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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01. 얘는 그냥 친구입니다. 불알친구.

















"내가? 걔랑?"




















"야 솔직히 내가 더 아깝지 않냐?"















"걔랑은 그냥 태어났을때 부터 불알친구 였어."















"어쩜 그리 니들은 매번 똑같은 말만 하냐.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
















태어나자마자 친구였다. 윤기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가 친구여서. 딱히 이유는 없다. 이게 이유였다. 어렸을 때 부터 개처럼 싸우지말고 잘 지내라는 지겨운 말을 들으며 커왔던 우리는 신기하게도 진짜 개처럼 싸우지는 않았고 소처럼 싸우며 지내왔다. 윤기는 중학생때부터 나쁜 길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며 허구한 날마다 싸움을 일삼고 오는 윤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말로 해도 되지가 않는다며 나보고 집중단속을 하라고 시켰고, 한번씩 윤기 집에 놀러가면 그 어린나이에 내 또래의 여자아이와 뒹구는 모습을 보고는 옆에 있던 물건들을 던진 적도 있다. 

이 글을 읽고있는 사람들은 난 어땠는지 궁금하겠지만 나는 그저 조용한 아이였다. 너무 조용해서 한번씩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친구는 있었던 수준이였던거 같다. 그저 조용히 공부만을 하는 내 옆에 아주 사건사고가 불시에 터짐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윤기가 붙어있으면 여자애들은 눈에 불을 켜고 날 노려다보았다. 자, 지금부터 이 해괴망측한 과거로 살짝 돌아가보겠다. 얼마나 개판이였는지 구경해봐라.

"아니 내가 어제 우리학교에서 열라 예쁘다고 소문난 여자애랑 둘이서 있었다니까?"

"했냐? 솔직히 해야지. 그렇게 예쁜데. 나 같으면 하고 싶겠다."

"아, 너는 탄소 (이) 있잖아. 넘보지 마라, 민윤기."

"야 이 새끼야. 내가 걔랑은 그냥 친한친구라고 했어,안했어. 내가 제일 아깝지. 무슨 그딴 있을 수 없는 소리ㄹ,"




퍼억-










"악! 누구야!"

"기껏 내가 요점정리해서 니가 있는 이 담배냄새 나는 곳까지 가져다줬더니 뭐? 지금 내 욕 하고 있었냐?"

곧 기말이였다. 시험기간인 후덥지근한 여름, 난 야자시간에 틈틈이 윤기 것도 대신 요점정리를 하며 어떻게든 공부를 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야자는 선택적였다. 윤기 어머니께서는 공부를 더럽게도 안하는 윤기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야자를 하게 했고 어머니는 나보고 허튼 짓 하는지, 안하는지 잘 좀 봐달라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어차피 미래에 관심 하나 없는 윤기인데 그렇게 공부를 시키고 싶은걸까 싶었다. 난 그래도 친구라고 거의 시험기간에는 요점정리 셔틀수준이였고 이 녀석은 고마움도 모른 체 야자시간에는 단 한번도 교실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니까^^" 친구니까 이를 바득바득 갈고 그 어둠의 덩쿨 속으로 제 발로 들어가 요점정리 해준것과 돈 모아서 산 문제집을 전해주고 나온다. 뭐 1도 안볼걸 알지만 그래도 보겠지 싶어서 전해주는건데 얘네 노는게 너무 형편없어서 다 그만두고 싶을때도 있다.

"마이 프렌드- 땡큐 땡큐."

"야자시간에 교실에 좀 들어와라. 여기서 담배냄새랑 썩혀가지 말고."

"아, 너가 나 안 놀아주잖아. 게다가 지금 시험기간이라고 나랑은 말도 안붙일거면서."

"시험기간인건 알고있었냐? 너 내가 요점정리 해준거랑 기껏 돈 모아서 산 문제집 좀 풀기도 해보고 보기도 해봐."

"예예...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보기는 할게요-"

지루하다는 듯이 귓구멍을 후비고 하품을 하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아주 노답중에 노답인 놈...인간도 안된 놈...난 혀를 쯧쯧 차고는 그 담배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서 얼른 벗어났다. 웃긴건 거기에서 썩어 문드러지지 내 뒤를 졸래졸래 따라 오며 야자 다 끝났냐며, 친구들이랑 얘기한다고 시간 가는줄 몰랐다며 내 옆에서 종알 종알거렸다. 얼른 그 쉴새없이 말하는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몸도 피곤하고 받아쳐줄 힘도 없어서 난 묵묵히 들리지 않은 척 교실로 향했다.

"아, 뭐야. 아직 안 끝난거야?"

"시계를 봐. 아직 8시40분이거든? 빨리 앉아서 내가 정리한거 보기나 해."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니라...비나이다,비나이다..."

공책을 열었다가 한번 쓱 훑고는 바로 덮는 윤기였다. 어머님께서 하필이면 담임 선생님께 그렇게 부탁을 하셨다. 나랑 붙여놔라고. 고등학교 들어와서 단 한번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가 막판 시즌인 3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러곤 3월달부터 현재까지 윤기랑 짝지가 되었고 이제 질릴 정도로 많이 봐서 신경질이 나는 수준이였다. 윤기는 내가 정리한 것을 몇 자 읽더니 내 책상 위에 얹어진 교과서를 그대로 자기 책상으로 가져가서는 엎드렸다. 저 동글동글한 뒷통수를 바리깡으로 싹싹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심각하게 들었지만 뭐 그럼 그렇지. 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교과서를 폈다.

