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심창민X김종대] 알파 스폰서 심창민X오메가 아이돌 김종대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a/9/9a9ab46bcfb67ecfe520dd4a43601647.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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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 혼자 발려서 나 혼자 쓰는 글...
데뷔한 이후로 이렇게 큰 행사에 초청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고작 신인인 저들에게 들어온 커다란 기회이기에 다들 바짝 긴장한 채로 축하 공연의 순서만을 기다렸다. 무대에 오르기 전 멤버들을 불러 모은 준면이 동생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긴장을 풀어주었으나, 다들 서로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 힘내자! 야!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정말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무려 T 기업에서 주최하는 지역 행사이다. 소문에 의하면 심회장의 망나니 막내 아들인 심본부장이 직접 고른 아이돌이 저희들이라던데, 혹시 몰라 재벌집 아들내미와 친구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힌 백현과 찬열은 스마트폰으로 심본부장을 검색하기에 바빴다. 그다지 좋은 말들은 없으나 그래봤자 재벌 2세인걸. 우리 공연을 보러 온대! 대박! 신이 난 아이들은 서로 박수 치며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엑소 스탠바이 해주세요! 우르르 몰려나가고는 평소처럼 구호를 외치고 오늘따라 유난히 경직된 몸을 이끈채로 무대 위에 올랐다. 죽어라 연습하던 곡이 어쩜 이리 어려운건지. 긴장되는 마음에 그만 종대는 삑사리를 내버렸다. 순간 제게로 꽂히는 시선들에 당황하여 다음 파트까지 놓쳐버릴 뻔하였으나, 다행히 다른 멤버들의 유연한 대처로 쉬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곧 굳은 표정을 풀었다. 종대의 표정은 영 풀어질 줄을 몰랐다. 어떡해. 나 오늘 죽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삑사리 내면 안된다며 매니저에게 그렇게 일침을 받았거늘. 착잡한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발을 헛딛는 바람에 넘어질 뻔하였다. 그리고 순간 풉,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종대는 웃음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색감의 정장을 입은 남자. 양 옆에 앉은 예쁜 여자들의 어깨에 판을 두르고 있다. 주위에는 모두 고위직으로 보이는 이들 뿐이었는데, 종대는 그가 심본부장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동하기 전 무대 의상을 갈아입는 와중에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허둥대던 매니저나 코디들도 모두 입을 떡 벌린채로 고개를 숙이기에 바빴다. 옷을 갈아입던 멤버들도 팔에 끼워진 제 옷가지들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눈이 동그랗게 뜨여진채로 꾸벅 인사를 하였다. 양 옆에 한 명씩 끼워둔 여자는 어디로 팔아먹은건지. 심본부장은 정장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로 뚜벅 뚜벅, 구둣소리를 내며 대기실 안을 둘러보았다. 역시 우리 회사에서 마련해준 자리라 그런가- 대기실이 참 아늑하고 좋네요. 확실히 여느 방송국들보다 넓고 쾌적한 대기실 환경이었다. 심본부장은 먼저 옷을 갈아입어 소파에 앉아 다른 멤버들을 기다리던 종대의 옆에 엉덩이를 붙히고 살포시 다리를 꼬았다.
“무대 잘 봤습니다. 역시 제 안목은 틀리지 않았더군요. 훌륭했어요.”
“가, 감사합니다! 저희 애들이…”
“그런데 이 친구 오늘 너무 목에 힘줬더라.”
목덜미를 감싸오는 커다란 손에 종대는 몸을 움츠렸다. 시원하게 웃는 얼굴은 가히 연예인 급의 미모일텐데. 이제껏 방송국을 돌아 다니며 수많은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을 보았으나, 심본부장만큼의 뛰어난 외모는 본 적이 없던것 같았다. 발목을 한 번 돌린 심본부장의 구두코가 반짝 빛났다. 저 구두는 과연 얼마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종대는 문득 제 목을 한번 주무르는 손길에 다시 한 번 소름을 느껴야만 했다.
“그래도 뭐, 난 괜찮아요. 완벽한것 보단 서툰게 더 귀여우니까.”
“심본부장님이 그렇게 봐주신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 의미로 다음 행사 때에도 축하 공연을 해주셨으면 하는데 어때요?”
“회사와 상의해볼 필요도 없이 오케이겠지요 뭐!”
하기야. 평소 행사를 하며 받았던 돈보다 두배 가량을 더 받았다. 매니저와 코디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쳐졌다. 다른 멤버들도 좋다며 서로 손뼉을 치는 와중에, 종대는 거북한 심본부장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저기, 손 좀… 완벽한 갑과 을의 관계이지만 이런 불편한 스킨십은 원치 않았다. 종대는 심본부장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고 조심스레 어깨 위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의외로 힘없이 떨어지는 손은 곧 심본부장의 턱으로 옮겨져갔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심본부장은 작게 웃더니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첸씨? 어떻게 제 이름을 아는 것인지. 종대는 소파에 앉은채로 심본부장을 올려다 보았다. 예?
“목이 안좋으신거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따뜻한 차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따라 오시죠. 권유가 아닌 명백한 명령조의 어조였다. 종대는 눈치를 살피다 그만 매니저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얼른 따라가, 라는 듯한 매니저의 강렬한 눈빛을 읽고는 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근하게 다시 제 어깨를 감싸오는 심본부장의 손길이 거북하기만 하다.
*
“저를 왜…”
복도의 끝, 정수기가 있는 곳에서 심본부장은 따뜻한 차와는 반대되는 차가운 물을 떠주며 종대의 어깨 위에 올려놓은 손에 힘을 실었다. 잡힌 어깨가 아파왔지만 종대는 애써 웃으며 심본부장이 건네주는 물컵을 받아들었다.
“약 안먹어도 되나?”
“네?”
“아, 스케줄 왔으니 억제제는 챙겨 먹었나보네?”
억제제라니. 심본부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종대는 그만 입을 반쯤 벌리고야 말았다. 여유롭게 웃는 심본부장은 종대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더니 팔짱을 꼈다.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 거짓말 쳐봤자 들통나는건 뻔하잖아? 종이컵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증권가 찌라시로 가끔 떠오르는 주제였는데. 어떻게든 소속사에서 다른 기사들로 대체하여 해명을 해왔던 사실인데.
“비, 비밀로 해…”
“당연히 그래야지. 어떤 잡놈들이 널 건드리면 나만 손해잖아.”
“예?”
“인기도 얻고, 돈도 왕창 벌고, 나랑 놀기도 하고. 딱 좋네.”
바보가 아닌 이상 심본부장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뱉는지 모를리가 없다. 목구멍 너머로 물이 넘어가질 않더니. 불안한 마음에 종대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혹시나 복도에서 기웃거릴지도 모르는 멤버들을 찾았으나, 불행히도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심본부장은 제 시선을 피하려는 종대의 양 뺨을 그러쥐고는 제 쪽으로 끌어당겨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난 그래도 제법 매너가 좋은 놈인데.
“연락, 할거지?”
귓가에 가까이 닿은 심본부장의 입술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말할 때마다 숨소리가 느껴져왔다. 또한 척추를 타고 내려오던 심본부장의 손길도. 엉덩이에서 멈춘 심본부장의 손은 바지 뒷주머니에 제 명함을 끼워넣는 것으로 종대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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