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
성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와 몸을 움찔했다. 가만히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3년동안 지겹도록 본 교복 바지와, 그토록 기다리던 남우현의 운동화 앞코였다. 이이, 남우현ㅡ! 큰 소리로 우현의 이름을 부르며 벌떡 일어선 성규에 우현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었다. 쉬이, 우리 성규 착하지?
“ 우리 성규는 무슨! 졸업식 다 끝났는데 왜 이제야 와! ”
“ 아이고, 나 기다렸어? ”
“ 당연하지! 어디 있다 이제 와! ”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을 마친 우현이 익숙한 눈웃음을 보냈다. 아니 그보다, 줄 게 있어. 우현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잘 접힌 편지봉투 하나였다. 그것도 입구가 삐뚫어지지않게 공들여 붙힌듯한 하트 스티커로 봉해져 있는,
“ 자 이거. 집에 가서 혼자 봐. 꼭! 혼자! ”
“ 어…? 이게 무슨, ”
우현이 억지로 쥐어준 편지로 향했던 시선을 들자 우현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뛰는 건 지지리 싫어하면서 이럴 때만 빠르지, 생각한 성규가 다시 편지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남멍뭉이, 3년동안 고생했다고 주인님을 또 이렇게 감동시키네! 생각한 성규가 편지를 입고 있던 패딩 주머니에 우겨 넣고 집으로 향했다.
[인피니트/현성] 입장정리
W by. 둥기둥
BGM : 프라이머리 - 입장정리 (Feat. 최자, Simon D) TO. 김성, 아니, 성규..s..2.. 큼, 많이 놀랐지? 천하의 남우현이 편지라니…, 쓰는 나도 놀라고 있다. 지금.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옷 잘 입고 다니고, 괜히 니 패딩 좋은 거라고 패딩만 입고 돌아다니지 말고, 목도리랑 장갑 꼭 하고 다녀. 내가 그거 국 끓여먹으라고 사준 거 아니니까! 영하 15도란다, 15도. 괜히 감기 걸리지말고…. 걱정되니까. 너 방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지? 아니, 넌 아마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을거야! 맞지? 근데 넌 나한테 오글거린다고하면 안 돼. 남주현한테 고백한다고 편지쓰고 난리치던 게 누구더라? 그거 쓴다고 이 남우현님한테 도와달라고 사정사정한 게 누구더라? 아, 남주현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아니, 남주현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이름도 빡치게 나랑 한 글자 차이밖에 안 나. 내가 걔보다 싸움도 잘 하고 욕도 잘 해! …아, 이건 좀 아니다. 음, 내가 걔보다 인기 많아! 이것도 아닌가…? 내가 걔보다 축구 잘 해. 달리기도 잘 한다? 알지? …, 아무튼! 내가 걔보다 못한 건 남자라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공들여서 쓴 편지 나한테 줬으면 잘 코팅해서 액자에 걸어서 가보로 물려 줬을거다. 근데 넌 그걸 진짜 남주현한테 전해줬지? 하…, 그래놓고 또 차였어, 김성규 멍청이가. 남자가 고백을 했으면 매달려서라도 연애는 한 번 해봤어야지! 아, 아니다. 이번엔 이호현 생각났어. 아아, 넌 왜 이렇게 여자가 많니? 3년동안 둘씩이나 여자를 알아? 아주 의자왕되시겠어요, 김성규씨? 내 폰에는 더 많지 않냐고? 성규야, 이건 그냥 아는 여자일뿐이야, 알지? 난 너밖에 없어. 아무튼 이호현, 이호현…, 하. 편지에 욕은 안 쓸게. 니가 욕 쓰지 말랬으니까? 근데 성규야, 너 현자 돌림 좋아하는구나? 근데 왜 난 안 좋아해! …, 그래. 각설하고. 이호현 얘는 진짜 아니었다! 성규 니가 고백하면 다 사귀고 그런 애인 줄 몰랐다. 이호현만의 매력? 니가 말한 그 매력이 대체 뭐냐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현자 돌림인 나도 김성규 나무 한 번 찍어라도 보는 걸…. 아, 지금 찍고 있구나. 그래, 다행히 일주일 사귀고 깨졌지만. 근데 너희 둘이 손 잡은 거 다 알고 있어. 외간여자와 손을 잡다니. 절대 너희 데이트따라 가서 본 건 아니고…, 우연히 봤어. 정말 우연ㅡ히. 내가 그걸 보고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미행하던 거 그만둘까 생각했다! 어? 미행? 