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강 실장 철벽 깨기 프로젝트
오만과 편견
강다니엘 실장은 매사에 철저하고 냉소적인 인간이다. 그 부서만 안 가면 된다. 강 팀장에게 걸리면,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내가 2년 전 2015년의 코찔찔이 신입사원 성이름 시절, 지나가는 사내 직원들마다 누구할 것 없이 허리를 푹푹 숙여가며 인사하던 때부터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심심찮게 들어왔던 말이었다. 그 당시 나는 쇼핑몰 운영팀 막내 디자이너로 막 입사했을 참이었고 강다니엘 실장은 지금과 같은 마케팅 2팀의, 당시 팀장이었다.
그 때가 참 행복했었는데. 내 꼬이고 꼬인 지옥 생활은 1년 전부터 시작이었다. 1년 전 한 차례의 폭풍처럼 불어닥친 인사 발령 시기에, 새 장기 프로젝트에 의상 디자인을 맡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는 눈물을 머금고 쇼핑몰 운영팀을 나와 강다니엘이 있는 마케팅 팀으로 부서를 옮기게 된 것이었다. 그 때까지는 몰랐었는데.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면서 전전하던 아싸 생활과 밥 먹듯이 하던 야근, 하루에도 몇 번씩 퇴짜를 맞는 시안에 밤늦게까지 울면서 타블렛을 놀리며 울고불고 한 지난 2년 동안 귀염둥이 막내에서 현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악명 높은 강 실장의 어린양으로 전락하고 나서야, 나는 그 소문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참 이상하게도, 그 괴소문과 비례하게 사내 여사원들 사이에선 항상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큰 키와 덩치 크고 잘 생긴 얼굴, 그리고 입고 오는 옷들이 하나같이 비싼 걸로 보아 집안도 좋을 거고. 분홍빛으로 물들인 강 실장의 머리를 보고 나는 속으로 양아치 같다며 욕을 했지만, 여사원들은 복숭아를 닮았다며 환장을 했다. 아무래도 내가 성별이 바뀐 것이 틀림없었다. 강다니엘을 닮은 강아지상 남자만 보면 환멸을 느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회사에서 강 실장의 "성이름 사원." 한 마디만 들어도, 나는 자다가도 일어나고 먹던 것도 체했다. 아마 '101몰에서 가장 남자친구 삼고 싶은 사원은?' 따위의 설문이 있다면, 아마 부동의 원탑일 거라고 본다. 대부분의 여사원은 그 정도로 강 실장에 열광했다. 당연히 나머지 극소수는 나였고. 그저 저 잘난 외관에 속는 것이 불쌍했다. 언젠가, 입사 동기들이 이따금씩 왜인지 이유를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얼굴은 잘생겼잖아! 용서되지 않아?
-용서는, 지랄.
-..........
-..........
동기들은 내 살벌한 대답에 입을 다물곤 했다. 대형견이고 복숭아고 뭐고, 내 눈에는 개새끼고 미친 복숭아일 뿐이다.
내가 강 실장의 어린양으로 살며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놈의 완벽주의적 성향이었다. 그 FM 기질은 군복무 시절부터 강 실장이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참 한결같다고, 강 실장과 절친인 옹성우 선배는 말한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칼같이 출근해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의자 끌리는 소리는 절대 나지 않아야 한다)에 앉은 후, 언제나 열과 각을 맞추어 정리되어 있는 광고 시안을 넘기며 자기 얼굴만한 검은 뿔테를 한 손으로 고쳐 쓰는 것.
특히 기장과 가르마는 다르지만 답지 않게 튀는 분홍색만을 고수하는 실장님의 헤어 스타일과 피어싱, 그리고 검은 넥타이와 똑같은 모델만을 사 신는 검은 구두는 현재 마케팅 부서를 넘어 사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렇게 철저한 결벽증 변태 악마 강 실장을 놓고 사랑을 논하자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선 입사 이후 여자친구가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강다니엘은 사내에서 제일 예쁘기로 소문난 고객지원팀의 정 대리님을 뻥 까 버린 유일한 남성이다.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는 그 자리에서, 족히 1kg은 되어 보이는 노란 서류 봉투를 든 채 태연하게 "여자 생각 없습니다." 하며 도도하게 그 옆을 지나쳐 사무실로 야근을 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였는지, 그에게 용기있는 고백을 선사한 신입을 포함한 여사원들은 실장실에 웃으며 들어갔다가 오열하며 나온다. 그럼 실장실 바로 앞 자리인 내가 눈으로 위로를 해 준다. 저 미친 놈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세요. 내 눈에는 다들 예쁘고, 멋지고 귀엽기만 한데. 다 강 실장이 허구한날 일만 해서 삐꾸 눈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 이야기를 제 3자인 내가 갑자기 왜 꺼냈냐 하면, 미친 워커 홀릭에, 사랑에는 무관심한, 여자보다 야근을 더 좋아하는 그 남자를. 내가. 아니, 강 실장과 내가. 아니아니, 그 새끼와 내가, 바로 어제 신입사원 환영 회식에서!
-...........
[회의 관계로 먼저 나가겠습니다. 반차 써 드릴 테니 12시까지 준비하시고 출근하세요.
.
.
어젯밤 일은... 없었던 걸로 합시다.
강 다니엘, 010-1996-1210]
-......아 미친, 생각났어...
술에 취해, 강 실장과 하룻밤을...보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