"탄소야(아), 혹시 지금 시간 돼?"

"ㅇ,어? 왜?"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이해가 안되는 문제가 있어서."

"아...그래...?"

"문학은 너가 제일 잘하는 과목이기도 하니까."

윤기는 알았다. 내가 지민이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을. 또한 지민이는 그런 나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처음에는 집에 가는 길에 아주 크게 무슨 그런 쓰레기 같은 자식이 있어! 라며 소리를 지르는 윤기 입을 난 틀어막았다. 그 캄캄한 밤에 주민신고라도 들어오면 더 곤란해지니까. 뭐 그러고나서는 지민이에게 관심 하나없다가도 이상하게 요즘은 지민이가 슬슬 윤기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랬다. 난 어버버하게 결국 고개만을 끄덕거렸고 지민이는 윤기가 베고 자는 교과서 사이에 끼인 요점정리 공책을 뺐다. 윤기는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놀란건지 침을 닦으며 부스스하게 잠에서 깼고 지민이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얘기했다.

"이거 탄소(이)가 정리해준거야?"

"엉...그렇대."

"나 줘."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아, 무슨 개껌딱지 같은 소리야아- 잠 깨워놓고 하는 말이 고작 그거세여?"

"어차피 보지도 않을거 아니야?"

"개소리 하지말고 얼렁 곱게 놓고 가라- 나 다시 잘거야. 빨리 가."

윤기는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이 엎드린 체로 손짓했고 거기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지민이는 내 손목을 붙들고는 교과서를 챙겨서 복도로 나갔다. 생각치 못한 행동에 얼떨결에 난 눈만 깜빡거리기만 했고 밤이라 추울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시원한 바람만이 불어오는 열려있는 창문 앞에 교과서를 놓고 기지개를 폈다. 

"공부할거면 나랑 밖에서 이렇게 하자고. 반에 지금 애들 다 자잖아. 집중 안돼."

"ㅇ,아...나야좋지...!"

"너 윤기랑 되게 많이 붙어다니더라."

"어렸을 때 부터 친구여서..."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너한테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건 없지 않는가?"

"아...그렇기는한데 그래도 친구니까...뭐..."

"한번씩 너가 측은하게 여겨질때가 있어."

"나?"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응. 개처럼 끌려다니는 거 같아서 불쌍해서."

눈은 교과서에 집중을 하고서는 나에게 얘길하는 지민이였다. 어떻게보면 지민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윤기가 성적으로든 공부로든 도움을 준 적 없는건 맞으니까. 내가 도움을 주면 줬지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난 그 말에 반박도 하지 못했고,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지도 못했다. 그저 아무말 없이 창밖만 내다보며 받아쳐주지 못하고 있었다. 지민이는 뒤이어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챘는건지 문제집을 나에게 조용히 내밀고는 눈짓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난 멋쩍은 웃음만 짓고 대답 따위는 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교과서 몇 분 보지도 않은거 같은데 벌써 시간이 9시 5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난 지민이에게 반으로 들어가자고 먼저 얘기했고 웃으며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에 들어왔을때는 저 철부지 녀석이 아직도 자고 있었다. 중간에 일어났던 건지 내 나머지 교과서를 몽땅 자기 책상에 두고 베고있었다. 얘 때문에 아마 오래살지 못할거다. 한숨을 하루에 오조오억번씩 내쉬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흥건히 침을 주르륵 흘리면서 내 책들을 적시고 있는 꼴을 보자마자 난 순간 열이 확 올라 손에 들려있던 필통으로 윤기 뒷통수를 소리나게 때려버렸다. 큰 마찰음 덕에 아이들은 뒤를 돌아 날 살폈고 윤기는 깜짝 놀랐던건지 잠에서 깨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민윤기 진짜 너 미쳤냐?!"

"우움...감독왔어?"

"입가에 침 좀 닦고 얘기하세요. 더럽게."

"선생 감독돌면 다시 깨워잉..."

"아니, 야. 내 책 다 젖었잖아."

"우움..."

"...진짜 암매장 시키고 싶을만큼 화가난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세상 모르게 다시 잠에 취하던 윤기 때문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다시 또 입을 쩍 벌리고 자기에 난 이 녀석이 베고 있던 내 책들을 빼버렸고 윤기 교복 위에 아밀레이스로 범벅이 된 책을 마구마구 비볐다. 이 녀석...내가 이렇게해도 정말 잘도 잔다. 그게 더 꼴불견이다. 난 먼저 책가방을 싸고나서 감독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물론 이 녀석이 깨기 전에 오셨으면 좋겠는 생각으로...아니나 다를까 곤히 자고 있던 녀석은 선생님께 딱 걸렸다. 내심 속이 후련해서 소리없이 웃고있었는데 윤기는 나를 죽일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이 선생님께서는 이젠 혼도 안내셨다. 그냥 하소연만 하셨다. '넌 대체 어쩌려고 그러는거냐' '내가 답답하다, 답답해.' 이런 말들. 그래 뭐...백번천번을 얘기해도 그렇게 말썽인데 알아들을리가. 괜히 윤기는 심통이 났는지 나에게 조그마한 복수랍시고 아주아주아주 잘 지워지는 컴퓨터 싸인펜으로 내 책상에다 낙서를 한다. 웃겨죽겠다 증말. 

