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뷔]연애에 서툰 복학생 민윤기
“어~ 태형이네. 액히 안녕~”
아, 또 저 선배다.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줄기차게 나만 쫓아다니던 복학생 민윤기 선배. 지금도 싫고 내년에도 싫을 것 같고 평생 싫은데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해주시는 복학생 선배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꼴에 끼리끼리 논다고 같은 복학생 선배 한 명이랑 같이 다니는데 그 선배도 제 정신은 아닌 것 같다. 왜 대답이 없어, 우리 액히! 도저히 대답을 해줄 사람이 아니라 억지웃음이라도 열심히 짓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재빠르게 뒤돌았다. 원래 동아리방(이하 동방)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오늘은 포기 할 수밖에. 빠른 걸음으로 최대한 민윤기에게서 멀리 떨어지는데 갑자기 옆에서,
“우리 액히 경보해? 엉덩이가 씰룩씰룩 귀엽다.”
“으악!! 언… 언제 여기까지 오셨어요!”
“우리 액히 보다 당근 형이 더 빠르지~ 같이 카페나 갈까? 물론 액히가 사는 걸로.”
카페는 무슨. 시발 일단 뛰고 보자. 매고 있던 가방끈을 꽉 쥐어 잡고 심호흡을 내뱉은 뒤 또 다른 복학생인 김석진 선배에게 정신이 팔린 민윤기 선배를 힐끔 확인하고 전속력으로 뛰었다. 이번에 잡히면 저 선배랑 사귀겠다는 마음으로 숨도 안 쉬고 뛰어서 학교 근처 자취방에 사는 박지민네 집으로 쳐들어갔다. 이젠 왜 온지 알 것 같다는 불쌍함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날 쳐다보는 박지민에게 엿을 날려주고 물이나 떠오라는 뜻으로 엉덩이를 툭툭 쳤다. 툴툴 대면서도 물을 떠다주는 박지민에게 컵을 빼앗아 들고 단번에 들이켰다.
“아, 죽겠다 진짜.”
“너 언제까지 피해 다닐 거야? 대면해서 딱 말해. 진짜 싫으니까 아는 척 그만 하시라고.”
“그 선배가 이런 말에 그만 둘 선배면 내가 그 선배를 피해 다니겠냐?”
뻔한 대답을 들을 얘기를 하는 박지민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이제 좀 쉬려고 소파에 몸을 뉘였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동방에서 보기로 한 전정국인가 싶어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우리 액히 왜 형아 피햇어ㅠㅠ 형아 진짜 상처 밧음ㅠㅠ’
시발, 밧긴 뭘 밧아. 이 선배 카톡 받는 것도 전절머리 나서 읽씹도 하고 차단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우리 액히 부끄러워서 익씹해? 귀여워라ㅠㅠ‘,’우리 액히 왜 형아 차단햇어ㅠㅠ 차단한다고 형아가 액히랑 단절될 것 갓지? 절대 아냐~ 부담스러워? ㅎ넝담~‘ 등등의 엿 같은 말을 해대는 선배가 무서워서 이젠 차단이나 읽씹도 할 수 없었다. 아, 죽고 싶다. 결국 히읗 하나 보내놓고 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나 못가.”
“윤기선배 만났냐?”
“아, 그 새끼 이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말라고!!”
날 놀려먹는 게 일생의 낙인 전정국이 일부러 민윤기 선배를 다정하게 부른 것임을 확신한 나는 소리를 빽 질렀지만 어디 전정국이 내 화를 무서워할 놈이었던가, 아랑곳 않고 렉 걸린 듯 윤기선배, 윤기선배 해대는 통에 결국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핸드폰 너머로 전정국이 세상에 이보다 재밌는 일은 없다는 듯 웃어대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귀를 막았다. 박지민 제발 핸드폰 좀 꺼줘. 박지민은 아까보다 더 측은한 눈빛으로 알겠다며 내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래도 내 편은 박지민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여보세요? 네, 윤기 형. 태형이 지금 저희 집이요. 네, 오셔도 되요. 네~”
박지민 시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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