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우지호 01
Written by. 비비
"아오, 차가워 디지겠네."
지호는 쭈그려 앉은 채 손 끝으로 바가지 안의 얼음을 툭 건드렸다. 이미 바가지 가득 받아져 있는 물은 살얼음으로 뒤덮여있고 수도꼭지 끝에는 조그만 고드름이 달랑 맺혀 있었다. 보일러가 끊긴 지 삼 일째. 하도 물이 차가워 어제까지 감지 않은 머리는 기름에 찌들어 거지꼴이었다. 씻어야 학교를 갈 텐데…. 오늘 하루만 더 참아볼까? 지호의 머릿속은 추위와 귀찮음에 이미 절반은 참고 그냥 학교에 가야겠다고 정해진 상태였다. 아오- 그러게 아르바이트는 왜 잘려가지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그릇을 찾아오다 삥 뜯는 양아치를 목격하는 바람에 플라스틱 배달통을 홧김에 집어 던져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제정신이냐며 너 따위는 필요 없다는 주인아저씨께 그동안 일한 페이는 돌려받고 쫓겨나 다행이긴 했다. 쳇, 그래도 정의가 살아있어야 세상이 살만하지. 나 같은 놈도 있어야 해. 고개를 끄덕이며 잘린 이유를 합리화하고 다른 알바를 이것저것 찾는 중인 지호였다.
알바는 왜 이렇게 안 구해지는 거야. 머리를 쥐어뜯다 뻑뻑함과 찝찝함에 손을 떼고 코로 가져갔다. 킁킁. 우욱. 떡진 머릿기름 냄새는 자신도 토할 것 같은데 남들에게는 민폐일 것 같긴 했다. 지호는 손을 덜덜 떨며 바가지를 집어들어 한 방울씩 톡톡 떨어뜨리다 바가지를 놓쳐 그대로 머리에 쏟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오도도 돋고 이가 덜덜 떨렸다. 아, 젠장. 얼어 뒤지는 줄 알았네. 덜덜대는 이를 꽉 물고 샴푸를 칠한 지호가 다시 바가지에 물을 받아들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눈과 입을 꼭 다문 채 헹궈냈다. 차마, 이는 못 닦겠다. 이러다 이가 얼어서 후두둑 떨어지고 말 거야. 지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벅벅 닦았다.
화장실에서 얼마나 씨름을 했길래 시간이 이리도 지난 건지 등교 시간을 훌쩍 넘어버린 시계를 보며 지호는 절망했다. 교복을 얼른 갖춰 입고 신발을 대충 구겨 신은 채 골목으로 뛰쳐나갔다. 달동네라면 달동네라고 할 수 있는 가파른 지호의 동네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도 힘들었다. 잘못 삐끗했다간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 학교보다 목숨이 중요한 지호는 조심조심 한 칸씩 계단을 내려왔고 평지에 도착해서야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학교를 다니는 지호는 버스비도 아끼기 위해 뛰는 것을 선택했다. 15분쯤 뛰었을까, 도착한 교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뭐야, 왜 닫힌 건데? 쾅쾅 두들겨대던 지호의 눈에 경비아저씨가 들어왔다.
"저기요,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학생? 무슨 일 있어?"
"수업 들어야죠! 교복 보면 모르세요? 저도 이 학교 학생인데."
"… 오늘 개교기념일인 거 모르나?"
이런 멍청이는 처음 본다는 듯한 경비아저씨의 표정과 대답은 지호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다. 오, 하느님 아버지. 제게 시련을 더 이상 주지 마세요. …됐어, 사내새끼가 이깟 일 가지고. 벌떡 일어나 뒤돌아 걸어가던 지호는 풀린 줄도 몰랐던 자신의 신발 끈을 밟고는 무릎으로 쿵 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아오. 씨댕, 내 무릎아 괜찮니. 쭈그린 채 호 입김을 불고 손으로 문질대던 지호는 신발 끈을 제대로 고쳐 매고 다시 벌떡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갔다.
반가워요!!! |
일단 가난하지만 씩씩한 우지호(그러나 덜렁댐은 최고) 캐릭터를 쓰고싶어서 시작했어요!! 지훈이의 캐릭터도 잡아놓긴했는데, 어떻게 전개될지는 일단 두고봐야겠죠?ㅋㅋㅋㅋ 발랄한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만, 잘 전달이 될진 모르겠네요...ㅠㅠ 부끄럽지만, 재밌게봐주셨으면 해요♥_♥ |