이 지긋지긋한 야자도 끝났다. 드디어 집으로 간다. 너무 행복했다. 진짜로. 난 끝나자마자 학교 앞 편의점에 들렀고 윤기는 버릇처럼 '사면 나 한입'이라고 외치기에 난 정중히 가운데 손가락을 곱게 펴며 미소로 답해주었다. 윤기는 내가 카운터에서 계산한걸 보자마자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렸다. 어후 귀신같은 놈...난 못 이긴 척 옛다하고 삼각김밥을 물려주었고 삼키자마자 버릇처럼 주머니 안쪽에서 담배를 꺼내고 입에 무는 것을 보자마자 담배를 뺏었다.

"아, 왜!"

"좀 작작펴라. 넌 친구 앞에서 꼭 그렇게 담배 핀다는 걸 온몸으로 알리고 싶냐?"

그렇게 담배를 뺏자마자 난 옆 하수구에 버렸다. 윤기는 입술을 쭉 내밀고 시무룩하게 있더니 난 그 입술을 한번 치고 말았다. 뭘 잘했다고 입술 내밀고 나 삐쳤어요 광고하냐...정말 윤기는 한번씩 노답의 정점을 찍는다^^!

"탄소야(아)!"

"어, 지민이구나?"

"집 가는거야?"

"어...! 지민이 너도 지금 집 가는거지?"

"응. 아, 그리고 아까 문제 알려줘서 고마워. 줄건 없고...음...여기."

"ㅇ,어? 어? 어어...고마워..."

내일보자는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하는 지민이였다. 지민이는 손에 막대사탕 하나를 나에게 쥐어주었다. 이게 얼마나 나에겐 뜻 깊은 선물인지...난 지민이 뒷통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윤기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건지 내 손에 있는 막대사탕을 가져가더니 까자마자 자기 입으로 넣었다. 이런 개새ㄲ...

"너 뭐하는 짓이야!"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쟤가 왜 좋냐? 으으...저 새끼 내 기준에서는 너무 별로야. 너한테 어장관리 장난아니더만."

"야 지민이가 어장관리인지 아닌지 니가 어떻게 알아."

"얼씨구? 쉴드러야? 너 그러다 꼭 한번쯤은 뒤통수 맞을거다. 그때 후회하고 질질 짜기만 해봐."
















































"야, 민윤기. 야. 정신차려봐. 집 가야지."

"윤지야아...? 윤지야아...윤지이..."

"얘 얼마나 마셨어요?"

"여기 널부러진 술병이 다 쟤가 마신거예요."

테이블 위에는 여러가지 각종 양주들과 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윤기는 학창시절때부터 술고래였다. 뻑하면 마시고 뻑하면 마신 후 사고치고 뻑하면 마신 후 감당해서는 안될 사고도 치고. 그 모든 상황을 항상 뒷바라지한게 윤기 어머니셨다. 그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성인이 되서까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다. 난 갑자기 괜한 궁금증에 왜 이렇게 술 떡이 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어이가 없었다. 

"얘 왜 이렇게 술 퍼 마신거예요?"

"윤기 여자친구 윤지 아시죠? 윤기가 오늘 거하게 차였다고 저렇게 퍼 마셨어요."

"허?"

나한테는 예전에 뒷통수 맞는다면서 후회하고 질질짜지 말라고 해놓고 자기가 그런다. 윤지라는 아이라면 윤기랑 매번 원나잇만 즐겨하던 사이였는걸로 아는데 왜 저러는거지. 진짜로 천하의 민윤기가 사랑에 빠졌던건가. 난 괜히 또 이런저런 잡다한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피식 웃어댔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웠던 5초도 잠시, 이 녀석이 이젠 아예 울부짖으며 윤지라는 애를 찾아댄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다 윤기를 노려다보았고 난 내가 괜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윤기 친구는 이러다가 한판 싸움날거라며 빨리 나가기를 재촉했다. 근데 원래 상황은 바뀌어야 되는거 아닌가? 내가 왜 얘를 등에 업고 가는거지? 난 고개를 갸웃하며 이 낯선상황에 어쩔줄 몰라했고 내 뒤를 뒤따라오던 윤기 친구는 풉하며 웃어댔다. 솔직히 창피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얼른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윤기가 또 워낙 깃털처럼 가볍다보니 쉽게 업혀진게 더 어이가 없고...난 속으로 백번천번 윤기를 욕하며 술집을 빠져나왔다. 

윤기 친구는 먼저 가겠다고 수고 좀 하라며 네게 손을 흔들었고 난 지금 땀에 쩔어있어서 인사할 기운도 없이 고개만 대충 숙였다. 하지만 이 다음이 문제였다. 그나마 술집에서 집까지 가까웠어서 망정이지 얘가 이젠 꼬장을 부리기 시작한다. 내 등에 기대어 자고 있던 녀석이 언제 갑자기 일어난건지 내 귓가에 대고 바람을 '후'하고 불어넣는 윤기 덕에 난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걸로 끝이면 좋겠는데...참 좋겠는데...뒤이어서 한참을 윤지 이름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윤지야아...! 박윤지이! 그래도 내가 이때까지 같이 잤던 애들 중에! 니 가슴이 제일 컸어!!!!"

"미친놈아...! 아직 여기 밖이거든? 소리 좀 줄여. 누가보면 내가 박윤지 그 사람인줄 알겠다."

