다.종대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종대와 세훈이 나간 호텔방의 문이 닫혔다.백현은 이리갔다 저리갔다 몸을 가만두질 못했다.손톱을 잘근거리기도 하고,여러번 욕을 내뱉기도했다.창문밖으로 택시를 잡아타는 세훈과 종대의 모습이 보였다.백현은 결국 참질 못하고 또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니가 미친거지?어?단단히 돌은거야.돌았다고"
"시끄러워"
"너 진짜 죽고싶어서 그런거야?니가 지금 무슨짓을 한지 보라고,고집피우지말고 쫌!"
"난 가이드없이 4년을 보냈어.그런데 이제와서 저런 꼬맹이하나 없다고 유난떨지마"
"배가 불렀구나.그것도 다 니가 저 앨 만나기전이니깐 그렇지.니가 예전처럼 버틸 수 있을거같아?내 대답은 NO야.한번 가이드를 만난이상 끝이라고.제발 니 자존심만 세우지말아라.니 밑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니 부모님도.회장님이 널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크리스는 백현의 마지막 말에 굳이 답하지 않았다.부모님이 저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안다.성인식 이후로 가이드 없이 살아가는 제 아들을 보며 저러다 어느날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제 부모님을 익히 알고있었다.제가 죽으면 밑에 있는 부하들의 미래도 모두 알고있다.보스가 없는 조직.제가 사라지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되겠지.크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
"지금 웃었어?시발,죽고싶으면 그냥 내가 죽여줄게"
"미안,머리 아프다"
"이거봐!내가 뭐랬냐고!!!답답한새끼"
백현은 크리스의 말에 호들갑을 떨어댔다.부작용이야 부작용.당장 종대를 데려와야겠어.연신 중얼거린 백현이 자켓을 집어들었다.
"장난"
"미친놈"
크리스의 장난끼섞인 음성에 백현이 쓰러지듯 쇼파에 기대었다.백,그래도 난 보스야.너무 막말하는거 같은데.백현은 진지하게 크리스를 죽일 방법을 갈구했다.사태파악도 못하고있는 멍청한 제 보스를 깔끔하게 죽여버리고 싶었다.
"난 몰라,뒈지든 말든 알아서해"
잔뜩 역정이 난 백현이 거친 발걸음을 옮겼다.쾅하는 굉음이 울린다.어찌나 세게 닫았는지 그 여파로 진동이 퍼져 들 지경이었다.하여튼 불같은 백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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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ㄱ으갸으걍그야그야그으갸으갸야ㅡ갸으갸
하...클첸사랑해...(마른세수)
아 그리고 클첸세가 나올 일은 없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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