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 성애자
w. 라팡
1
"안녕, 난 경남에서 전학 온 김준면이야. 잘 부탁해."
어설픈 서울말로 떠듬떠듬 자기소개를 마친 준면은 베시시 웃었다. 그러자 여학생들은 자지러질 듯이 꺄악 거리며 소리쳤고 남학생들은 귀를 막았다. 선생님이 교탁을 출석부로 탁탁 치며 조용! 이라고 소리치자 조금씩 여학생들의 소리가 수그러들었다. 여전히 준면은 웃으며 교실을 둘러보다 저에게 자리 배정을 해주는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리에 앉은 준면은 뒤에서 콕콕 찔러오는 감각에 뒤돌았다.
"야, 전학생. 너 짝지가 누군지 알아? 걔가 누구냐며느ㄴ..."
뒷자리 학생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을 막은 뒷자리 학생의 짝이 헛헛 헛웃음을 지었다. 얘 말은 무시해. 난 루한이야. 씩 웃은 루한이 손을 떼자 퉷퉷 거리며 입을 벅벅 닦은 뒷자리 학생이 루한을 한 번 째려보곤 오른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난 김민석."
준면은 민석이 내민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5분 전, 민석과 신나게 대화하던 준면이 루한이 민석의 입을 막아 마저 듣지 못한 말이 떠올랐다. 아직까지 오지 않는 제 짝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준면은 민석에게 물었다. 근데, 내 짝이 누구야?
"네 짝은..."
이번엔 루한이 입을 막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멈춘 민석을 준면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턱짓으로 앞문을 가리켰다.
하얗고 무섭게 생긴 애가 서있었다.
옆으로 다가온 짝에게 준면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한 번 슥 보고 자리에 앉는 짝을 보곤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짝이니까 먼저 다가가야겠지? 준면은 한 번 더 용기 내 짝에게 말을 걸었다.
"난 오늘 전학 온 김준면이야!"
슬쩍 짝의 명찰을 본 준면이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잘 부탁해, 세훈아."
생글생글 웃는 준면의 얼굴을 쳐다본 세훈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꼈다. 한참을 말없이 있던 세훈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바뀐 표정을 고개를 돌려 표정관리를 하고 다시 준면을 쳐다봤다. 김준면? 설마.
"너 새싹 초 다녔지."
"어? 어떻게 알았어? 잠깐 다녔어!"
"나 기억 안 나?"
.
루한, 민석과 함께 석식을 먹고 돌아온 준면이 문 앞에서 제 자리에 앉아있는 까만 애를 발견하곤 민석에게 물었다.
"쟤 누구야?"
민석은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오세훈 친구.
"친구답게 아주 성격이 죽여주지."
민석은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우고 반으로 들어가자 루한은 준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고 민석을 따라 들어갔다. 문 앞에 서있는 준면을 발견한 까만 애는 뭐라뭐라 말하는 세훈의 말을 뚝 끊고 벌떡 일어나 준면에게 다가왔다. 저보다 큰 키와 덩치에 약간 위압감이 든 준면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너가 김준면이야?"
살짝 고개를 끄덕인 준면은 덥썩 잡힌 볼에 놀라 까만 애를 쳐다보았지만 까만 애는 개의치 않고 준면의 볼을 잡은 채로 이리저리 돌렸다. 아, 어지러. 눈을 꼭 감은 준면이 눈썹을 찡그리자 그제서야 돌리는 것을 멈췄다.
"와, 너 오세훈이 말한 거랑 똑같다. 저 녀석이 왜 맨날 너 찬양했는지 알겠어."
까만 애가 볼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내뱉은 말에 준면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들리는 세훈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손으로 머리를 털며 일어나는 세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 미친. 생긴 것부터 존나 귀여워."
"그만해라, 김종인."
둘에게 다가온 세훈이 준면의 볼을 잡고 있는 종인의 손을 떼어냈다. 좀 더 만지고 싶었는데. 종인은 투덜거리면서도 준면의 볼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훈은 못마땅한 듯 종인을 쳐다보곤 준면에게 또 질문을 던졌다.
"새싹 초 일학년 삼반 오세훈."
"..."
"너 옆집 살던 오세훈."
"..."
"너랑 결혼까지 약속한 오세훈. 이래도 기억 안 나? 안 나? 어?"
다그치듯 말하는 세훈의 뒤통수를 때린 종인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만해라. 하루 종일 똑같은 레파토리 안 지겹냐."
세훈은 개의치 않고 준면에게 따박따박 쏘아붙였다. 준면은 하루 종일 똑같은 질문들로 인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꼭 초등학교 1학년 때 기억만 쏙 잘려나간 듯이 백지인 머릿속에 준면은 아침부터 물어오는 세훈의 물음에 어느 하나 대답할 수 없었다. 왜 기억이 안 나니. 머리야. 속상해 하는 세훈의 표정에 준면은 기억나지 않는 제 머리를 타박했다. 인생 헛살았어... 교실 문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준면이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애꿎은 바닥만 툭툭 쳤다.
.
고단한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준면을 반기는 건 며칠 전 큰 아버지, 어머니가 여행을 다녀온다며 맡긴 사촌동생 백현이었다. 형아, 형아 하며 곧잘 애교 부리는 백현이 오늘 현관 앞에 나와 있자 피로가 스르륵 풀린 준면은 백현을 번쩍 안아들었다. 준면의 눈을 바라보며 백현이 찡찡 댔다.
"형아, 숙모가 계속 형아랑 자지 말래."
"왜 그러셨을까?"
"백현이는 형아랑 잘껀데! 형아도 백현이랑 잘꺼지?"
"그럴까?"
"응!"
준면은 눈이 휘어져라 웃는 백현을 따라 웃었다. 한참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사이 거실에서 들리는 엄마의 불호령에 준면이 이크-하며 백현을 내려놨다. 방으로 재빨리 들어간 준면은 엉망진창이 된 제 방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야, 변백현!!!"
√ 준면의 일기 진짜 방문을 잠그고 다니던가 해야겠다. 백현이가 계속 내 방에 들어와 어지럽혀 놓는다ㅠㅠ 오늘 전학 간 학교에서 벌써 친구 두 명이나 생겼다. 루한과 민석인데, 루한은 중국인이라고 했다. 아, 내 짝이 나보고 자기가 기억 안 나냐고 물었다. 그래서 기억 안 난다고 했더니 바로 화난 얼굴을 했다... 사실 내 짝은 안 좋은 소문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무섭게 생겼다. 그래서 더 무섭다...ㅠㅠ 짝의 이름은 세훈이다. 오세훈. √ 세훈의 일기 학교에 와보니 전학생이 와있었다. 김준면 이었다. 오랜만에 본 김준면은 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존나 빡쳤다. 그래서 계속 물어봤지만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였다. 또 생각하니까 존나 빡친다. 무튼, 화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김준면이니까. 내가 소리쳤으면 백퍼 김준면은 울먹울먹 거렸을거다. 찌질이 울보. 내일도 계속 물어 볼거다. 근데 준면이는 변함없이 하얗고 귀엽고 예뻤다.> 201X년 3월 XX일 날씨 맑음
-얼른 3화까지 쓰고싶어요...그래야 달달함이 엄청 나올텐데....
아직 1화라서 서툴고 재미없을지도...ㅠㅠ 그래도 봐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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