"웅? 우리 베프으으으으-"

"누가 니 베프야. 나 니 베프 아니야."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어..."

"알겠으니까 제발 입 좀 닫아! 니가 옆에서 얘기해서 술 냄새 때문에 나까지 취할거 같으니까."

자기 딴에는 투정 부린다고 업힌 체 다리를 왔다리 갔다 하면서 입에선 아주 엿같은 비지엠이 흘러나왔다. 그만 잔잔했으면 좋겠음에도 불구하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에 난 골치가 아팠다. 덕분에 길 가는 도중에도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눈칫밥도 많이 먹었고. 참 얘네 집에 올때면 한번씩 여기가 우리 집인지 윤기 집인지 헷갈릴 때가 많이 있다. 지금까지만해도 무려 8번이기 때문이다. 술고래인 녀석은 하루 한번 밥 대신 술을 마셔줘야 되었고 그 뒤처리는 항상 내 담당이였다. 마셨으면 곱게 자기네 집 들어가서 자면 될 것을 꼭 나를 힘들게 해. 에휴. 나는 윤기를 있는 힘껏 침대에 던져놓고는 그대로 거실로 가선 소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윤기 집과 내 집은 아주 아주 아아아주 가깝다. 윤기 집 뒷건물 뒷건물 뒷건물이 우리 집인데 난 집도 못가고 해뜰때까지 뜬눈을 하며 밤을 지새워야 된다. 엿같은 시간...해장국 하나 못끓여서는 술 마시고 다음날에 속을 게워내는데에만 1시간이 넘는다. 화장실만 왔다갔다를 아마 10번 넘게했다지? 그 악몽을 아는 난 어쩔 수 없이 이 곳에서 해뜨기만을 기다렸다.

다음 날이 되었다. 소파에서 웅크려 잤더니 몸이 너무 뻐근한 나머지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힘내서 일어나면 아직 아침 9시도 안된 시간이였다. 거실바닥에 발을 붙이면 윤기는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온건지 열려있는 방문 앞 침대에 대자로 널부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 술 마셨어요'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혀만 끌끌차며 이 녀석을 위해 정성스레 해장국을 만들어댔다. 몇 십분이 지나고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뜬건지 머리는 까치집에 몸은 윗통을 까고는 아주 부끄러움도 없이 뒷머릴 긁적이며 식탁 위에 자연스레 앉았다. 난 괜히 어제 힘들었던 하루를 떠올리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는 윤기의 가슴팍을 아주 찰지게 때렸다.

"아, 젖꼭지 아파!"

"넌 아무리 내가 불알친구여도 그렇지 부끄러움도 없냐? 어? 볼 것도 없는 윗통까면 좋냐? 대리만족이야?"

"으으으...아침부터 잔소리,잔소리,잔소리...어제 나 헤어졌는데 좀 위로나 해주지."

"니가 여자랑 만났다가 헤어지는게 한 두번이야? 좀 진심으로 사랑이라는 걸 해봐라."

"음? 나 윤지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그럼 왜 차여. 그렇게 당당하면서."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볼륨이 좋았어. 그래서 너무 좋더라. 얼굴도 예뻤고."

지난 날의 회상을 하는건지 입을 헤- 하고 벌리곤 혼자 상상을 하는 윤기에게 이번엔 머리팍을 한대 찰지게 때려버렸다. 어차피 그렇게 울면 뭐해. 또 여자 생길거면서. 윤기는 자기 딴에서는 아주 아주 진심으로 사랑한거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예전의 룸살롱 유미와 술집 알바생 예진이랑 같은 상황같은데 말이지...난 다 끓여진 해장국을 가져와서는 윤기 앞에 신경질적이게 두었다. 윤기는 입술을 쭉 내밀고는 자신이 그렇게 잘못한거냐며 아침부터 툴툴되었곤 난 그 앞에 앉아선 국에 밥을 말아서 한 숟가락을 떴다. 

"여기가 아주 내 집인지 니 집인지 모르겠다."

"앗? 오늘 한번 더 오셔야 될 거 같은데?"

"또 왜. 좀 너가 곱게 마시고 곱게 집으로 들어와. 나 너 덕에 이제 콩나물 국밥집도 차릴 수 있을거 같아."

"아, 오늘 친구들이랑 클럽에서 생일파티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같이 가자고."

"내가 그 엿같은 곳에 왜 가야 되는건ㄷ,"

"박지민도 와."

이름 세글자에 사람 표정이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다지 고운 추억은 가지지 못했던 나와 그는 일방적인 내 미친 짝사랑으로 슬픈 로맨스는 끝나버렸었다. 없던 입맛까지 떨어지게 하는 그 멘트는 숟가락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저 나쁜 놈. 내 예민한 부분을 건들여놓곤 아주 여유로운 승리자의 미소를 짓는다. 난 한번 고개를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끄덕이곤 그릇에 얼굴을 박았다. 뒤이어 윤기는 입을 뗐다.

"솔직히 아직도 너 걔 좋아하잖아."

"뭔 개 껌딱지 씹어먹는 소리야. 내가 왜 아직도 박지민을 좋아해."

"니 얼굴에 다 써있어. 보고싶었던 거 아니야?"

"너 무시하는 놈을 내가 뭐가 좋다고 계속 좋아해야 돼."

"오...의리냐? 역시 내가 친구 한 명은 잘 뒀다."