어, 그러니까 이 미행은 니가 생각하는 그런 미행이 아니고…, 미적 행동! 미적 행동을 그만둘 뻔 했다고, 하하. 그래도 이호현한테 고마운 게 있다면 내가 널 좋아, 한다는 걸 알게 해준거야. 처음에 너희 둘 사귄다고 했을 때는 좀 기분나쁘긴 했는데 그냥 친구여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너희 둘이 데이트하는 거 보고 하니까 알겠더라. 아, 질투구나. 남우현 병신이 이제야 깨달았구나. 내가 너를, 그러니까 친구로써가 아니라, 좋아하는구나. 내년이면 고3이라는 게, 존나 오글거리게. 너 좋아하는 거 깨닳고 나니까 너랑 같은 대학에 가고싶단 생각이 번뜩하고 들더라. 꿈도 없고, 가고 싶은 대학도 없던 내가. 사실 니가 보기에도 좀 그랬잖아? 담배, 술 안 하는 게 없고 맨날 싸우고 교무실에 끌려오질않나, 한심해보였을 거란 거 알아. 이렇게 보면 니가 참 대단한 사람이야. 그렇지? 꼴통을 사람만들어 줬어. 나중에 우리 어마마마가 너한테 밥 한 번 사셔야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글거린다고 비웃지마라. 김성규 너 지금 웃고 있는 거 다 알아. 큼, 아무튼 그러고 나서, 너도 기억할 거야? 2학년 겨울방학부터 내가 뜬금없이 공부 시작한 거. 그래, 그게 너랑 같은 대학 가려고 그런 거라고! 넌 나한테 어디 아프냐고 물어 봤지만. 근데 있지, 역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더라. 12년 중에 11년을 논 나랑 그 시간만큼 공부한 너랑은 진짜 존나, 너무, 겁나 차이가 나더라. 이게 너와 나 사이 거리일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구석에서 찌질찌질하게 울기도 했는데. 아, 이건 쪽팔리니까 지울까. 그래도 이 악물고, 가볍던 엉덩이 강제로 의자에 묶어가며 열심히 했는데. 그래. 너도 알다시피. 하하, 진짜 이 편지 쪽팔리고 좋네. 그냥 태워버릴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 재수를 하네. 진짜 다른 이유때문 아니고 김성규 너! 너! 너때문에 하는 거다, 재수. 그렇게 힘들다는 재수를! 너때문에 한다고! 이건 너한테 죄책감 주려는 게 아니고, 니가 좀 더 우리 사이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돕는 것뿐이야. 니 생각, 내 생각같으면 좋잖아. 안 그래? 결론은 너때문에 이 오빠는 재수를 한다. 편지너머에서 이루지못할 우현님과의 캠퍼스커플 꿈을 이루지 못해 아쉬워하며 울고 있을 우리 성규 얼굴이 훤하네. 아니라고? 거짓말하지마, 빅뱅이세요?…, 오빠없는 1년동안 대학생활 열심히 해라. 그러니까 내 말은 공부에 관한 것만! 열심히 하라고. 괜히 여자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어디 쏘다니지 말고. 2명도 많은데, 진짜 의자왕될 거 아니잖아? 그렇지? 그리고 술자리도 왠만하면 나가지 마. 너 취하면 애교부리는 거 알아. 그러면서 괜히 남자선배들까지 꼬시고 다니지 말고. 넌 이 남우현님까지 홀린 걸 보면 존나 마성이니까 니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 난 1년동안 내 라이벌 느는 건 정말 싫다. 남주현보다, 이호현보다, 재수보다 더! 알겠지. 김명수한테 감시시킬 거야. 아, 이 새끼는 더 못 미더운데. 마지막으로 김명수랑 놀아나지 마. 둘이 같이 있는 것만 봐도 이 오빠의 알량한 마음이 질투를 불러 일으킨다. 더군다나 김명수 그 새끼는 널 보는 눈빛이 더러워. 알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 이 편지 주제가 이 한마디인데, 너무 끌었네. 그러니까, 좋아해. 많이. 니 쫙 찢어진 눈도 좋고, 못생긴 코도 좋고, 맨날 불퉁한 입술도 좋아. 매일 매일 보고 싶어. 재수하는 1년동안 옆구리 시리고싶지도 않다. 너랑 나랑 입장정리할 때인 것 같애. 그러니까 이거 보고 연락해줘. From. 성규가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우현오빠. 드디어 썼네요!와!(어깨춤) 수능끝난 오빠때문에 컴퓨터잡은 게 며칠만인데, 이런 똥이나 뱉어내고. 하하. 힙합을 겁나게 좋아하는 저라서 예전부터 입장정리들으면서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는 생각했는데 드디어 쓰네요! 그냥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핳... 댓글달아주시는 독자님들은 언제나 사랑합니다 제 사랑 드세여..S2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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