"그냥 안부인사 전할겸 갈래."

"뭐야. 방금 전까지는 안간다고 빼액하더만."

"마음 바뀌기 전에 입 다물어."

"근데 음...주의사항 해야 될 폭탄이 하나 있긴 있는데."

"누구."

"전정국."

여러모로 날 놀라게 하는 윤기다. 전정국은 정확히 내 학창시절에 지겹게도 괴롭혔던 걸로 안다. 윤기랑은 나 다음으로 제일 친한친구지만 난 그 아이를 1순위로 제일 싫어했다. 학창시절, 날 괴롭히는 전정국 때문에 윤기는 유치한 말로 절교 직전까지 싸웠던 날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결국에는 윤기 말 따위는 듣지않고 날 힘겹게 했지만...윤기는 그때 처음으로 음...인정하기 싫지만 매우 남자다웠다. 정국이가 나에게 다가오면 날 뒤로 숨기고는 할 말은 바깥에서 하자며 재촉하던 윤기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근데 왜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서는 날 힘들게 하는지. 식탁 앞에서 바보같이 웃는 이 모습까지 이젠 아주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그래도 가는걸로?"

"ㅇ,아...알겠어. 갈게. 간다고."

사실 지민이가 마음에 걸렸던건 없지않아 있었다. 예전의 내가 아닌 다른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 때문에 이런저런 신경을 쓴 게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어쩌면 오랜만에 내 인생 몇번째의 큰 고난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였다. 그저 아무 실수없이 조용히 윤기 뒤만 졸졸 따라가서는 이것저것 처음 만끽해보며 구경하다가 돌아오는 것이 내 목표였다. 첫 바늘을 잘 꿰면 뒤에 일도 순조롭게 잘 돌아갈 것이다. 오늘의 내 목표는 '박지민,전정국 안 마주치기.'였다. 창피하기는 하지만 차라리 만나서 더한 쪽팔림을 가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난 오늘 아주 무사히 집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다. 운수 좋은 날이 될 것이다. 그렇다. 괜히 갑작스레 잡힌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추가 되는 바람에 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너 어떻게 지민이를..."

"내가 전정국이랑 친하면서 좋았던 점을 하나 얘기해보라고 하면 '박지민이랑 친하다'를 이유로 뽑을거 같다."

"그래서?"

"전정국 생일이거든."

"뭐?"

"오늘 전정국 생일."

"너 그런 말 안했잖아!"

"이제부터라도 알면 됐지."

"나랑 전정국 어떤 사이인지 알면서도 그런 말 하는거야? 걔가 있는거 까지는 그렇다 쳐. 근데 생일을..."

"알아. 아주 잘 알아. 근데 박지민도 너 많이 보고싶어해."

"어?"

"박지민이 너 되게 보고싶어한다고."

"거짓말..."

난 윤기가 한 결정적인 말을 듣자마자 격한 부정을 했다. 나를 보고싶어하다니. 그것도 박지민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했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난 윤기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으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때 그 시절, 날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난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아니였었다. 근데 날 보고싶어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윤기가 괜히 내가 아직도 불쌍하게 보여서 일부러 이어주려고 괜한 힘쓰는 거겠지. 난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고 말고. 















처음 온 이곳은 나에겐 낯설디 낯설었다. 들어가자마자 빵빵한 음악 사운드가 내 귀를 반겼고 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같이 오래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윤기는 나에게 옷을 한번 사줬ㄱ...아, 근데 내 기준에선 이건 옷이 아니라 그냥 천쪼가리다. 천쪼가리. 클럽이라는 곳은 광란의 밤이라며 정신없이 노는게 중요하다고 무작정 내 손목을 이끌곤 백화점에서 쿨하게 드레스 하나를 카드로 긁었다. 그래. 금수저는 다르지. 윤기는 이 곳에 늘 왔던 탓에 적응이 잘 되있었던건지 들어가자마자 여자들에게 붙으며 놀아댔다. 물론 내 등짝 스메싱도 한번에 날라갔지만? 아, 하나 말 못한게 있는데 나는 지금 클러치백, 핸드백 이런거 대신 백팩을 메고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같이 함께해오던 가방이 제일 친숙해서 그런지 다른건 너무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물론 여기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집중도 되었고. 내가 눈으로 하나둘씩 구경할때 윤기는 내 가방 뒷끈을 잡고서는 룸이란 곳으로 발을 내밀었다.

"오, 민윤기- 역시 니가 이런 곳에 빠질 애는 아니지."

"이민철 오랜만이네. 저번 전정국 생일땐 오지도 않더만."

"그땐 이 형이 너무 바빠서 그런거고. 그나저나 옆엔 누구? 아아아- 너의 오늘 뜨밤 상대?"

'뜨밤'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난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얘네 대화는 항상 이렇다. 학창시절때와 다를게 없어. 내가 좀 꾸미니까 확실히 사람들이 못 알아보긴 하나보다. '뜨밤'이라는 싼 단어까지 나오는거보면. 윤기는 그 말을 듣고서는 먼저 내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귀여운 것. 뒤이어 얘는 그런 애 아니라며 너도 아는 애라고 날 소개시켜주었고 내 이름 세글자를 윤기가 읊자마자 이민철은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날 위,아래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대박. 그 맨날천날 너한테 요점정리 해주던 셔틀? 완전 예뻐졌네."

"말 가려서 해, 새끼야. 얘한테는 그런 말 하지마."

"오- 남자 다 됐네. 야 너 조심해라. 언젠간 친구에서 연인이 될 날이 올수도 있으니까."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그럴 일은 절대로 없네요. 난 괜찮아도 쟤는 치가 떨리도록 싫어할걸."

흥미없는 대화에 끼이고 싶지 않았다. 난 기다란 소파 같은 의자 구석탱이에 앉아서는 가방을 벗고 꼬옥 끌어안고 있었고 윤기는 어찌나 바쁘던지 이 친구, 저 친구와 수다 떨기에 급급했다. 뭔가 괜히 왔는거 같기도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난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신기한 안주들을 맛보고 술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일반 소주랑은 다른 뭔가 고급적인 맛이였다. 이것저것 해보고 구경을 하던 도중 정작 내가 그나마 '아는 애'인 정국이와 지민이는 오지를 않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룸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기까지에도 나는 향수 냄새가 내 코 끝을 자극했다. 

"드디어 파티 주인공이 오셨네. 아니 사람 불러다가 놓고서는 이제야 오냐?"

"공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네. 근데 저 구석에 앉아있는 애는 누구냐?"

"그 누구였냐. 걔 있잖냐. 고딩때 민윤기 베프."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아- 탄소(이)?"

내 이름을 소름끼치도록 다정하게 부르는 정국이 덕에 난 무시하고 휴대폰만 봤던 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 많고 많은 소리들 중에 구두소리가 제일 컸다. 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날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내 옆에 앉아서는 턱을 괴곤 나를 바라본다. 난 이 상황이 너무 싫어져선 슬쩍 윤기를 바라보았을 땐 나와 정국이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옆 친구들이 말 거는 거 조차도 들리지 않았나보다. 여기서까지 느껴지는 윤기의 걱정이 가득한 눈빛은 날 여기서 꺼내달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휴대폰을 놓지도, 그렇다고 뭘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난 폰을 꽉 쥔 손만 부들부들 떨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이는 그런 내가 재밌었는지 바람빠진 웃음을 짓더니 내 잔머리들을 귀 뒤로 넘겨주다 검지손가락으로 내 팔을 따라 손에 쥔 휴대폰에 놓여졌다.

"오랜만에 봤으면 인사라도 해주지.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와놓고는 왜 땅만 보고있어? 오빠 섭섭하게."

"..."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무시하는 거야? 또 그때처럼 나오면 오빠 좀 화나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화내는 건 나도 싫은데. 파티 끝나고 따로 좀 볼까? 응?"

'싫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위에 눌린 듯 아무것도 못하는 나는 정국이가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만 있었다. 나도 화내는 것도,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반박하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정국이는 어디 한번 니가 말을 하나,안하나 보자 식으로 손짓은 더 과격해졌다. 턱을 괴고 날 바라보는 눈빛은 솔직히 야했다. 너무 많이 야했다. 손이 아래로 향하며 내 짧은 미니드레스의 치마깃을 잡고 천천히 올리는 순간에 누군가 정국이의 손을 있는 힘껏 쳐내버렸다.

"만나자마자 너무 막나가시네-"

"아, 분위기 왜 깨냐."

"분위기 치고는...탄소(이)가 아주 끔찍해하는 표정인데?"

"니가 얘 대변인이냐? 놀고있네."

"20년 넘게 지내다보면 눈빛 하나로도 다 알 수 있거든. 꺼지라잖아. 손대지 말고 다른여자 알아봐. 예전에도 말했듯이 얘 내 친구야."

"그러세요,그러세요. 너 많이 드세요. 어차피 가지기도 싫은 년이니까."

윤기는 그랬다. 아무리 친해도 날 비난하고 성적인 말을 할땐 그 누구보다도 엄격해진다. 그럴땐 참 대견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쭉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대로 가다간 큰 사고가 나겠구나 싶어서는 자신방식대로 대처를 한 것이다. 그렇게 윤기는 내 팔을 이끌고는 룸 밖을 나가선 내 의사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이 내 손에 캔음료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방금 전 그 차가운 눈빛은 어디가고 다시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얘기했다.

"너가 계속 바닥만 보고 쫄았다는 티 내니까 전정국이 너한테 어? 막 어? 그러는거 아니야!"

"바닥에 껌 붙어있어서 그랬던거거든??!"

"야 여기 엄청 깨끗한 곳이야! 껌은 무슨...ㅋ,크흠. 아무튼! 이거 꽤 비싼거야! 요 앞 자판기에서 700원이나 해. 다른 곳은 600원인데..."

"어이고. 고오오맙다-"

"...으음...지금이라도 집 갈래? 데려다줄게."

"여기까지 와놓고는 무슨 그런 미친소리야. 뒤늦게 너 술 퍼마셨다는 전화와서 달려가는 것보다는 나아."

내 말에 인정한다는 듯이 눈을 가만히 깜빡이더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린다. 맞는거 같기도 한 거 같다고. 윤기는 내가 힘없이 들고있는 캔 음료를 뺏어가더니 대신 있는 힘껏 따주고는 내 손에 다시 쥐어주었다. '술 대신 쥬스 마시고 죽자!' 라며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덕분에 크게 웃어댔다. 윤기는 그러곤 아무말도 없었다. 이건 기다려준다는 윤기만의 특별한 화법이다. 어느정도 짐작했던 난 먼저 가라며 얘기했지만 윤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기다려주겠다며 날 빤히 쳐다보았다. 그게 더 부담스러운데...

"...고마워."

"응?"

"고맙다고."

"...뭘 또 새삼스럽게."

"너 아니였으면 이런 곳 구경도 못해봤을거고, 너 아니였으면 지금쯤이면 그 애한테 당해서 질질짜고 있었을거고, 너 아니였으면 절절맸어."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당연하지. 우린 친구 아니냐."

"내가 한번씩 이런 친구를 뒀는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

"응. 그리고 윤기 너 방금 최고로 멋졌어."

오랜만에 진심이 묻어났던 말이였다. 윤기는 쑥스러운건지 차려입은 옷치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뒷머리를 긁적였고, 난 그런 윤기를 보고서는 조심스레 웃어보였다. 내가 웃는 것을 봤던건지 윤기는 왜 웃냐며 자기 혼자서 노발대발 하며 큰소리 쳐댔다. 이렇게 칭찬을 해줘도 안돼. 지가 큰소리라니까. 윤기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그렇게 내 팔을 이끌고는 '빨리 들어가자' 라며 얘기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룸으로 돌아가는 내내 윤기는 나에게 말장난을 치며 일부러 내 다운된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썼고 이미 기 죽어있던건 자신 덕에 다 사라졌는데 괜히 또 나에게 이런다. 못말리는 녀석이라니까. 

우연치 못한 만남이라고 아시는가? 예상치도 못한 지점에서 어떤 예전에 사연깊은 누군가랑 마주치게 되는 거. 지금 상황이 딱 그 상황이다. 룸으로 돌아가려 했던 나랑 윤기는 문고리만 열면 되는 상황인데도 예상치 못한 그 아이와의 만남덕에 우리 둘 모두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오늘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고, 이런 상황이 오지 말라고 하늘에 대고 기도를 했는데 먹히지 않았나보다. 난 그나마 웃고있던 입꼬리가 오랜만에 만나게 된 지민이 덕에 내려갔다. 싸한 분위기를 눈치챈건지 그 속에서 지민이가 먼저 입을 뗐다.


"아...탄소(이) 오랜만...이네...?"

"..."

"크흠...너네 둘이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

"방해꾼은 먼저 들어가봐야겠다. 둘이 잘 얘기하고 와라."

정말 싫었다. 한줄기 희망이였던 윤기마저 없다보니 이 공간에서 오고가는 것은 숨소리였다. 지민이는 어렵게 나에게 이야기를 좀 하자며 룸과는 살짝 떨어진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고 난 무겁게 뒤따라 갔다. 지민이는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 또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반갑게 인사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어야 되는가. 지민이는 답답했던건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잘 지냈어?"

"누구 덕에 기분 잡친거 빼고는 괜찮은거 같다."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미안해."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어떠한 얘기도 너에게 못하겠어."

"고작 그딴 말 하려고 내 시간 뺏는거야? 딱 3년전이야.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지게 했던 시간. 그리고 내가 널 좋아하지 않게 된 순간."

"..." 

"그때 그 당시에 사과하지 그랬어. 왜 지금와서 구질구질하게 다시 들춰내는건데. 싹싹 빌면 내가 웃으면서 그랬구나 하며 받아줄주 알았어? 아니면...그 애가 너 질렸다고 하디?"

"...나도 나대로 힘들었어. 그땐 내 진심이 아니였어. 정말이야."

"니 진심이 아니였다고? 그래서 내 마음 그렇게 비참하게 짓밟고 나 몰라라하며 방관했던거니? 너 때문에 헛소문 돌았을 때 넌 뭐했는데. 기억도 안나지?"

"..."












쨍그랑-

















술병들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큰 소음과 사람들 목소리 속에 윤기의 이름이 언급 되는 순간에 난 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지민이는 내 손목을 있는 힘껏 꽉 붙들며 나를 쳐다보았고 눈을 마주쳤던 순간 그 눈빛속에는 분노,절망,슬픔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저쪽이 더 급했다. 손목을 뿌리치고는 결국엔 난 지민이에게 결정적인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윤기가 오늘 여기 같이 오자고 했던 이유가 있어. 너가 나 보고싶어한다고...궁금해서 와봤더니 더 멋있어지지도, 그렇다고 더 어른스러워지지도 않은거 같다."

"..."

"...너 진짜 내 인생에서 정말 최악이야."

"내 말 좀...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돼?"

"난 항상 니 말만 들었어. 이젠 너도 내 말 들어."

"..."

"보고싶었다고?"





"지랄."







뒤돌자마자 꾹 참다가 터져버린 눈물들을 손으로 빠르게 닦아냈다. 이 순간에다 지민이 때문에 운다는 것에 난 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났다. 마음을 진정하고 룸으로 빨리 가는 와중에도 계속 지민이의 눈빛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곧 들이 닥친 상황덕에 난 아까전의 일들을 저절로 잊어버리게 되었다. 

룸문을 열자마자 난 놀라버렸다.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피를 뚝뚝 흘리며 가쁜 숨을 내쉬는 윤기가 보였다. 그 짧은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던건지 난 잘 모르겠다. 상황파악이라는 게 하기가 지금으로써는 너무 어려웠고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윤기 친구들은 덩치 큰 남자를 말리고 있었지만 그 남자는 진정이 안되나보다. 자꾸만 주먹질을 하려했다. 난 윤기 쪽으로 재빨리 달려가서는 있는 힘껏 윤기를 일으켰다.

"아, 진짜 좀 작작 때리라고!"

"말로해서는 니 새끼가 못 알아먹으니까 그렇지."

"무슨 일인건데요. 말로하세요."

"저 미친놈이 내 애인한테 무슨 짓 했는줄 알아?!"

"그게 무슨 말..."

"쓰레기 같은 새끼... 윤지한테 은근히 집쩍댈때부터 알아봤다."

"네...?"

"저 미친놈이 윤지 임신 시키고는 도망갔다니까?"

분명 어제는 차여서 술 잔뜩 퍼마신걸로 아는데...내가 알던 이야기랑은 너무 다른 말에 살짝 당황을 했다. 옆에 있던 정국이는 자신 생일파티때 이런 난장판이 난 게 짜증이 났던건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난 내가 이렇게 만든 분위기도 아닌데 괜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윤기는 힘겹게 일어나면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그 남자에게 닦달했다.

"내가 한 거 아니라고! 박윤지한테 차인사람이 누군데 나한테 지랄인데!"

"어린 놈이 따박따박 말대꾸 시작하는 거 봐라? 윤지가 그렇다잖아. 당사자가 그렇다잖아!"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하...니 애새끼겠지. 그러게 피임 좀 잘하지 그랬어."

"이 새끼가 좋게 말로 하니까 사람을 물로보나 진짜!"

여러 사람들은 그 남자를 막으며 내게 눈짓으로 나가라는 표시를 했고 난 윤기를 부축하며 그 커다란 클럽 안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일진이 안좋나보다. 이런 저런 똥이란 똥은 다 밟는거 보니... 괜히 지민이 온다는 것에 혹해서는 여기까지 와선 별 병신같은 짓꺼리들만 본다. 윤기는 그렇게 맞아놓고선 나오면서도 나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영화에 보면 원래 이렇게 쳐맞고 나올땐 정신을 잃거나 아무말도 안하지 않나? 난 자꾸만 이 분위기에서 나불대는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었어. 임신은 개뿔. 할 때 콘돔도 사용했구만..."

"내가 지금 니 뒷모가지 쳐서 기절 시켜버리고 싶은 심정이거든? 조용히 좀 가자." 

"아, 기분 진짜 엿같네. 재밌게 노는게 목표였는데 똥만 잔뜩 밟았어."

"나도 지금 딱 그 기분이다. 나 지금 너한테 어어엄청 속은 기분이야."

그 뒤로는 아무런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그저 아파서 한번씩 낑낑대고 작게 툴툴대는 거 빼고는 나한테 말을 걸지도 않았다. 집에 도착했을 땐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엉뚱할 수 있겠지만 내가 왠지 윤기의 동거인이 된 거 같다는 생각도 한번씩 하고 내가 얘 어머니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윤기는 내 표정을 본건지 눈치를 보다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오늘은 너가 내 침대 써라."

"그냥 나 집에 좀 가면 안될까...오늘까지 합하면 이틀째 집에 못들어가는건데."

"니 베프 지금 환자인데? 혼자 있으면 아야해서 죽을 수도 있어."

"차라리 뒤져라. 그게 나을듯하다."

"아아아아아아...오늘만."

투정을 쓰는 윤기덕에 난 짜증지수 플러스 100이 올랐다. 대충 끄덕거리다가 자연스럽게 소파에 널부러져있었는데 이 녀석...침대에서 자라는게 진심이긴 한가보다. 내 목덜미를 잡고 끌고 가더니 침대에 눕혔다. 자신은 바닥에서 자겠다며 내 의견 따위는 안듣고 멋대로 이불을 깐 후 누워버렸다. 못말려. 난 대충 가방만 던져놓고는 씻지도 않은 체 눈을 감았다. 몇 초도 안 지난간거 같은데 뒤이어 윤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 진짜 박윤지랑 사고 안쳤어."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너라도 내 말 믿어줘야지 누가 내 말 믿어주냐?"

"믿어주는 사람은 많지. 믿기지 않을 뿐이고."

"그럼 넌 나를 믿어주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거야?"

"응."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던거 같아."

"알면 됐어."

[방탄소년단/민윤기/박지민] 삼각형의 아찔한 폐해 (LOVE TRIANGLE) | 인스티즈

"우리 베프 내가 많이많이 고마워."

"알면 됐어."

"잘 자."

"응."

대답할 힘도 없이 스르르 눈이 감겼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하루동안에 일어난 적도 직접 겪어본적도 없었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내 몸이 알아챈 듯 하다. 난 윤기의 '잘자' 이 한마디를 듣고 살포시 눈을 감아버렸다. 내일은 아무 일도, 내 앞에 방해꾼도 없기를 바라면서.




















솔직히 첫화부터 분량조절 실패한거 같다 쀼
처음 작품 내보는 건데 어떨지 모르겠어용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써봤습니다
제 주제에 암호닉 받습니당 헹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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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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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74
땅위 로 암호닉 신청합니다!1 윤기와 탄소가 불알친구라니!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 같네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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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7.21
[0810]으러 암호닉 신청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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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밍죠]로 암호닉 신청하구갑니당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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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2.194
[솔빈]으로 신청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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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루이비]로 암호닉 신청이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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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윤기]로 암호닉 신청이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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